“말도 안 되는 위헌 사안이다.” -대검찰청 중간간부급 검사

“이럴 바에야 검찰을 없애버려라.” -서울지역 부장검사

“예상된 상황이었는데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게 안타까울 뿐이다.” -지방청 부장검사

지난달 30일 밤, ‘4+1(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 당권파·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협의체가 합의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 단일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 나온 검사들의 반응이다. 걱정과 분노, 무기력함과 패배주의까지. 연락이 닿은 검사들은 새로 도입될 공수처를 온통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범여(汎與)가 주장하는 공수처 도입과 검경 수사권 조정 등의 명분은 바로 ‘검찰개혁’이다. 검찰을 출입하기 전, 검사들은 모두 검찰개혁에 반대하는 줄 알았다. ‘서초동’을 겪어보니 생각과 현실은 달랐다. 누구보다 검찰개혁에 절감하는 사람들은 다름 아닌 검사들이었다. 직접 만나본 검사들은 “망치 든 사람에겐 못만 보인다”라거나 “독수리 5형제가 검찰을 망치고 있다”는 등 자신이 속한 검찰 조직에 대한 내부 비판에 적극적이었다(독수리 5형제는 특정 인물이 아닌 “대한민국은 내가 지킨다”는 사명감을 가진 검찰 내 일부 특수통 검사를 지칭하는 말이다).

이들이 가진 문제의식은 한결같았다. 한 부장검사는 “검사가 사건을 인지해 직접 수사에 착수하게 되면 무리를 해서라도 기소하는 경우가 생길 수밖에 없다”며 “그간 검찰이 직접수사를 무기로 과도한 검찰권을 사용해 온 것은 부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정권의 이해관계에 따른 수사를 이행한다는 비판도 받아왔다.

하지만 최근 국회 문턱을 넘은 이른바 검찰개혁 법안에 대한 검사들의 내부 걱정은 생각보다 크다. 누구보다 검찰개혁을 원하던 이들이 갑자기 조직이 위기에 빠지자 ‘검사동일체’의 일원으로 조직 비호에 나선 것일까. 아니다. 이들은 국회에 오른 공수처와 검경 수사권 조정안이 검찰개혁이 아닌, 임기 후반부로 치닫는 정권 비호를 위한 법안이라고 의심한다.

대검에서 검찰개혁 관련 업무를 담당한 적 있는 한 법조인은 이렇게 말했다.

“문재인 정부가 검찰개혁을 진정 원했다면 정권 초기 가장 힘이 강할 때 밀어붙여야 했다. 검찰 특수부가 역대 최고로 강화된 건 아이러니하게도 ‘적폐수사’를 진행하던 바로 그 시기다. 인사 관행을 허물고 고검검사이던 윤석열을 서울중앙지검장에 이어 검찰총장으로 밀어붙인 것 역시 정부다. 상대편에 칼을 대면 공정한 검찰, 내 편으로 칼이 향하면 개혁의 대상이 되는가. 지금처럼 정권이 마음대로 검찰을 흔들 수 있는 제도를 정비하는 게 검찰개혁의 첫 출발점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낀다.”

 

 

/김기정 중앙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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