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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시선]“5공 때도 안 그랬다”
김기정 중앙일보 기자  |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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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0호] 승인 2019.11.11  10: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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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회는 발언의 자유를 저해하거나, 언론 및 출판의 자유, 평화로운 집회의 권리, 그리고 정부에 탄원할 수 있는 권리를 제한하는 어떠한 법률도 만들 수 없다(미국 수정헌법 제1조).”

미국은 언론의 자유를 헌법 첫머리에 담았다. 이 정신에 따라 미국은 세계에서 언론의 자유가 가장 확실하게 보장하고 있는 나라가 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주류 언론의 비판 기사에 대해 ‘가짜뉴스’라고 맹비난을 일삼지만, 정부가 언론을 상대로 통제에 나서는 경우는 없다.

느닷없이 외국의 헌법 조문을 인용한 건 최근 법무부가 제정한 훈령인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공개금지 규정)’ 때문이다. 해당 규정엔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는 독소조항이 군데군데 끼어있다. 가장 심각한 부분은 “사건관계인, 검사 또는 수사업무 종사자의 명예, 사생활 등 인권을 침해하는 오보를 한 기자 등 언론기관 종사자에 대하여 검찰청 출입 제한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명시한 부분이다. 해당 문구는 온통 추상적 표현으로 가득 차 있다. “명예와 사생활 등 인권을 침해하는 오보”를 판단하는 주체는 누구인가. 보도에 언급된 사람이 기분 나쁘다는 생각이 들면 인권을 침해하는 보도가 되는 것인가. 출입 기자들이 법무부에 되물었지만 답변은 들을 수 없었다.

공개금지 규정은 검사와 수사관이 개별적으로 언론과 접촉할 수 없다는 점도 명시했다. 모든 언론 대응은 추후 임명될 전문공보관의 영역이 됐다. 극단적인 경우지만 법무부나 검찰이 언론 취재에 ‘대놓고 숨길 경우’ 국민의 알 권리는 묵살될 수밖에 없다.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당시 경찰의 만행을 알린 단초는 국가기관이 아닌 서울지검의 개별검사가 제공했다. 양심적인 내부고발자는 더 깊숙이 숨어들 수밖에 없다.

법무부는 공개금지 규정을 제정하며 언론계와 대한변협 등 유관기관의 의견수렴을 거쳤다고 주장했지만 이 또한 거짓으로 드러났다. 사회 각계에서 비판 여론이 쏟아지자 법무부는 뒤늦게 “향후 규정 시행과 운용 과정에서 문제 제기나 개선 요청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일단 제정해놓고 땜질식 처방을 하겠다는 건데, 공직자로서의 책임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무책임한 태도다.

언론의 자유를 무한대로 보장해 온 미국은 세계 초일류 강대국이 됐다. 듣기 싫은 소리도 감내하며 서로 토론해 발전적 방향을 모색해 온 결과다. 반면 언론의 자유를 억압하고 제한하려던 나라는 세계 도처의 독재 국가들이다. 법무부의 이런 후진적 규정안 제정이 2019년도에 가능할지 꿈에도 몰랐다. “5공 때도 안 그랬다”는 기자들의 외침을 법무부는 새겨들어야 한다.

/김기정 중앙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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