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조선시대 유학자, 실학자 정약용이 상한가를 치고 있다. 우리 집에도 집사람이 산 책, ‘정약용 조선의 르네상스를 꿈꾸다’가 있다. 나도 흥미를 느껴 목차를 살펴보다가 읽기는 포기했다. 그가 시대의 걸출한 인물인 것은 알겠으나 조선시대 그가 꿈꾸었던 르네상스가 대한민국 개업변호사인 나에게 실존적으로 와닿지 않기 때문이다. 집사람은 왜 샀을까? 나보다는 훨씬 덜 속물적인 사람인가 보다. 그런데 또 다른 정약용 책이 나왔다. 바로 오늘의 제목인 ‘정약용, 조선의 정의를 말하다’이다.

내가 이 책을 알게 된 것은 선배의 전화 때문이다. 연수원 동기이면서 고전과 한학에 관심이 높으신 선배변호사가 변협 공보이사인 나에게 전화를 했다. “박변! 이런 책이 나왔는데 우리 법조인들이 꼭 한번 읽어 봐야할 좋은 책인 것 같다. 네가 만드는 신문에 좀 소개해봐라.” 그래서 그 책을 찾아보았다. 서울대 국사학과를 나온 경인교육대학교 김호 교수가 쓴 정약용의 정의론이다. 고등학교때 정약용의 목민심서는 행정관료에 대한 지침서, 흠흠신서는 형율(형법)에 관한 지침서라고 배웠는데 변호사가 된 지금 생각하니 조선시대의 법조인들에 대한 정약용이 말하는 수사지침서요, 재판지침서요, 변론지침서이다. 김호 교수는 정약용이
바라본 조선의 정의를 말하면서 이 시대의 정의를 말하고 싶었을 것이다.

이번에는 목차를 훑어 보았더니 조선의 르네상스와 달리 나도 꼭 읽어야할 책이고, 나뿐만 아니라 선배의 말처럼 이 시대의 법조인들이 한번 읽어 봐야 할 좋은 책 같았다. 그래서 내가 읽고 독후감을 신문에 쓸까 하다가 좀더 적극적으로 이 책을 신문에 광고해 볼까하여 출판사에 전화를 하였다. 우리 신문이 책을 몇 부 기증받고 그 책을 광고해주는 정책을 내가 편집인이 되어 시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당연히 출판사에서 감동하여 고마워 할 줄 알았다. 그런데 대답이 시큰둥하더니 답이 없다. 그래서 정약용의 꿈이 아닌 나의 꿈은 피지도 못하고 시드는 것 같았다. 그런데 이 책이 나에게 다시 다가왔다. 이번 ‘제22회 법의 지배를 위한 변호사대회’를 통해서이다.

나만 이 책이 우리 법조인의 필독서라고 생각한 것이 아니었다. 최승수 교육이사가 이번 변호사대회 윤리연수 과목 강사로 바로 이 책의 저자 김호 교수를 초대한 것이다. 최 이사 역시 나처럼 김호 교수를 모르지만 책이 좋아 무작정 김호 교수에게 전화를 하여 강연을 부탁한 모양이다. 최승수 이사는 성공했으니 나보다 고수다. 그러나 무척 기뻤다. 나는 김호 교수 번호를 받아 출판사가 아닌 그에게 다시 무작정 전화를 했다. 그간 책과의 인연을 설명하고 변호사대회 강연을 기념하여 김 교수의 책을 신문으로 홍보하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좋아하며 출판사에 이야기 하겠다고 했다. 어찌되었건 나의 꿈이 실현되는 듯하여 행복했다. 변호사대회 날 저자 직강도 들을 수 있을 것이니 이런 것이 바로 일석이조이다.

그런데 출판사에서는 또 전화가 없었다. 참 특이한 출판사라고 생각했다. 시간이 흘러 강의하는 날 김호 교수를 대기실에서 만나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당연 출판사 이야기도 나누었다. 다행히 출판사가 나에게 한 행동에 비하면 책은 어려운 인문서임에도 어느정도 팔려서 처음으로 인문학 서적출판을 기획하고 손해는 보지 않은 모양이다. 며칠 후 김호 교수와 통화를 하여 결국 출판사로부터 기증본을 몇 부 받고 책을 신문에 광고하기로 하였다. 그 광고가 우리 신문에 나오는 날, 나는 무척 감동할 것 같다. 이 책은 이런 이유에서 나와 각별한 사이가 되었다.

정약용은 흠흠신서를 통하여 예악을 예찬하면서 법조문을 등한시 하는 조선의 유학자들, 지방관(지금의 판사들)들에게 경종을 울리려고 이 책을 썼다고 김 교수는 서문에 썼다. 흠흠(欽欽)은 삼가고, 또 삼가라는 뜻이란다. 법조인이란 모름지기 떠버릴 것이 아니라 삼가하고, 조심하면서 자기 앞의 사건과 우선 씨름하라는 말일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법조인의 기본덕목은 꼼꼼함과 겸손함인 것 같다. 속 좁고, 쪼잔한 나의 모습을 폄하하지 말고 그것이 바로 대한민국의 정의를 지키는 기본덕목임을 자랑스러워 하라는 메시지로 나에겐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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