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우리 신문 편집인이 된 이후 지인들을 만나 제일 많이 듣는 덕담은 “어떻게 매주 글을 써요, 참 힘들겠어요!”라는 인사말이다. 내가 아직도 대한변협 공보이사가 된 것을 모르는 사람도 적지 않고, 하물며 신문에 매주 글을 쓰는 것도 모르는 사람이 많은데 나를 알아보고 그런 덕담을 해주는 이들은 나에게 애정이 무척 많은 사람이다. 그래서 고맙지만 사실 멋쩍게 배시시 웃고 만다.

사실 내가 매주 ‘편집인의 편지’라는 이름으로 글을 쓰는 것은 순전히 나의 자발적인 행위이다. 아마 다음호부터 이 코너를 폐지해도 말리거나 슬퍼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심지어 매주 글을 쓰다 보니,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사람도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협회장도 나에게는 직접 이야기하지 못하고 홍보과장에게 간접적으로 ‘한 사람이 계속 신문에 글을 쓰는 것은 좋지 않다’는 의사표명을 하였다. 이에 굴하지 않고 내가 ‘편집인’으로 있는 동안 제목은 바뀌더라도 매주 글을 쓰려고 한다. 오늘은 내가 왜 마치 하나의 의식처럼 편집인의 특권을 최대한 활용하여 매주 글을 쓰고 있는지 그 이유를 한번 밝혀보려고 한다.

대한변협신문의 좋은 전통이 있다. 협회 상근직원이 아닌 한 신문에 글을 쓰면 원고료를 주는 것이다. 물론 직원이라고 하더라도 자기 업무가 아닌 일로 글을 쓰면 원고료를 준다. 유일하게 원고료를 받지 않는 글이 로펌에서 판례를 소개하는 코너와 로펌의 공익활동 소개이다. 내가 그들에게 신문을 위하여 무료로 해달라고 부탁을 해서 만들어진 예외이다.
따라서 나도 편집인의 편지를 쓰면 10만원 정도의 원고료를 받는다. 간혹 친한 사람들에게는 그 원고료 때문에 글을 쓴다고 말한다. 그렇지만 솔직히 그것이 내가 신문을 위하여 들이는 노력에 대한 작은 보답이라고 생각은 하지만 그것 때문에 글을 써야 할 정도로 내가 절박한 변호사는 아니다.
내가 편집인이 되어 신문에 매주 글을 쓰려고 마음을 먹고, 실천하는 이유는 나는 글을 쓰는 행위를 통하여 나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사람이고 신이 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편집인이 되어서는 사실 미리 계획한 것이 아니라 편집인의 편지를 쓰면서 편집방향과 내용에 대한 내 생각을 가다듬고, 애매한 문제점에 대한 해답을 찾는 경우가 많다. 즉, 나는 편집인의 편지를 쓰는 시간 동안은 온전히 신문을 만드는 것에 집중한다는 것이다. 일주일에 몇 시간이라도 무엇엔가 집중하는 사람은 행복하다.
지금은 중단했지만 7년간 홈페이지를 만들어 글을 쓴 적도 있고, 한때는 남들이 하는 블로그도 운영한 적이 있다. 요약하면 나는 기본적으로 글쓰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요즘은 대한변협신문이 나의 예전 홈페이지 구실을 하는 것이다. 물론 그래서 더욱 조심한다. 협회의 신문이 나의 신문이 되지 않게 하려고 말이다.
간혹 신문에 그렇게 많은 글을 쓰는데 그 글을 모아 책을 내든지 책을 낼만한 내용으로 글을 써보라는 제안을 받는다. 그렇지만 나는 그 정도의 재주는 없는 사람이고, 그런 곳에 나의 알량한 권한을 사용하고 싶지도 않다. 예전에는 나도 좋은 글을 써서 책을 출판하고 싶은 꿈이 있었다. 서문을 어떻게 멋있게 쓸까, 이 책을 누구에게 헌정할까 고민한 적도 있었다.

지금 읽고 있는 ‘(포토저널리스트) 정은진의 희망 분투기’란 책은 “이 책을 세상의 모든 약자에게 바칩니다”라고 시작하고 있다. 멋지지 않은가, 나도 그런 꿈이 있었다. 그렇지만 지금은 접었다. 서점의 책의 범람에 나도 일익을 담당할 정도로 뻔뻔하지 못하기 때문이고, 그런 정도의 책을 내는 것도 각별한 능력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책을 낼 마음도 없고, 원고료 욕심도 없으면서 매주 마치 빠지지 않고 주일성수를 하는 기독교 교인처럼 글을 쓰는 나의 행위의 핵심은 무엇일까 생각하다 보면 웃음도 나온다. 인간이란 누구든지 자신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살고 나에겐 그것이 ‘글 쓰면서 생각하기’인 것 같다. 바람이 있다면 나의 글쓰기와 그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대한변협신문이 조금이라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삶을 돌아보는, 삶을 뒤집어 보는, 삶의 방향을 조금 수정해 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2년간 매주 글을 쓰는 의식을 성실히 수행하다 보면 혹시 득도(得道)하여 변호사 안해도 먹고 살 수 있는 묘책이나 하나 찾아냈으면 좋겠다. 당신도 지금 가슴 설레는 일을 시작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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