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무실 책상이 너무 어지럽다. 8월에는 한번 깨끗이 정리해야지 마음먹고 미루다가 이번 주말에 사무실에 나왔다. 제일 많은 것이 법률신문과 우리 변협신문이다. 읽은 것, 안 읽은 것, 대충본 것, 봤으면서도 안 버린 것으로 정리를 하다가 포기하고 모두 모아 가방에 집어 넣는다. 신문을 만들어서인지 버리는 것이 쉽지 않다. 집에 가서 천천히 보겠다는 마음이다. 그 다음으로 눈에 띄는 것들이 내가 기증받은 책들이다. 사실 기증이라고 하지만 우리신문에 광고를 해주고 받은 것이 대부분이다. 나머지 한두권은 정말 뜻밖에 선물처럼 나에게 배달된 책이다. 오늘 그 책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박재희 교수의 두권의 책이 있다. 3분古典1과 2다. 그는 중학교 2학년때 내 짝꿍이다. 그땐 내가 더 잘나갔는데 요즘은 그가 더 잘나간다. 오랜기간 동안 보지 못하였고 TV에 얼굴이 나오고 책이 나오는 순간에도 서로 바쁘다고 못보다가 제일 섭외가 어려운 8월 포럼의 강사로 모실려고 만났다. 역시 어릴 때 친구는 30년 만에 만나도 며칠 만에 본 것처럼 편하고 좋다.

저자가 증정해준 전옥표님의 ‘빅픽쳐를 그려라’의 서문을 오늘에서야 읽는다. 그분의 딸이 로스쿨 출신 변호사이고, 내가 그 사실을 알고서 신문광고와 책기증을 부탁한 분이다. 150만부가 팔린 ‘이기는 습관’의 저자이다. 내 친구 박재희의 책이 30만부 팔렸다고 자랑했는데 위 책은 150만부가 팔렸다. 그것이 부러운 것이 아니라 삼성전자 임원을 은퇴하고 유명한 강사이자 저자가 된 그의 변신이 부럽다. 그가 사업가로 성공했으면 멀리 느껴졌을 것이고 선망해 하지 않았을 것이다. 자꾸 법조인 출신들의 자살소리가 들리는데 대부분 정치나 사업으로 외도했던 분들이다. 높이 날려다가 깊이 떨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소심한 나는 외도(外道)를 꿈꾸지 않고 이분 정도의 은퇴 후 소프트랜딩(soft landing)이 나의 길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이 책을 찬찬히 읽어보고 나의 빅피쳐를 그려봐야겠다. 큰 그림은 어린이나 젊은이만 그리는 것이 아니다. 우리 중년도(내가 벌써 중년이다)  큰그림을 그려야한다.

책의 서문과 끝부분, 목차만 보고 책꽂이에 꼽지도 못하고, 책상에 그대로 올려놓고 있는 책이 있다. 안천식 변호사의 ‘18번째 소송’이란 책이다. 안 변호사님과 인사한 적은 있지만 개인적으로 전혀 모르는 분이다. 이 책을 통하여 조금 알게된 것이다. 재판을 통하여 자기가 바라는 정의를 획득하지 못한 분이 어디 이분의 의뢰인, 이분뿐이랴! 하지만 무엇이 ‘무려 17차례나 진행된 토착민과 대기업간 부동산 관련 소송사건에 관해 담당변호사가 직접 쓴 소송일지이자 고백록’을 그에게 쓰게 했는지 편집인으로서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아직 책상에서 책이 갈길을 찾지 못하고 있다. 그와 만나서 맥주한잔이라도 해야겠다고 다시 마음먹는다.

최승재 교수의 ‘미국대법관이야기’는 책이 놀라운 것이 아니라 사람이 놀랍다. 내가 처음으로 시도한 책광고의 주인공이다. 요즘에는 법률신문에 ‘변호사뎐’을 쓰고 있다. 인권과 정의 편집위원으로 논문심사도 열심히 해주시고, 여러 곳에 학술 논문도 열심히 쓴다. 서울회의 국제이사로도 활약하고 있다. 혹자는 나 보고도 정말 열심히 바쁘게 산다고 하는데 최승재 변호사를 보면 절정고사다. 잘난 놈은 계속 잘나게 밀어주고 칭찬해주어야 한다. 건강 유지하면서 지금처럼만 살라고 덕담을 해주고 싶다.

사실 내가 제일 아끼는 기증도서가 있다. 변호사가 아닌 지인이 보내준 책이다. 요즘말로 스펙이 별로인데 삼성화재보험 임원까지 되신 분이다. 주위 분들에게 이런 책을 선물하시는 혜안이면 충분히 임원이 될만하다. 그 책의 제목은 교육과학기술부 발행 ‘3학년 1학기 도덕’ 교과서이다. 애들이 교과서 사는 기간이 지나면 싸게 교과서를 살수 있다고 한다. 3학년 교과서에 우리가 살면서 배우고 실천할 것들이 다 들어 있다는 것을 50이 넘어 실감하고 지인들에게 선물한단다. 받아보니 흐믓하고 기분이 좋다. 바른 몸가짐을 하고, 가족과 이웃을 사랑하고, 나라 사랑하라는 흔하디 흔한 말들이다. 이상하게  초등3학년 교과서로 그 흔한 말들을 들으니 귀에 쏙쏙 들어온다. 그런 믿음을 주는 신문을 2년간 만들고 싶다.

 


 

저작권자 © 법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