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대법원은 국내 절도단이 일본 관음사에서 우리나라로 훔쳐온 고려시대 금동관음보살좌상의 소유권이 관음사에 있다고 판결했다(2023다215590). 

준거법인 일본 민법에 따라 관음사가 법인격을 취득한 1953년부터 20년이 지난 1973년 취득시효가 완성됐다는 이유다. 법원은 왜구가 불상을 약탈해 일본으로 불법 반출됐을 가능성이 있더라도, 점유취득시효 규정 적용은 배제되지 않는다고 봤다.

판결이 나오자 곳곳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훔쳐간 것을 훔쳐왔는데 그걸 다시 돌려주는 게 맞느냐는 논리였다. 불상의 원 소유주인 서산 부석사는 말할 것도 없고 각계에서 문제를 제기했다.

법조계에서는 확정 판결에 따라 일단 일본에 불상을 돌려주는 것이 타당하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비록 우리 문화재라 하더라도 법리에 따른 대법원의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는 취지다. 사태의 당부당(當不當)을 떠나 판결의 권위가 흔들리면 법치주의는 파괴될 수밖에 없다.

불상 반환 문제는 이제 사법의 손을 떠났다. 불의(不義)를 저질렀다고 해서 똑같은 짓을 저지를 수는 없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처럼 끝없는 '혐오의 악순환'에 한일 관계를 묶어 두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정치 갈등에 기생하는 양국의 분열세력에 힘만 실어주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이제는 사법을 넘어 더 큰 영역에서의 합의가 필요한 단계다. 2심에서 언급한 것처럼 '유니드르와(UNIDROIT) 협약'과 같은 국제협약에 따라 다시 불상을 되찾아올 수도 있다. 물론 최선은 우리가 실정법에 따라 반환한 불상을 관음사가 다시 원 소유주인 부석사에 돌려주는 상황일 것이다. 그러면 양국이 얽히고설킨 구원(舊怨)을 씻고 증오와 갈등이 아닌 화해와 협력의 방향으로 새롭게 나갈 수 있다.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 우리가 약탈 당했던 문화재를 다시 돌려주며 손을 내밀면 일본도 이에 상응하는 성의를 보여야 한다. 일본 정부가 되었든, 관음사가 되었든 결단을 해야 한다. 한일 양국이 한 걸음씩 다가와 새로운 화해의 출발선에 서야 미래 세대가 과거의 잘못을 반복하지 않는다. 

불의(不義)한 상황을 해소하기 위한 불의(佛意)를 보여주기를 기대해본다 

/임혜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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