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발적 채용에 발맞춰 추가 사무공간을 확보한다, 입사자의 회사적응을 제도적으로 지원한다, 코로나 확산세에 대응해 사내에서 점심도시락을 제공한다. 법무와 경영지원업무를 함께 담당 중인 나의 업무 리스트다. 덥썩 손들고 자원한 일들이다. 비록 알뜰살뜰한 살림꾼은 못 되지만, 주부 내공을 사내에서 발휘할 절호의 찬스라 생각했다. 이에 생활인으로서 직관과 센스를 적극 활용하기 시작했다. 예컨대, 도시락을 도입할 때 몇 군데 외부업체를 만나보고 믿음이 가는 곳, 그리고 음식 간이 너무 세지 않고 정갈한 곳을 선택하는 식으로. 이왕이면 업체별 시장 평판도 조회하고 타 기업 사례도 벤치마킹하고 싶었지만 관련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다. 아, 이래서 경영지원업무는 법무와는 달리 데이터보다는 ‘직관’을 활용해야 하는구나.

실제로 법무는 하늘 아래 새로운 케이스가 없다고, 참고할 자료가 주변에 늘 많다. 판례, 주석서, 논문, 블로그 글, 거기에다 로펌들은 내부 데이터 베이스를 통해 과거 기록까지 축적해 놓고 있으니, 모든 업무의 실마리는 데이터에 있었다. 그런데, 경영지원업무를 처음 시작하면서 내 눈에 들어오는 데이터가 없다 보니, 직관에 의존할 수밖에! 그나마 다행인 것은 법무를 통해 직관력이 꽤 길러진 상태라는 것이다. 직관의 힘이 가장 필요한 것이 법무인 만큼….

한편, 직관에만 의존해 도시락 시스템을 도입하다 보니, 초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았다. 다행인 것은, 운영하다 보니 나만의 ‘데이터’가 축적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예컨대, 직원 피드백을 통해 건강한 식단만큼이나 다양한 메뉴선택권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MZ세대의 식성이 나와 다르다는 것도). 외부업체와 협력하는 과정에서 이런 부류의 소싱을 해 주는 플랫폼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됐다. 막상 시스템을 운영하는 과정에서는 직원들의 메뉴선정 데이터를 취합해 향후 운영에 반영할 수 있음 또한 알게 됐다. 이처럼 매일 새로운 데이터를 접하다 보니, 도시락 시스템 또한 그에 맞춰 매일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일종의 사훈에 해당하는 RIDI CODE에는 ‘데이터와 직관을 동시에 활용한다’는 원칙이 있다. 실제로 강약은 다르지만, 모든 업무에는 데이터와 직관이 동시에 필요한가 보다. 특히 데이터의 경우, 법무에서는 당연한 전제로 일했다면, 경영지원업무에서는 유의미한 데이터를 일상에서 얼마나 추출할 수 있느냐가 바로 실력인 듯하다. 법무든 다른 업무든, 내가 두 가지 무기를 적절히 활용하고 있는지 계속 짚어보게 된다. 한 손에는 데이터를, 한 손에는 직관을!

 

 

/임은수 변호사

서울회·리디 주식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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