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지금까지 변론한 총44건의 국민참여재판 경험에 비추어보아 국민참여재판 신청을 고려해 볼 만한 사건의 유형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 무죄 또는 심신미약을 주장하는 사건
피고인이 무죄를 주장하는 사건은 국민참여재판의 장점을 십분 활용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사건 유형입니다. 변호인은 변론준비기일에서 폭넓은 증거신청을 할 수 있고 배심원들에게 무죄추정의 원칙과 증거에 대한 엄격한 평가를 강조할 수 있습니다. 특히 성범죄처럼 피해자진술이 유일한 증거인 사건의 경우, 법관은 피해자의 진술을 믿을 수 없다는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피해자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하지 않는데 반하여 배심원들은 피해자의 진술을 믿을 수 있는 추가적인 사정 또는 증거를 요구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따라서 성범죄 중 피해자가 피고인을 무고하거나 피해를 과장하는 것으로 보이는 경우 국민참여재판 신청을 검토해 볼 가치가 있습니다. 또한 배심원들은 서류형태의 증거보다는 법정에서 현출되는 직접증거들을 더 중요하게 느끼므로 검사작성 피의자신문조서나 진술서에서 자백을 한 사건이라 하여도 다른 정황으로 무죄주장이 가능한 사건은 통상절차보다는 국민참여재판이 더 적합하다고 할 것입니다.

피고인의 심신미약을 주장하는 사건의 경우 국민참여재판에서는 피고인에 대한 정신감정 신청을 대부분 받아들이고 있으며 주치의나 전문가를 증인 또는 전문심리위원으로 신청할 수 있으므로 통상재판보다 변론의 기회가 풍부합니다. 그리고 실제로 통상재판보다 심신미약 주장이 받아들여지는 비율이 높습니다.

2. 양형사유가 풍부한 사건
국민참여재판에서는 피고인에 대한 판결전 조사가 이루어지고, 양형증인을 신청할 수 있으므로 양형사유가 풍부한 사건은 통상절차보다 국민참여재판이 더 유리하다고 할 것입니다. 특히 법원의 양형기준이 아닌 파격적인 선고결과를 원하는 경우 국민참여재판이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공소사실은 모두 인정하나 치료감호 청구, 전자장치부착명령 청구 및 신상정보 공개고지명령 청구만 다투는 사건유형의 경우 통상절차에서는 이러한 청구가 기각되기 매우 어려우므로 국민참여재판을 통하여 적극적으로 다투어보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변론사례로 서울북부지방법원 2013고합100사건의 경우 피고인이 유해화학물질관리법(환각물질흡입)으로 실형 및 여러번의 치료감호를 선고 받은 전과가 있음에도, 누범기간에 재범하여 기소된 사건입니다. 피고인이 공소사실을 인정하나 치료감호청구만을 다투므로, 파격적인 판단이 필요한 사건이라는 생각에 국민참여재판 신청을 권유하였습니다. 공판절차에서 피고인의 어머니는 피고인이 출소한 이후 약 8개월 동안 부탄가스를 끊고 직장에 다니며 열심히 생활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증언을, 피고인의 주치의는 피고인이 단약모임에서도 모범적인 단약생활 및 사회적응에도 성공한 드믄 케이스이며, 모든 중독환자들은 단약을 잘 하다가도 일시적으로 의지가 약해져 재범하기가 쉬운데 이럴 때는 빠른 시기에 다시 사회로 돌아가게 해야지 사회로부터 장기간 격리하는 것은 오히려 피고인의 사회적응을 어렵게 하여 단약의지를 꺾는 일이 된다는 취지의 증언을 하였습니다.

필자 또한 최후변론에서 이 사건은 피고인이 일시적으로 실수를 한 것이므로 최대한 빨리 직장으로 복귀하여 정상적인 사회생활로 돌아가야 하는 단계라는 점을 강조하였습니다. 이에 배심원들은 만장일치로 치료감호청구를 기각하는 평결을 그리고 다수가 벌금 1000만원의 양형의견을 제시하였으며, 재판부는 배심원들의 의견을 존중하여 피고인에 대한 치료감호청구를 기각하고 벌금 1000만원을 선고하였습니다.

3. 피고인이나 가족이 국민참여재판을 원하는 사건
국민참여재판은 그 특성상 공판의 모든 절차 및 증거가 누구나 알기 쉽게 설명되므로 피고인과 그 가족들은 범행이나 피해자의 피해정도를 정확히 알게 되어 대체로 판결을 쉽게 수긍하고 받아들입니다. 또한 변호인과 피고인, 양형증인으로 출석한 가족이 피고인의 입장을 이야기할 충분한 기회가 주어지므로 재판 자체에 대한 만족도가 매우 높습니다. 따라서 변호인은 피고인이나 가족들이 국민참여재판을 원한다면 굳이 통상절차를 권할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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