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월 1일부터 시행되기 시작한 국민참여재판은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이하 ‘참여법률’) 제정 당시에는 그 대상이 고의로 사망의 결과를 야기한 범죄, 강도 및 강간이 결합된 범죄, 강도 또는 강간에 치상·치사가 결합된 범죄, 일정범위의 수뢰죄 및 합의부 관할 사건 중 대법원규칙이 정하는 사건으로 한정돼 있었습니다. 그러나 국회가 참여법률을 개정하여 대상사건을 법원조직법 제32조 제1항에 따른 전체 합의부 관할사건으로 확대하면서 2012년 7월 1일부터 모든 형사합의부 사건의 피고인은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형사합의부의 국선전담변호사로 일하고 있는 필자에게는 국민참여재판 대상사건의 확대가 큰 변화를 가져왔는데, 우선은 모든 피고인들에게 국민참여재판이 무엇인지에 대하여 설명을 하고 이해시킨 후 신청의사를 확인해야 했고, 이후 국민참여재판 신청이 급증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필자가 변론한 2012년 3월 1일부터 2013년 8월 28일 현재까지 총 38건의 국민참여재판 사건 중 서너건 외에는 모두 2012년 7월 1일 이후 신청된 사건이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에서 주인공인 국선전담변호사가 국민참여재판을 진행하는 모습이 여러번 반영된 이후에는 또 다른 변화의 기운이 감지되고 있습니다. 배심원선정기일에 출석하는 배심원후보들의 출석율이 필자의 체감상 1.5배 이상 높아졌고, 드라마를 보면서 배심원을 꼭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답변하시는 분들이 많아졌습니다. 또 드라마를 통해 ‘무죄추정의 원칙’이나 ‘합리적 의심’에 대하여 충분히 이해하고 계시는 후보들도 많아졌습니다. 무엇보다도 이전에는 대부분의 국민참여재판이 국선전담변호사에 의하여 진행되었던 것과는 달리 사선변호인께서 신청하시는 사건이 한건 두건 눈에 띄기 시작하였다는 것이 가장 큰 변화인듯합니다.

작년에 필자가 처음 국민참여재판 변론을 맡기 시작했을 때 가장 큰 고민은 혹시나 피고인에게 통상재판보다 더 불리한 결과가 나오면 어쩌나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는 지금 국민참여재판 신청을 고민하시는 모든 형사변호인들의 공통된 고민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필자는 국선전담변호사이므로 대부분의 사건이 피고인이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하기를 희망하는, 때로는 강력히 원하는 사건이었으므로 변호인에게 크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는 특수한 면이 있었고, 범죄의 종류도 살인죄 강도죄 방화죄와 같은 중대한 범죄부터 특가법위반(운전자폭행등) 공직선거법위반 도로교통법위반(음주운전)까지 매우 다양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과연 국민참여재판이 통상재판보다 불리한 것인가를 살펴보는 데 있어서 필자가 수행했던 사건들의 통계를 살펴보는 것이 어느 정도 의미가 있을 것이란 생각에 필자가 저술한 졸저 ‘국민참여재판 변론기술‘ 집필 당시 통계를 인용하고자 합니다.

필자가 당시 총 33건의 국민참여재판을 마친 후 통계를 내보니 총 33건 중 무죄는 3건(전부무죄율은 9.09%), 무죄, 일부무죄, 공소장변경 된 사건은 10건(무죄율 30%)이었습니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공소기각을 포함하여 무죄주장을 하였던 8건의 사건 중 3건이 무죄판결로 나왔으며(무죄 성공률 37.5%), 일부무죄를 주장하였던 사건 13건 중 공소장변경, 이유무죄를 포함하여 일부무죄판결이 나온 사건은 7건(일부무죄 성공률 53.8%), 심신미약을 주장하였던 9건의 사건 중 6건에서 심신미약이 인정(성공비율 66.6%)되었습니다. 순수하게 양형만을 주장하였던 5건의 사건 중에서 구형의 1/2 이하 또는 집행유예 판결을 받은 것이 4건으로 (필자의 기준 상) 양형주장성공율은 80%에 이릅니다. 전체 33건의 사건 중에서 구형의 1/2 또는 집행유예 판결을 받은 사건이 25건으로 75.7%에 이르는데, 이는 통상절차와 비교하여 불리하다고 볼 수 없는 수치라 생각됩니다.

물론 국민참여재판에서 검사의 구형이 통상절차보다 약간 높은 경향이 있기는 하나, 이미 언급했듯이 필자가 수행한 사건들은 대부분 변호인과의 상의를 통하여 국민참여재판 신청이 유리하다는 판단 하에 신청된 사건이 아니라는 특수한 점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변호인들의 숙고 끝에 국민참여재판을 선택한 사건에 있어서는 통상절차보다 불리하지 않은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잠정적인 결론을 조심스레 내려봅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법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