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참여재판의 특성 중 형사변호인에게 가장 의미 있는 부분은 변론권을 충분히 행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먼저 국민참여재판은 증거신청 측면에서 통상절차보다 폭넓은 증거방법이 채택되고 있습니다. 통상절차는 여러 기일로 나누어 진행이 되므로 변호인은 재판의 진행 과정에 따라 필요한 증거방법을 추가로 신청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국민참여재판의 경우 공판준비절차에 실권효가 있으며, 설사 공판기일 진행 도중 새로운 증거를 신청할 필요성이 밝혀진다 해도 2회 공판기일을 잡지 않는 한 시간상 추가증거신청이 어렵습니다. 따라서 재판부는 국민참여재판의 이러한 특성을 감안하여 변호인이 아직 밝혀지지 아니한 사실을 가정하여 필요한 증거를 신청한다고 하더라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으므로 통상절차보다 폭넓은 증거신청이 가능합니다. 또한 통상절차에서 양형자료는 탄원서와 참고자료를 제출하는 정도에 그치나 국민참여재판에서는 기본적으로 보호관찰관에 의한 ‘판결전조사’ 및 양형증인 1인을 채택하고 있어 통상절차보다 양형을 위한 절차가 보장되고 있습니다.

다음으로 국민참여재판 공판 절차에서는 검사의 공격에 대해 변호인이 방어를 할 수 있는 기회와 시간이 검사와 거의 대등하게 주어집니다. 이는 통상절차에서 변호인은 법정에서는 모두진술과 최후변론을 간단히 할 뿐이고 주로 서면으로 의견을 제출하는 것과 큰 차이가 있습니다. 이러한 변론기회는 배심원선정기일부터 모두진술, 증인신문, 증거조사, 피고인신문, 그리고 최후변론까지 계속되므로, 위 모든 절차에서 변호인이 검사의 주장에 대하여 효과적으로 반박하는 것이 반복된다면 배심원들은 시간이 갈수록 변호인의 주장에 동조하게 될 것입니다.
특히 최후변론의 경우, 증인신문이나 피고인신문에서는 검사가 재주신문을 할 수 있는 것에 비해 변호인의 변론 이후에 검사가 다시 의견을 진술할 수 없으므로 가장 마지막에 진술하는 쪽이 피고인 측이라는 엄청난 장점을 누릴 수 있습니다.

변론사례로 최근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한 서울북부지법 2013고합256 공용건조물방화미수사건을 간략히 소개하고자 합니다. 이 사건은 피고인이 민원때문에 방문한 공용건조물의 경비원들이 출입을 막자 안으로 들어가게 해달라며 휘발유 두통을 사와 자신의 몸에 뿌린 후 라이터로 두번 불을 켜려고 시도함으로써 공용건조물에 불을 지르려다 미수에 그쳤다는 사실로 기소된 사건이었습니다. 예비적으로 공용건조물방화예비죄가 추가적으로 병합되었는데 변호인은 피고인이 애당초 건물에 불을 지르려고 한 것이 아니라 분신하는 척하여 담당자를 만나려고 하는 의도밖에 없었으며, 발화 또는 점화가 없어서 실행의 착수에 이르지 아니하였다는 주장을 하였습니다.

우선 변호인은 피고인에게 업무방해죄나 협박 정도의 잘못은 있으나 방화의 고의는 없었다는 판단 하에 배심원선정절차에서 “폭행으로 기소된 사건에서 CCTV를 확인해보니 폭행을 한 사실은 없고 절도를 하는 것이 확인되었을 때 유무죄 판단 여부”를 질문하여 불고불리원칙을 강조하였습니다.

그리고 주위적공소사실인 공용건조물방화미수죄에 있어서 검사 측이 관련 CCTV 화면에서 피고인이 라이터를 켜려고 시도하는 순간 화면에 나타난 붉은 화소들을 지적하며 불꽃이 있었다고 주장했으나, 변호인이 증거에 대한 의견을 진술하는 절차에서 같은 CCTV 화면의 다른 부분에서도 시시각각 화소들의 색깔이 변화하는 것을 지적하며 이러한 CCTV 화질에서는 단순히 붉은 화소가 나타났다고 하여 불꽃이 있었다고 판단할 수 없으며 오히려 당시에 바로 앞에서 라이터를 빼앗았던 증인은 불꽃을 보지 못했다고 증언하였음을 다시 한 번 환기시켰습니다.

예비적 공소사실인 공용건조물방화예비죄에 대하여 방화의 목적이 없음을 주장하기 위하여 변호인은 증인신문 및 증거에 대한 의견진술절차, 피고인신문절차에서 피고인에게 유리한 CCTV 화면 및 녹음 파일을 반복적으로 재생하여 피고인이 사온 휘발유는 500ml 물통 두개에 불과하며 대부분 건물 밖에서 일어난 일이고 피고인이 건물에 불을 지른다는 말이나 행위를 한 적이 없다는 것을 강조하였습니다. 최후변론에서는 배심원선정절차에서 했던 질문을 다시 한 번 언급하며 피고인이 비록 악성민원인이고 그 행위가 다른 범죄로 처벌받을 만하더라도 공용건조물방화미수나 예비죄는 아니라고 변론하였으며 결국 배심원들의 만장일치로 무죄 평결 및 무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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