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심원후보들은 국민참여재판 당일에 처음 법정에 와본 경우가 많습니다. 이전에 형사사건에 연루되었거나 법학을 공부하였거나 관련 직종에 있는 사람들은 배심원후보군에서 배제되기 때문에 대부분은 재판 당일에 무죄추정의 원칙, 검사의 입증책임 및 정도, 증거재판주의 등의 용어도 처음 들어보게 됩니다.

배심원 후보자들에게 “우리나라 형사재판의 무죄율이 어느 정도 될 것 같으냐”는 질문을 하면 대부분이 “30%~60% 정도는 무죄가 나오지 않겠느냐”는 대답을 합니다. 이는 일반인들이 평소 ‘형사재판을 하면 유죄도 나오고, 무죄도 나오겠지’라는 막연한 생각을 하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배심원 후보자들에게 우리나라 통상재판의 무죄율이 헌법재판소의 위헌 판결에 의한 재심에 의하여 일시적으로 높아진 때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2% 이하이며, 국민참여재판의 경우에도 8.4%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려주면 매우 놀랍다는 반응을 보이는데, 기본적으로는 배심원후보들이 법관보다 무죄의 ‘심증’은 더 크다고 할 것입니다.
하지만 무죄가능성에 대한 막연한 생각 외에 무죄추정의 원칙이나 검사의 입증책임, 증거에 의한 재판에 대하여 사례 위주로 질문을 하기 시작하면 변호인의 기대와 다른 반응이 속출합니다.

‘검사가 증거를 전혀 제출하지 못하였을 때’나 ‘동종의 전과가 유일한 증거일 때’ ‘유죄를 입증하기에 현저히 부족한 증거가 제출되었을 때’ ‘유죄인지 무죄인지 애매할 때’에도 “검사가 이유 없이 피고인을 기소하였을 리는 없다”는 이유를 들어 피고인에게 유죄를 선고하겠다는 배심원후보들이 종종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는 배심원후보(일반국민)들의 기본적인 성향이라기보다는 평상시 전혀 접해보지 않은 형사소송법의 원칙들을 짧은 시간 안에 명확히 이해하기란 힘들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변호인이 이 부분을 설명하고 강조하다 보면 대부분의 배심원후보자들이 원칙을 이해하고 정답을 이야기하게 됩니다.

정작 배심원후보자들의 성향은 다른 답변에서 발견됩니다. 바로 “피해자의 진술이 유일한 증거일 때 피해자의 진술이 믿을 만 하다면 피고인을 유죄로 인정할 수 있겠는가”라는 검사의 질문에 상당수의 배심원후보자들이(때로는 과반수 이상이) “피해자의 진술만으로는 피고인의 유죄를 인정할 수가 없으며 다른 증거가 더 필요하다”는 대답을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후보자들은 검사의 설명 및 교육에 의해 기존 답변을 번복하였더라도 배심원이 된 후 같은 성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러한 성향은 폭행죄나 강도죄 등 폭력범죄보다는 성범죄에 있어 두드러지게 나타납니다. 피해자의 진술이 유일한 증거인 경우가 많은 성범죄의 경우 거의 예외 없이 유무죄에 대하여 만장일치를 이루지 못하여 평의 시간이 길어지며, 결국 일부 사건에서는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하여 무죄 평결이 나오기도 합니다.

서울북부지법 2013고합28 강간치상사건에서는 배심원 9명 중 7명이 무죄평결을 하였고 2013고합24 성폭법위반(장애인강제추행) 사건에서는 만장일치로 무죄평결이 나온 바 있습니다.

변호인 최후변론 당시 배심원들의 반응, 평결결과, 선고 후 대담절차에서의 그림자배심원 의견 등을 종합해보면, 성범죄에 있어 피해자의 진술을 신뢰하지 못하는 성향은 남성배심원(그림자배심원 포함)들보다 여성배심원들에게서 더 강하게 나타납니다.

이는 배심원들 스스로의 경험에 비추어보아 여성배심원들은 성문제에 있어서 피해자인 여성이 거짓말을 할 가능성에, 남성배심원들은 피고인인 남성이 거짓말로 변명을 할 가능성에 관심의 초점을 맞추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조심스런 추측을 해봅니다.

따라서 국민참여재판의 경우 변호인이 무죄추정의 원칙, 검사의 입증책임 및 그 정도, 증거재판주의에 대하여 배심원들에게 효과적으로 설명하고 강조한다면 검사에게 통상절차보다 더 높은 정도의 입증을 요구하는 결과가 될 것이며, 특히 성범죄에 있어 피해자의 진술이 유일한 증거일 때에는 통상절차보다 유리한 평결(판결이 아님)의 가능성이 있다고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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