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소 5년 3개월 만에… 서울중앙지법, 5일 선고

전교조 법외노조 소송 정부 서류 대필 등 유죄

강제징용 재판 개입·사법부 '블랙리스트' 무죄

재판 넘겨진 14명 전·현직 판사중 세번째 유죄

검찰 "관련 사태 핵심 책임자"… 징역 7년 구형

사진: 서울중앙지법
사진: 서울중앙지법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기소된 지 약 5년 3개월 만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1부(김현순·조승우·방윤섭 부장판사)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임 전 차장에게 5일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2018고합1088).

재판부는 임 전 차장이 2014년 △행정처 심의관에게 법원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효력정지 신청을 받아들인 것의 문제점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혐의 △고용노동부의 관련 소송서류를 사실상 대필하고 사건을 맡은 대법원이 이를 접수하는 데 관여한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또 2015년 행정처 심의관에게 △홍일표 전 자유한국당 의원을 상대로 제기된 사해행위 취소소송의 내용을 검토하도록 지시한 혐의 △통합진보당 지방의원에 대한 제소 방안 검토를 지시한 혐의도 유죄로 판단했다.

아울러 각급 법원 공보관실 운영비 명목의 예산 3억 5000만 원을 현금화해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 대다수도 유죄라고 봤다.

다만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일본 기업 측 입장에서 재판 방향을 검토하고 외교부 의견서를 미리 받아 감수해 준 혐의 △특정 법관에게 인사 불이익을 주기 위한 '사법부 블랙리스트' 작성과 실행에 가담한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임 전 처장은 사법행정권을 사유화해 특정 국회의원과 청와대 지원에 이용했다"며 "사법부 독립이라는 이념은 유명무실하게 됐고,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국민 신뢰가 저해된 데 이어 법원 구성원들에게도 큰 자괴감을 줬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도 △임 전 처장이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오랜 기간 질타를 받은 점 △5년 동안 혐의를 벗기 위해 수많은 시간과 비용을 소비해야 하는 사회적 형벌을 받은 점 △500일 넘게 구금된 점을 유리한 정상으로 제시하며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임 전 차장은 과거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상고법원 추진 등 법원 위상 강화 및 이익 도모 △대내외 비판세력 탄압 △부당한 조직 보호 △비자금 조성 등을 하려 한 혐의로 2018년 11월 구속 기소됐다.

지난해 11월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임 전 차장에게 징역 7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임 전 차장은 수차례의 조사에서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의 핵심 책임자로 지목되고 있다"며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임 전 차장은 대부분 범죄사실의 기획·실행에 깊이 관여했다"고 말했다.

이에 임 전 차장은 최후진술에서 "공소장 곳곳에 신기루와 같은 허상과 과도한 상상력에 기인한 주관적 추단이 난무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엄격한 형사법상 증거법칙에 따라 증명되는 사안의 실체를 파악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판결을 내려달라"고 재판부에 호소했다.

이날 판결에 따라 임 전 차장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전·현직 법관 14명 중 세 번째로 유죄 선고를 받았다.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은 2심에서 벌금 1천 500만 원을, 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은 2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2021노546). 이 사건은 현재 대법원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한편 임 전 차장과 공모해 사법행정권을 남용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양 전 대법원장은 지난달 1심에서 47개 혐의에 대해 전부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하급자들의 일부 직권남용죄가 인정될 수는 있으나, 검찰이 제시한 증거만으로는 양 전 대법원장의 범행 공모 혐의를 입증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권영환 기자

저작권자 © 법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