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교사에 벌금 선고한 원심 파기환송

"교사 발언, '공개되지 않는 대화'에 해당"

아동학대를 의심한 학부모가 자녀 가방에 몰래 녹음기를 넣어 교사의 발언을 녹취했다면, 해당 녹음 파일은 증거로 인정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수업시간 중 발언은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 대화'이므로 증거능력이 부정된다는 취지다.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11일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으로 기소된 교사 A씨에게 벌금 50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동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2020도1538).

A씨는 2018년 3월부터 5월까지 자신이 담임을 맡고 있던 초등학교 3학년 학생 B군에게 "학교 안 다니다 온 애 같아", "공부 시간에 책 넘기는 것도 안 배웠어", "구제불능이야", "바보짓 하는 걸 자랑으로 알아요"라고 말하는 등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의 발언 내용은 아동학대를 의심한 B군의 부모가 B군 가방에 넣어둔 녹음기를 통해 확인됐다. B군 부모는 이를 경찰에 증거로 제출했다.

1·2심 법원은 녹음 파일의 증거능력을 인정해 A씨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원심은 "초등학교 3학년인 B군은 담임의 행위에 스스로 법익을 방어할 능력이 없었고 B군의 부모 또한 A씨 학대 행위를 의심할 만한 정황이 있어 녹음하게 됐다"며 "초등 교육의 공공성과 A씨 발언이 30명 정도 학생들이 있는 가운데 이뤄진 것을 고려하면 교실의 대화가 공개되지 않은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다"고 봤다.

그러나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피해 아동의 부모가 몰래 녹음한 수업시간 중의 A씨 발언은 '공개되지 않은 대화'에 해당한다"며 "녹음파일은 통신비밀보호법에 따라 증거능력이 부정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수업 시간 중 교사의 발언은 교실 내 학생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으로, 일반 공중이나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된 것이 아니"라며 "대화 내용이 공적인 성격을 갖는지, 발언자가 공적 인물인지 등은 '공개되지 않은 대화' 여부를 판단하는 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박도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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