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변호사자격 2차시험 면제 주도한 최영훈 변호사 인터뷰

서울대 조기졸업… 경영학 석사과정 중 "법조인 되겠다" 결심

대형로펌서 중재 등 국제업무 시작… 글로벌재보험사로 이직

외국법인과 보험계약 등 업무에서 한계 느껴 영국변호사 공부

변협과 국가평가승인 추진… "한국변호사가 더 많은 역할하길"

SQE2 면제받은 최초 변호사… 대한변협 우수변호사상도 수상

△ 사진= 오인애 기자
△ 사진= 오인애 기자

"변호사는 계속 배우는 직업이라고 생각합니다. 국내 기업이 세계로 뻗어 나가는 만큼 변호사업무 또한 점차 국제적으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이미 충분한 자격을 갖춘 한국변호사들이 영국법을 공부하고, 개선된 영국 변호사 자격취득 제도에 따라 신속하게 자격을 취득함으로써 더 많은 역할을 수행하는 데 조금이나마 기여하고 싶었습니다."

최영훈(변호사시험 5회) 변호사는 국내변호사의 영국 변호사 자격 취득 과정을 단축시킨 주역이다. 서울의 코리안리재보험 회의실에서 만난 그는 부드러운 인상과 말투 속에서도 마음먹은 일은 해내고야 마는 뚝심이 느껴지는 인물이었다.   

최 변호사는 서울대 경제학부를 3년 만에 졸업하고 같은 대학에서 경영학 석사과정을 하던 중 법조인이 되기로 결심했다. 사회 모든 분야의 근간에 법이 놓여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어떤 분야든 전문가가 되려면 법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실무를 경험한 지금은 그 생각이 더 공고해졌습니다. 특히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서는 법률 분석에 근거한 거시적인 결정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변호사가 된 후에는 국제 영역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첫 직장인 법무법인 태평양에서는 국제중재팀과 금융그룹 보험해상팀에 소속돼 국내외 중재를 포함한 다양한 크로스보더 업무를 수행했다. 현재는 코리안리 사내변호사로서 △회사가 당사자인 국내외 소송, 중재 대응, △국내계약 및 준거법이 영미법인 계약·보험증권 검토, △기업지배구조, 사업전략에 따른 법적 리스크 검토, △금감원, 공정위, 검찰 등 조사대응 등 업무를 맡아 수행하고 있다.

"글로벌 재보험사에서 근무를 하다 보면 의외로 대한민국 변호사의 업무 범위가 제한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외국 당사자들과 대등하게 논의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영어를 잘하는 한국 변호사가 아니라 영국법 및 법체계에 능통한 사람이 돼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 사진= 오인애 기자
△ 사진= 오인애 기자

기존에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타 권역의 변호사들이 영국변호사 자격을 취득하려면 별도의 QLTS(Qualified Lawyers Transfer Scheme) 과정을 거쳐야 했다. 그러나 2021년 8월 이후 SQE(Solicitor Qualifying Examination)로 단일화됨에 따라 외국 변호사도 SQE를 통해 영국변호사 자격을 취득할 수 있게 됐다.

다만 응시자가 이미 다른 권역의 변호사 자격을 소지한 경우, 국가평가(State assessment)와 개인심사를 통해 SQE2(2차 시험)를 면제받을 수 있다. 국가평가가 완료된 국가의 변호사들은 일정요건만 충족하면 2차 시험을 면제받을 수 있어 자격 취득에 따른 비용과 노력, 시간을 대폭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얼마 전까지도 우리나라 변호사들은 이 혜택을 누리기 어려웠다. 국가평가가 선행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저는 당연히 SQE 1차, 2차를 같이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함께 시험을 준비하던 일본 변호사에게 '일본은 국가평가를 통과해 SQE1만 합격해도 자격 취득을 할 수 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국가평가는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모두 불확실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도 누군가 국가평가를 받아 두면 향후 다른 변호사분들에게도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에 바로 영국변호사협회에 연락했습니다. 권역국가에 대한 평가이므로 개인 변호사로서 진행하는 데는 한계가 있어 대한변호사협회와 협업했습니다. 저희 팀장님, 법무법인 태평양의 박윤정 영국변호사님, 김앤장 법률사무소의 권재하 영국변호사님 등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최 변호사는 대한변협 국제팀과 함께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약 반 년간 영국변호사협회와 적극 소통하며, 대한민국 법학교육시스템, 법률시스템, 변호사에게 요구되는 법조윤리, 변호사가 수행할 수 있는 업무범위 등에 대해 적극 어필했다. 그 결과 우리나라 변호사들도 일정요건만 확인하는 개인심사를 통과하면 SQE2를 면제받을 수 있게 됐다. 이 일로 지난달 13일 변협에서 우수변호사상도 받았다.

그는 SQE2를 면제받아 영국변호사가 된 최초의 한국 변호사다. 코리안리에서 영국변호사 자격 취득을 위한 적극적인 지원을 받아 개업증명서(Practicing Certificate) 발급단계까지 완료해 사무변호사(Solicitor)로 활동할 수 있다.

"외국 변호사, 언더라이터, 브로커 등과 협의할 때 준거법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의견을 피력하면 훨씬 무게감이 실립니다. 대륙법계와 영미법계의 차이 등에 대한 지식도 외국 관계자와 의사소통할 때 도움이 되고요."

△ 사진= 오인애 기자
△ 사진= 오인애 기자

최 변호사는 한국 변호사이자 영국 변호사로서 본인이 속한 조직에 더 큰 기여를 할 수 있는 전문가가 되고자 한다. 이를 위해 향후 해외에서 변호사 실무를 경험하거나 회사에서 지원해주는 유학프로그램 등을 활용할 계획이다. 

"국제중재와 해외소송 뿐만 아니라 준거법이 외국법인 계약 검토와 자문, 컴플라이언스, 자금세탁방지(Anti-Money Laundering) 등 관련 업무에서 영국 변호사 자격을 활용하면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스스로의 역량을 강화하면서 제가 속한 회사의 발전을 함께 도모하고 싶습니다."

/임혜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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