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검찰 "이첩보류 어겼으니 항명죄 해당" 구속영장 청구… 기각

"모든 발언이 '명령'은 아냐… '군사상 의무 관련성'이 핵심일 것"

"해병대 수사단, 조사기관에 불과… 경찰 등에 바로 이첩했어야"

 △ 14일 공수처에 출석한 박정훈 대령(왼쪽)
 △ 14일 공수처에 출석한 박정훈 대령(왼쪽)

경북 예천군 집중호우 실종자 수색작전에서 급류에 휩쓸린 고(故) 채수근 해병대 상병이 순직한 지 두 달 가까이 지났다. 하지만 해병대 수사단이 사건 보고서를 경찰에 이첩했다가 회수하는 과정에서 '외압' 논란이 불거지며 사태가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국방부 검찰단은 '이첩 보류' 지시를 따르지 않은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을 항명 혐의로 입건해 수사하고 있다. 하지만 박 대령은 항명죄 대상이 되는 명령을 받은 적 없다고 강하게 반발하며 맞서고 있다. 이달 초 열린 군사법원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앞두고도 영외 출입을 요구하는 박 대령 측과 국방부 영내 경유를 고수하던 군 검찰이 서로 신경전을 벌이며 대치하다 강제 구인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사건이 항명죄 성립요건을 충족하는지 여부 등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 채 상병 수사기록 경찰 이첩 보류 지시 여부 놓고 공방

△ 사실관계 시간순 정리
△ 사실관계 시간순 정리

박 대령은 7월 30일 이종섭 국방부 장관에게 채 상병 사건 초동조사 결과보고서를 결재받았다. 같은 날 오후 박 대령은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에서 요청한 언론브리핑 자료를 제출했다.

그런데 다음 날 이 장관은 이날 오후 2시에 계획된 언론브리핑을 취소하고,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에게 조사 기록의 경찰 이첩 보류를 지시했다.

그러나 박 대령은 지난달 2일 채 상병 사망사고 관련 조사자료를 예정대로 경찰에 넘겼다. 군검찰은 즉각 자료를 회수한 다음 박 대령을 보직 해임했다. 또 항명 혐의로 수사에 착수했다.

박 대령은 같은달 11일 한 방송에 출연해 "해병대 사령관에게 조사자료 이첩 보류 지시를 받은 적 없다"며 "군검찰이 아닌 제3의 기관에서 공정한 수사를 받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같은달 25일 박 대령 요청으로 군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소집됐다. 심의 결과 '수사 중단' 의견이 가장 많았지만, 과반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다. 군검찰은 중앙지역군사법원에 조사를 거부하는 박 대령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지난 1일 기각됐다.


● 김 사령관 "명령 내렸다" vs 박 대령 "지시받은 적 없다"

첫 번째 쟁점은 김 사령관과 박 대령의 '하명(下命)과 수명(受命)'에 대한 엇갈린 주장이다. 

김 사령관은 "7월 31일 정오에 이첩을 보류하고 국방부 법무 검토 후 이첩하라는 국방부 장관 지시를 수명했다"며 "같은 날 오후 4시 참모 회의를 열고 8월 3일 장관이 해외출장에서 복귀한 후 조사자료를 보고하고 이첩할 것을 박 대령에게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박 대령은 "7월 31일 오후 언론브리핑이 취소된 후부터 8월 1일 내내 각종 회의가 이어졌는데, 사령부에서 주장하는 내용이 맞다면(국방부 장관 지시가 있었다면) 회의를 할 필요가 없었다"며 "김 사령관은 하명한 게 아니라 계속 고민을 했던 것"이라고 반박했다.

군검찰은 "박 대령이 채 상병 관련 조사 결과를 경찰에 이첩하지 말고 보류하라는 국방부 장관의 지시를 어겼다"며 "군형법상 항명의 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또 "항명죄에서 상관의 명령은 개별적이고 구체적이어서 수명자가 자신에게 그러한 의무가 있다는 것을 인식할 정도이면 족할 뿐, '단호하고 명령조로' 지시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라며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그러나 박 대령의 법률 대리인인 김경호(군법 16회) 변호사는 "법률과 대통령의 명령으로 (조사결과 등을 경찰에) 지체 없이 송부해야 하는 경우였다"면서 "보류 지시는 모두 위법한 명령이고, 그 위법한 명령에 대해서는 적법하게 거부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군사법원법 제228조 3항은 '군검사와 군사법경찰관은 범죄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재판권이 군사법원에 있지 아니한 범죄를 인지한 경우 그 사건을 대검찰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또는 경찰청에 이첩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통령령인 '법원이 재판권을 가지는 군인 등의 범죄에 대한 수사절차 등에 관한 규정' 제7조 1항은 "군검사 또는 군사법경찰관은 (일반)법원이 재판권을 가지는 범죄에 대한 고소·고발·진정·신고 등을 접수하거나 해당 범죄가 발생했다고 의심할 만한 정황을 발견하는 등 범죄를 인지한 경우 법 제228조 3항에 따라 지체 없이 대검찰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또는 경찰청에 사건을 이첩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 "항명죄 요건 충족 여부, 이첩 권한 등 문제 검토해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 

실제 국방부 장관의 명령이 있었더라도 박 대령의 항명죄가 성립할 수 있는지 의견이 분분하다.

국방부 법무관리관을 역임한 조동양(군법무 6회) 법무법인 대륙아주 파트너변호사는 "해병대 수사단이 사건을 조사했으므로 김 사령관이 이첩 권한자이자 최종 결재권자"라며 "국방부 장관에 대한 보고는 이첩 승인이 아니라 채 상병 사망사건 조사가 대통령 지시사항이니 장관도 알고 있으라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어 "국방부 장관은 이첩 관련 권한이 없으므로 이첩 보류 지시도 할 수 없는 반면, 김 사령관은 이첩 보류를 지시할 수 있다"며 "김 사령관이 이첩 보류를 지시하게 된 배경은 항명죄 성립과 무관하므로, 김 사령관의 이첩 보류 지시를 박 대령이 거부했다면 항명죄가 성립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만약 이첩 보류가 아니라 사건 축소 지시였다면 정당한 명령이라고 할 수 없어 항명죄 구성요건을 충족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군 군검사 출신 배연관(변호사시험 5회) 법무법인 YK 변호사는 "군형법상 항명은 원체 복잡다단한 개념"이라며 "해당 사건에서 박 대령의 항명 여부에 대한 판단은 분분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군형법 제44조가 '반항하거나 복종하지 아니한'이라고 규정하고 있어 항명죄 성립 범위가 굉장히 넓어 보일 수 있다"면서도 "다만 상관으로부터 나온 모든 발언을 지키지 않았다고 해서 이를 전부 항명이나 명령위반으로 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또 "항명죄 대상이 되는 명령은 군형법 제47조에 규정된 명령위반죄의 명령이나 규칙과 달리 개별적이고 구체적이어야 한다"며 "명령이 상관으로부터 내려온 것인지, 적법한 것인지 등을 따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특히 해당 명령이 군사상 의무와 관련돼 있는 지가 핵심"이라며 "명령의 형식적 요건에 관한 대법원이나 헌법재판소 판례 등이 현재 부족한 상황"이라고 했다.

군형법 제2조(용어의 정의)는 '명령'을 정의하고 있지 않다. '항명의 죄'를 규정한 제44조에는 "상관의 정당한 명령에 반항하거나 복종하지 아니한 사람은 다음 각 호의 구분에 따라 처벌한다"고 하여 명령의 구체적 양상에 대해서는 따로 설명하고 있지 않다.

대법원은 법무장교 후보생들이 교육 기간 중 응시한 종합시험에서 답안 전부에 X표를 한 행위가 문제 된 판결(96도2233)에서 "항명죄의 객체인 '정당한 상관의 명령'은 △당해명령을 할 수 있는 직권을 가진 장교인 상관이 △특정의 군법피적용자(개인 또는 특정할 수 있는 다수인)에 대해 △군무에 속하는 특정사항에 관해 △하명(구두, 서면, 전화, 전산 등의 방법으로 직접 또는 제3자를 통하여 전달하는 명령)된 △명백히 불법한 내용이라고 보이지 않는 명령(작위 또는 부작위를 요구하는 명확하고 구체적인 의사표시)을 이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헌법재판소는 항명 및 무단이탈 혐의로 해군 장교에 행해진 기소유예처분을 취소한 결정(2013헌바111)에서 "'상관의 정당한 명령'이란 상관이 특정인 또는 특정할 수 있는 다수인에 대해 개별적·구체적으로 내리는 명령으로서 군사상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이어야 한다"며 "군사상 의무에는 반드시 작전행위라는 군의 고유한 임무뿐 아니라 군의 사기, 군기 및 군의 질서를 유지하는 데 직접적으로 연관된 임무도 포함된다고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 "해병대 수사단은 조사기관… 경찰에 즉시 사건 이첩했어야"

해병대 수사단이 즉시 경찰에 사건을 이첩했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률상 해병대 수사단은 수사권이 없다는 이유다.

조동양 변호사는 "대법원 판결(98도3329)에 따르면 '수사'란 범인을 발견·확보하고 증거를 수집·보전하는 수사기관의 활동"이라며 "해병대 1사단장 등 8명을 혐의자 또는 피의자로 판단한 것은 수사 영역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군사법원법 제228조 3항, 제2조 2항 등 규정들을 종합하면, 해병대 수사단은 채 상병 사건에 대한 수사권을 애초에 갖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조사 기관에 해당하는 해병대 수사단은 단순 조사 후 규정대로 지체 없이 경찰 등에 사건을 이첩했어야 한다"고 했다.

군검찰 출신 군전문 천창수(군법무 15회) 법무법인 보인 대표변호사는 "과거 고(故) 이예람 중사 사망 사건 당시 군 수사기관의 초동 수사 은폐 의혹이 커지면서 군인 사망 원인이 된 범죄는 군사법원 관할에서 배제되도록 군사법원법이 개정됐다"며 "법령 개정 취지와 법령의 문언적 해석에 따르면, 해병대 수사단은 군사법원 관할 밖의 범죄임을 아는 순간 바로 인지서만 작성해서 민간 경찰에 통보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해병대 수사단이 수사권이 없다는 이유로 범죄 혐의를 인지하자마자 바로 민간 경찰에 사건을 넘긴다고 해도, 민간 경찰이 군부대를 자유롭게 출입하며 관련자를 수사하고, 소환 조사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이러한 현실적인 어려움과 법령 해석 간 충돌을 막기 위해 이 같은 사건이 발생했을 때 군사 경찰과 민간 경찰의 역할을 명확히 구분하는 국방부 훈령 등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군법무관 출신 군전문 장종현(군법무 14회) 변호사는 "어떤 내용을 어디까지 조사해 이첩해야 한다는 규정이나 지침은 없을 것"이라며 "다만 군 조직 특성상 민간 수사기관에서 군인들을 상대로 조사를 진행하는 게 제한적일 수 있으므로 가능하면 혐의 관련자들에 대한 조사 결과도 이첩 시 넘기는 것이 관례일 수 있다"고 추정했다.

그러면서 "구체적인 증거자료나 혐의 대상자를 일부 명시하지 않더라도 그것이 위법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어 보인다"고 언급했다.

한편 공수처 특별수사본부(부장검사 이대환)는 14일 박 대령을 고발인 신분으로 조사할 예정이다.

/권영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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