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협, 28일 '변호사 사무실 압수수색 반대 시위' 개최… ACP 도입법안 입법 촉구

"수사기관, 편의주의 관행 버리길… 법원, 무분별한 압수수색 영장 발부 막아야"

"빈번한 변호사사무실 압수수색… 부당한 국가권력 견제수단 사라질 우려있어"

△ 김관기 변협 부협회장이 28일 오전 서초동에서 '변호사 사무실 압수수색 반대 시위'에서 발언하고 있다

최근 금융감독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이 검사 지휘를 받아 로펌에 대한 압수수색을 강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법조계에서는 헌법상 국민 기본권인 '변호사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 같은 행태를 막기 위해서는 변호사·의뢰인 비밀보호권(Attorney-Client Privilege, 이하 'ACP')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김영훈)는 28일 오전 비 오는 서초동에서 '변호사 사무실 압수수색 반대 시위'를 열었다. 이날 시위에는 집행부 임원을 비롯한 등 150여 명이 참여했다.

변협은 이날 성명을 내고 "변호사와 의뢰인 사이의 비밀유지권(ACP)은 법치주의 실현을 위한 핵심인 권리이자 적법한 법집행을 위한 근본적 가치"라며 "헌법상 보장되는 변호사의 조력을 받을 권리라는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금융당국 및 수사당국의 수사행위를 강력하게 규탄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검찰이 수사대상 기업의 관련 자료가 변호사 사무실에 있다는 것을 근거로 법원에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하고 법원이 이를 발부했다"며 "이는 변호사와 의뢰인 간의 신뢰관계를 무너뜨리고 법치주의를 후퇴시킨 매우 유감스러운 사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금융감독원 특별사법경찰관조차 극히 예외적으로 엄격히 활용해야 하는 수사권을 남용해, 불공정거래 행위 조사를 위한 강제수사라는 제도를 변호사를 압수수색하는 데 이용한 것은 무척 우려스러운 일"이라며 "향후 변호사 사무실 압수수색이라는 수사행위가 상례화 되지 않도록, 수사기관과 법원이 이와 같은 영장의 신청과 발부를 통해 변호사와 의뢰인 간의 비밀유지권을 침해하는 행위를 하지 말 것을 엄정히 촉구한다"고 했다.

김 협회장은 이날 시위에 앞서 "대한변협회장 취임 전부터 변호사사무실 압수수색으로 국민의 변호사 조력을 받을 권리가 침해되는 상황을 안타까워하면서 검찰총장을 방문해 항의하는 등 여러 활동을 해왔다"며 "협회장 취임 이후에도 국회에서 ACP 법안이 발의되고 논의되는 과정을 계속 지켜보면서 법안 통과를 촉구해왔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법안을 기다리고 있는 현재 변호사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은 더욱더 빈번하게 상시적으로 일어나고 있다"며 "법안 통과만을 기다리면서 이를 좌시할 수 없어서 오늘 거리로 나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변호사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며 "수사기관은 압수수색을 통한 쉬운 수사를 고집하지 말고 제대로 된 수사를 하고, 법원은 수사기관의 변호사 등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무분별하게 발부해주지 말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김관기 변협 부협회장이 28일 오전 서초동에서 '변호사 사무실 압수수색 반대 시위'에서 발언하고 있다
△ 김관기 변협 부협회장이 28일 오전 서초동에서 '변호사 사무실 압수수색 반대 시위'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어 변호사들은 "법치주의 파괴하는 영장발부 각성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한 명씩 발언을 했다.

김관기(사법시험 30회) 부협회장은 "누구든지 헌법에 따라 변호인 조력을 받을 권리를 보장받고 있으며, 변호인은 직무상 알게 된 비밀을 유출하지 않고 타인의 비밀에 관한 증언을 거부할 수 있다"며 "(변호사사무실 압수수색과 같은)이런 일들은 헌법과 법률을, 나아가 법치주의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성토했다.

이어 "최근 압수수색은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깊게 이뤄져 가정집 안방도 압수수색하고 디지털 압수수색은 대상과 장소를 제한하지 않고 이뤄지는 상황"이라며 "사생활의 평온을 해하고 수사기관의 사생활에서 약점을 잡아 자백 거래를 시도할 인센티브를 생산한다"고 비판했다.

이은성(변호사시험 4회) 변호사는 "헌법에는 변호사 조력권이 있고, 이를 통해 국민이 본인의 방어권을 행사한다"며  "사회 제도적으로는 국가권력 행사를 변호사가 적절하게 제어하는 중요한 기본권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또 "이를 무시하고 지속적으로 변호사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한다면 국민에 대한 부당한 국가권력 행사를 제어할 수단이 없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문수정(사시 55회) 변호사는 대한민국 헌법 제1조 제2항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를 외치며 발언을 시작했다.

이어 "북한 인권운동을 하면서 느낀 가장 남북의 가장 큰 차이는 사법부에 대한 신뢰 여부"라며 "그런데 대한민국이 본보기를 보이지는 못할 망정 사법부가 국민의 방어권을 침해하는 형태를 보이며 북한처럼 국민에게 변호인의 조력권이 미약하다고 불신을 심어주는 게 옳은 일인가"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법원과 검찰은 사법 절차에 대한 국민 신뢰가 하락하는 것에 대해 반성하고 자신에게 막대한 권한을 부여한 국민의 권리를 보장하는 원초적이고 절대적인 사명을 따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기표(사시 40회) 변호사는 "변호인의 조력권은 국가권력이 누군가를 수사한다고 할 때 국가가 보장하는 가장 최소한의 인권 보장 장치"라며 "그럼에도 국가권력이 무분별하게 변호인에 대한 압수수색을 한다면 개인의 인권은 어디에서도 보장 받지 못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당장 내가 압수수색을 당하지 않았다고 남의 일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며 "국가권력이 이렇게 상시적으로 변호인에 대해서까지 무분별한 압수수색을 한다면 그 당사자는 여러분 개인, 대한민국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문제가 된다는 걸 깨닫고 행동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28일 오전 서초동에서 열린 '변호사 사무실 압수수색 반대 시위'에서 변호사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28일 오전 서초동에서 열린 '변호사 사무실 압수수색 반대 시위'에서 변호사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변협은 변론권 침해 사태가 반복되지 않도록 국회 계류 중인 '변호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조속히 통과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 협회장은 "변호사 생활을 20여 년 하면서 변호사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이 점차 그 빈도가 높아지는 걸 느끼고 있다"며 "판사로 일했던 20여 년 전만 하더라도 변호사 사무실 압수수색은 생각하기조차 어려웠는데 이제 변호사 사무실을 먼저 압수수색하고 수사의 단초를 얻는 편의주의가 지배하게 되는 경향을 보이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또 "국제기업이 대한민국에서 일을 할 때 대한민국 변호사에게 상담을 하면 나중에 언제 수사기관에 수사 대상이 될지 모르니 외국인 변호사에게 상담을 받는 상황까지 왔다"며 "대한민국에서 변호사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이 빈번하게 일어남으로써 대한민국 변호사의 국제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국회에서 지지부진한 (ACP 도입 법안)입법에 대한 촉구와 함께 입법 전이라도 검찰과 법원에 압수수색 변호사 사무실 압수수색 영장 청구권 발부 관행이 점점 더 퍼져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모였다"며 "모든 압수수색을 금지하라는 게 아니라 사법방해 혐의가 뚜렷한 경우 등 국회에서 신중하게 예외적으로 허용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임혜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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