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권한쟁의심판 첫 변론… 여야, '노란봉투법' 8월중 논의 않기로

청구인 측 "죄형법정주의 등 위배… 위헌성 체계심사중 직회부 안돼"

환노위원장 측 "실체적·절차적 요건 충족"… 국회의장 측 "적법행위"

법사위를 '패싱'하고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곧바로 본회의에 부의돼 논란을 빚은 이른바 '노란봉투법'에 대한 헌재 공개변론이 처음 개최됐다.

헌법재판소(소장 유남석)는 22일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노란봉투법' 직회부 관련 권한쟁의심판의 첫 변론기일을 열었다(2023헌라3).

지난 5월 24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 위원장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 이하 '노란봉투법')에 대한 본회의 부의 요구의 건'을 상정했다. 안건이 가결되자 환노위원장은 국회의장에게 노란봉투법의 본회의 부의를 요구했다. 국회의장이 6월 30일 제407회 국회(임시회) 제7차 본회의에서 '노란봉투법에 대한 본회의 부의의 건'을 상정하고 가결 선포했다.

이에 국민의힘 소속 법사위 위원들은 환노위원장의 '노란봉투법의 본회의 부의 요구의 건' 가결·선포 행위 및 본회의 부의 요구행위와 국회의장의 '노란봉투법의 본회의 부의의 건'에 대한 가결·선포행위가 법사위의 법률안 심의·표결권을 침해했다며 헌재에 무효 확인을 청구했다.

노란봉투법은 △사용자 범위 확대 △노동쟁의 대상 확대 △쟁의행위 관련 공동불법행위에서 배상의무자별 개별책임 규정 등 내용을 담고 있다.


● 청구인 측 "'사용자' 의미 모호해 명확성 원칙 위배… 법무부 등 관계부처 의견 수렴해야"

청구인 측 대리인 전주혜(사법시험 31회) 의원은 "노란봉투법처럼 사용자를 근로계약 체결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사용자'로 규정하면 사용자 의미가 모호해진다"며 "이렇게 사건별로 결정할 수밖에 없는 내용을 법 규정에 포함하는 것은 명확성의 원칙이나 죄형법정주의에 반하며, 기존 조직법 체계와도 상충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개별 불법행위에 대한 개별 책임, 신원보증인의 면책을 규정하는 부분도 형평성의 원칙에 반해 위헌 소지가 있다"며 "노동쟁의와 관련해서는 해고 근로자의 복직 등도 모두 근로조건이 되므로 노동분쟁이 폭발적으로 증가할 수 있으므로 조금 더 살펴봐야 한다"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민법 제760조 제1항은 공동불법행위 책임을 연대책임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노란봉투법에서는 신용보증인을 면책하기 때문에 형평성의 원칙에 반한다"며 "왜 불법 노동행위에만 면책이 되고, 각자 책임이 원칙이 돼야 하는지에 대한 부분에서 위헌성 논란이 있기 때문에 실질적 토론이나 심사가 필요한 상태"라고 강조했다.

전 의원은 법사위에서 60일 내에 심사가 완료되지 않은 이유도 설명했다.

전 의원은 "국회는 다수결 원칙에 따라 운영되는 것은 아니"라며 "소위에서 법안심사를 하고, 관련 상임위 전체회의 등에서는 소수의견을 수렴하면서 사실상 만장일치로 운영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노란봉투법은 노사관계를 크게 바꿔 사회적으로 엄청난 영향력을 미친다"며 "이런 법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숙의를 거쳐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소위에서도 일부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한 상태에서도 전원일치가 이뤄지지 않았고 안건조정위에서도 마찬가지였다"며 "법사위가 노란봉투법을 꼼꼼히 심사할 수 있었지만 민주당 의원들이 모두 퇴장해버리는 바람에 제대로 심사를 할 수도 없었다"고 했다.

또다른 청구인 측 대리인인 황정근(사시 25회) 변호사는 "이 법안이 그렇게 신속하게 논의돼야 한다면 '패스트트랙 제도'를 통해 충분히 신속하게 처리가 가능하다"며 "이 사건과 같이 법률안 자체가 헌법적·법체계적으로 문제가 실제로 있거나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위헌성 체계심사에 집중하고 있는 사안과 같은 경우는 본회의 직회부를 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이어 "이 법률안은 형식적으로는 환노위 소관 노조법 일부를 개정하는 것이지만 실질적으로는 법률안 내용에 대한 것"이라며 "고용노동부 의견뿐 아니라 민법이나 신원보증법 소관 부처인 법무부, 법제처, 법원행정처 관계자의 전문적인 의견을 듣지 않고 통과시키는 건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피청구인 측 "실체·절차적 요건 모두 충족… 청구인들도 결과 존중해야"

피청구인 측은 노란봉투법을 본회의에 부의하는 과정이 모두 적법하게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환노위원장 측 대리인은 "환노위에서는 오랜 시간 (노란봉투법에 대해)충분히 심사했고 법사위에서는 적절히 심사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며 "2020년 6월 19일 개정안이 발의되고 2022년 11월 17일 4시간에 걸쳐 입법공청회를 한 후 네 차례 법안심사소위에서 심사하는 과정을 거쳤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 결과 노조활동에 대한 원칙적 손해배상 금지, 손해배상의무자의 감면청구 등 많은 내용이 빠지고 다듬어졌다"며 "반면 법사위에서는 노란봉투법을 안건으로 상정조차 하지 않아 전혀 논의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미 환노위가 민법상 공동불법행위 책임관계 등 이 사건 법률안의 위헌 여부와 타 법률과의 충돌 등에 관한 내용을 심사했다"며 "노란봉투법에 대한 법사위 심사는 '지연심사' 내지 소관 상임위에서 이미 심사한 내용에 대한 '중복심사'의 성격을 지닌다"고 비판했다.

또 "환노위 표결은 본회의 부의 요구 결정을 위한 모든 실체적, 절차적 요건을 적법하게 충족했다"고 강조했다.

국회의장 측 대리인은 "청구인들은 '가결'과 '선포'를 구분해서 이를 무효한 행위로 주장하는 것으로 해석된다"며 "'가결'은 행위로 볼 수 없고 국회 본회의 표결 결과일 뿐이고 가결은 국회의장 행위가 아니므로 청구가 부적법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회법상 본회의 부의 절차에서 국회의장 행위로는 각 교섭단체 대표 의원과의 협의, 30일 이내에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경우 본회의 부의의 건을 상정하기 위한 무기명 투표에 대한 표결 결과 선포 행위뿐"이라며 "국회의장은 국회법상 본회의 부의여부 절차에 독자적 판단을 할 여지나 적법 여부를 실질적으로 심사할 권한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회의장은 적법하게 이뤄진 표결 결과를 부정하거나 선포하지 않을 권한이 없다"며 "국회의장이 헌법 및 국회법을 준수한 행위를 두고 위헌이라거나 위법이라고 할 수 없고 헌법과 법률에 따른 행위가 청구인들의 권한을 침해한다고 평가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 "이 사건에서는 결국 본회의에서 무기명 투표를 실시하여 그 표결 결과 가결되어 논의에 부의된 것이므로 국회의원인 청구인들 역시 그 결과를 존중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피청구인들은 법사위가 60일 이내 심사를 마치지 못한 것은 '정당한 이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환노위원장 측 대리인은 "심사 중인 것만으로는 가사, 체계자구 심사에 한정한 적법한 심사라고 해도 심사기간을 도과한 것에 대한 정당한 사유로 인정될 수 없다"며 "만약 그렇게 인정한다면 국회법 제86조 제3항은 무용지물이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심사 개시하고 한두 차례 회의를 열면 심사 중인 상태가 될 것"이라며 "형식적으로 심사하면서 심사를 지연시키는 것을 막기 위한 게 국회법 제86조 제3항"이라고 설명했다.

또 "청구인은 법사위가 기간 내 심사를 마치지 못한 '정당한 이유'를 주장하고 입증해야 한다"며 "법사위는 법안심사 우선순위를 정해서 집중적으로 심사해야 했다"고 했다.


● "법사위 체계자구심사권에 위헌성 판단도 포함" vs "위헌성 심사도 기간 내 끝내야"

이날 변론에서는 이영진 재판관이 환노위·법사위 세부 심사 내용, 국회 입법 실정 등에 대해 질의했다.

이 재판관은 청구인 측에 "법사위에서 이 사건 법률안의 위헌 가능성, 불필요한 노동쟁의 행위 증가 등의 문제를 제기했는데 환노위에서 이미 이와 같은 사항을 다수의 회의 및 공청회에서 논의한 것으로 보인다"며 "그렇다면 법사위 심사 내용이 환노위 심사 내용과 어떤 차이가 있냐"고 물었다.

이에 청구인 측은 "법사위 체계·자구 심사권의 범위에는 법률안의 위헌성 여부를 판단하는 것도 포함된다"며 "환노위에서 이미 논의했더라도 특히 사용자 범위를 확장하는 법률안은 위헌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법사위에서 충분한 심사가 필요했고, 이를 위해 4월 26일 법사위 전체회의에 법원행정처, 법무부 등이 출석하기로 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 재판관은 청구인에 법사위 내에서 쟁점 법안이라도 60일 이내에 심사를 마칠 수 있는 방법이 없는지 질의했다.

청구인 측은 "노력은 하고 있지만 최대한의 의견 일치를 추구하다 보니 한계가 있다"며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치는 법률안일수록 기간에 얽매일 것이 아니라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피청구인에게는 "법사위 단계에서 법원행정처 입장을 재차 확인하는 것이 법률안의 위헌성을 줄이는 데 더욱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주장에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다.

이에 피청구인 측은 "유효한 체계·자구심사, 위헌성 심사는 필요하지만, 그러한 심사가 기간 내에 이뤄졌어야 한다"며 "국회법 제68조 제3항은 그 심사 기간을 국회 스스로가 정한 것"이라고 답했다.

또 이 재판관은 피청구인에 "환노위 및 법사위 심사 과정에서 일부 의원들이 퇴장하거나 이석한 상태로 회의가 진행된 바 있고, 안건조정위원회 역시 개회된 지 15분 만에 종료됐다"며 "이와 같은 상황에서 국회법 제83조 제3항이 정한 절차를 준수했다는 이유로 이 사건 법률안에 대한 본회의 부의를 요구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것이냐는 지적에는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다.

이에 피청구인 측은 "토론 자체를 거부하는 정치문화는 고쳐야 하지만, 이를 절차상 하자라고 본다면 국회 운영은 불가능하다"며 "그런 문화 속에서도 법안은 통과돼야 하고 정치는 계속 앞으로 나가야 하므로 국회선진화법이 만들어졌고, 다시 개정되면서 법사위 심사기간이 단축된 것"이라고 답변했다.

여야는 24일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 등 쟁점 법안을 8월 국회에서 논의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임혜령·권영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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