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조실, 대검에 수사의뢰… 대검, 수사본부 구성후 충북경찰청 등 압수수색

법조계 "중대시민재해 가능성 높아…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등 확인 필요"

반복된 침수사고에… 국회 "관련 법안 발의, 27일 수해대책법안 처리 계획"

변협, 재난안전법 개정안 제안… "경찰이 대피지시, 교통규제 등 가능토록"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오송 지하차도 참사가 벌어진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사진: 국토부 제공)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오송 지하차도 참사가 벌어진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사진: 국토부 제공)

15일 내린 폭우로 미호강 제방이 무너지면서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가 순식간에 침수됐다. 이 사건으로 14명이 사망하고 10명이 다쳤다. 침수 당시 지하차도에서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차량은 17대에 달했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참사를 '중대시민재해'로 볼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공중이용시설 설계·관리상 결함으로 인해 사망자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에 동일·유사한 참변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관련 법률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대검 수사본부 구성… 충북경찰청 등 10곳 압수수색 

원희룡(사법시험 34회) 국토교통부 장관은 17일 참사 현장을 찾아 "시스템에 문제가 없었는지 철저히 점검하고, 책임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문책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국무조정실은 오송지하차도 침수사고 관련 112 신고사건 처리 당시 총리실에 허위보고가 이뤄진 점 등을 확인하고, 검찰에 경찰관 6명에 대한 수사를 의뢰했다. 24일에는 충북도청과 행복청 관계자들의 직무유기 혐의가 발견됐다며 추가로 수사를 의뢰했다.

21일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범죄혐의가 명백하고 대상자들의 진술이 모순 또는 충돌되는 상황"이라며 "수사기관이 증거를 신속히 확보하여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여 감찰조사 종결 전 우선 수사의뢰하게 됐다"고 했다.

대검찰청은 같은 날 수사의뢰서를 접수하고, 수사본부를 꾸렸다. 수사본부장은 배용원 청주지검장이, 부본부장은 정희도 대검 감찰1과장이 맡았다. 2020년 '부산 초량지하차도 침수 사망 사건' 수사를 했던 조광환 중앙지검 중요범죄주사부장이 팀장으로 임명됐고, 총 3개팀(17개 검사실)이 투입됐다.

검찰 수사본부는 24일 참사 당일 관련 기록과 자료 등을 확보하기 위해 충북경찰청·충북도청·청주시청·행복도시청·충북소방본부 등 10곳에 대해 압수수색을 시작했다.

충북경찰청은 112 신고로 오송 지하차도 긴급통제 요청을 받고도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고, 감찰 과정에서는 다른 사고 현장에 출동한 것처럼 허위보고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

행복도시청은 참사 원인인 임시제방과 관련해 시공사의 부실공사에 대한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의혹을 받는다.

충북도청과 시청, 소방본부는 침수 위험 상황에 대한 신고를 받고도 조처를 적절하게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됐다.

경찰도 17일 충북경찰청에 전담수사본부를 구성했다. 초반에는 김교태 충북경찰청장이 수사본부장을 맡았지만, 수사의 공정성을 기한다는 이유에서 19일 김병찬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장으로 수사본부장이 변경됐다. 수사본부 규모는 수사인력 68명 등 총 138명이다.


● 중대시민재해 1호 사건될까… "1년 이상 징역, 10억원 이하 벌금형"

법조계에서는 이번 사건이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상 '중대시민재해'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 중대시민재해는 특정 원료 또는 제조물, 공중이용시설 또는 공중교통수단의 설계·제조·설치, 관리상의 결함을 원인으로 하여 발생한 재해를 뜻한다. 요건으로는 △1명 이상 사망자 발생 △동일한 사고로 2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 10명 이상 발생 △동일한 원인으로 3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질병자 10명 이상 발생이 있다.

이창욱(변호사시험 3회) 법무법인 대륙아주 변호사는 "오송지하차도가 '터널 구간이 연장 100m 이상인 지하차도'이므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대상인 '공중이용시설'로 볼 수 있다"며 "사망자도 발생했고 지하차도 설계·관리상 결함으로 인해 사고를 막지 못했다고 볼 만한 사정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사과정에서 통행제한 등 예방조치가 이뤄지지 못한 경위나 배수펌프가 설계·관리상 문제로 정상작동하지 못했는지 등 공중이용시설의 설계 관리상 결함을 원인으로 이번 재해가 발생했는지를 우선 확인해야 한다"며 "중대재해처벌법상 의무인 재해예방에 필요한 인력·예산확보 등 안전보건관리체계가 구축돼 있었는지, 지하차도 침수문제에 대한 대책이 수립되어 있었는지 등도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건이 중대시민재해로 인정되면 경영책임자 등은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며 "이는 5년 이하 금고 또는 2000만 원 이하 벌금형으로 처벌하는 업무상 과실치사죄보다 높은 형량"이라고 말했다.

김우중(변시 5회) 법무법인 현 변호사는 "중대재해처벌법 제9조에 따라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등은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를 불이행해서 재해가 발생하면 처벌된다"며 "법률상 재해예방에 관한 조치들이 굉장히 추상적이기 때문에 결국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사업주를 처벌한다'고 해석될 여지가 많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미 발생한 중대재해와 예방조치 사이에 어떤 인과관계가 있는지도 불명확해 사업주들이 어떤 부분을 조심해야 하는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실무 담당자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여 관련 시행령 조항을 더 구체화하고 안전보건교육 관련 예산도 확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치권에서도 이번 사건에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정의당은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오송 지하차도 침수 참사는 중대재해처벌법상 명백한 중대시민재해"라며 "법상 경영책임자인 중앙행정기관의 장, 지방자치단체의 장 등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직 중대시민재해로 처벌된 사례는 없다. 중대산업재해로 처벌된 사례만 현재 3건이 나왔을 뿐이다. 1호 판결은 대표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 2호 판결은 징역 1년에 법정구속, 3호 판결은 징역1년에 집행유예 3년이 선고됐다.

중대재해처벌법 제9조는 사업주 및 경영책임자 등에게 △재해예방에 필요한 인력·예산·점검 등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 및 그 이행에 관한 조치 △재해 발생 시 재발방지 대책의 수립 및 그 이행에 관한 조치 △중앙행정기관·지방자치단체가 관계 법령에 따라 개선, 시정 등을 명한 사항의 이행에 관한 조치 △안전·보건 관계 법령에 따른 의무이행에 필요한 관리상의 조치 등을 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 관련 입법 '속속'… 변협 "경찰, 재난 발생시 '선조치 후보고' 가능해야"

국회에서는 이러한 참사의 재발을 막기 위해 입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과거에도 2020년 부산 지하차도 침수사고, 2022년 포항 아파트 지하주차장 침수사고 등 사건이 발생했을 당시 미흡한 초기 대응 등 유사 문제가 또다시 일어났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최춘식 의원(경기 포천시·가평군)은 17일과 21일 '지하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개정안은 국토교통부장관, 시·도지사 및 시장·군수·구청장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인근 제방 안전관리, 사전 교통 통제, 배수펌프 설치 및 작동점검 등에 관한 계획을 의무적으로 수립하여 이행하고, 진입차단시설을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정의당도 24일 국회에서 열린 전문가 초청 긴급간담회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을 확대하고, 공무원의 직무유기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개정안을 발의한다고 예고했다.

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는 "기존 법을 보완하는 게 아니라 중대시민재해를 다시 우리 사회 화두로 올리고 보완 입법하는 과정에서 재해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23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27일 열릴 국회 본회의에서 수해 대책 관련 법안을 다 처리할 계획"이라며 "재난 예방 패키지법을 준비해 곧 발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에 따르면, '재난 예방 패키지법'에는 △기후위기 사항을 고려한 재난위기관리 매뉴얼 정기 업데이트 △재난 사후 대응 및 예방 목적의 CCTV 공공정보 공유 △홍수로 인한 도로 침수 예상되는 경우 홍수통제소가 지자체, 경찰, 소방 등 유관기관에 동시 통보되도록 하는 방안 등이 담길 예정이다.

여야는 여야 원내수석부대표를 포함한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의원 5명씩 총 10명이 참여한 수해 대책 마련 TF를 26일 열 예정이다.

법조계에서도 개정방안을 제시했다.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김영훈)는 24일 경찰이 112 신고를 받고 출동하면 현장에서 사전 응급조치를 하고, 추후 긴급구조기관이나 지자체 등에 보고할 수 있는 '재난 및 안전 관리 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공개 제안했다. 현행법상 재난 대응 역할은 행정기관, 지방자치단체, 소방청 등에 부여돼 있고, 경찰은 관련 기관의 지원요청에 대한 협조의무 위주로 그 역할이 규정돼 있다.

변협은 개정안에 대해 "일본에서는 재해대책기본법상 지자체장이 안전확보조치를 할 수 없거나, 지자체장의 요구가 있는 등의 경우 경찰이 대피 지시, 경계구역 설정, 교통규제 등 조치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해 경찰이 재난 초기대응 주체로서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면서도 "기존 국가 재난관리 체계에 혼란을 유발하지 않도록 다른 기관의 조치가 어려운 상황에서 경찰이 '보충적으로' '최소한의' 응급조치를 수행하도록 규정했다"고 설명했다.

/임혜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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