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권한쟁의 첫 변론… 법사위, 국회의장·과방위원장에 심판 제기

청구인 측 "충실한 심사없이 민주당 단독의결… '직회부'는 정치 수단"

과방위원장 측 "의회민주주의 저버린 국회… 헌재가 문제 바로잡아야"

국회의장 "법사위 상정 60일 이후 직회부, 국회서 적법성 논의 마쳐"

헌법재판소는 13일 대심판정에서 '국회의원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등 간의 권한쟁의(2023헌라2)' 사건에 대한 변론을 열었다(사진: 헌법재판소 제공)
헌법재판소는 13일 대심판정에서 '국회의원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등 간의 권한쟁의(2023헌라2)' 사건에 대한 변론을 열었다(사진: 헌법재판소 제공)

방송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 등 이른바 '방송3법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직회부에 대한 권한쟁의심판 첫 변론기일이 13일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렸다.

이번 심판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유상범, 전주혜, 장동혁 의원 등이 김진표 국회의장과 장제원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을 상대로 제기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과 박완주 의원(무소속)은 지난 3월 "법사위가 이유 없이 60일 이상 방송3법에 대한 심사를 마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 안건을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했다.

방송3법은 공영방송 이사를 11명에서 21명으로 확대하고, 이사 추천기관을 시청자위원회, 방송기자협회 등으로 다양화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 법사위 측 "'직회부' 카드는 정치수단 전락... 체계자구심사 중요"

청구인 측 대리인으로 나선 국민의힘 전주혜(사법시험 31회) 의원은 "중대한 지배구조 변화를 가져오는 방송3법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다뤄야 하고 사회적 공감대가 필요하다"며 "이 법안은 제대로 심사를 거치지 못한 채 민주당의 단독의결로 끝나버렸다"고 지적했다.

이어 "안건조정위에서 실질적인 토의를 위한 3대 3 구조가 아니라 민주당 출신 박완주 의원으로 인해 실질적으로 4대 2 구조로 진행됐다"며 "법안에 대한 충실한 심사는 이뤄지지 않은 상태로 법사위에 회부돼 법사위에서 신중한 토론을 위해 이 법안을 다시 제2소위에 회부했는데 민주당은 참석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회에서 '직회부 카드'는 정치적 수단으로 전락했다"며 "습관적 입법 강탈에 경종을 울릴 필요가 있다"고 했다.

또 전 의원은 법사위의 체계자구심사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전 의원은 "법사위 체계자구 심사는 법사위원의 역할이자 의무"라며 "어떤 정당의 편에 서는 게 아니라 일관되게 의원으로서 제대로 된 법을 만드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국회법 제86조는 60일 이내 (법안)심사를 마치지 않았을 때 무조건 본회의에 부의하는 게 아니"라며 "법사위의 '이유 있는' 체계자구심사권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법사위를 패싱하고 직회부 된 의료법, 감염병예방법 등에 대해 다 권한쟁의 심판을 한 게 아니"라며 "법사위의 체계자구심사권이 침해됐다고 헌재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한 건 방송3법이 처음"이라고 강조했다.

전 의원은 실질적으로 60일 이내에 심사가 이뤄지기 어려운 현실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는 "지금 국회에서는 60일 동안 심사를 마치지 못한 법이 매우 많고 실제로 '60일 이내' 기간을 맞추기는 굉장히 어렵다"며 "타 상임위에서는 미처 발견하지 못한 법안 문제점이 법사위에서 지적되는 경우도 상당하다"고 언급했다.

이어 "타 부처와의 조율을 위해서 늦어지거나 문제점에 대해 소관부처가 충실한 답변을 기다리면서 (법안심사가) 늦어지기도 한다"며 "사실상 전원합의원칙으로 이뤄지고 있다보니 법사위원 한 명이라도 (법안 통과를) 반대하면 통과시키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법안 심사)적체가 있다 보니 상임위에서 법사위에 온 법안이 2달이 지나서야 법사위에서 심사하는 경우도 많다"며 "체계자구상 문제점이 지적되면 60일을 훌쩍 넘겨버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 과방위원장 측 "청구인 주장 인용돼야" vs 국회의장 측 "절차에 위법없어"

피청구인 과방위원장을 대리한 이범균(사시 31회) 변호사는 "청구인들의 청구는 적법하고 타당하므로 전부 인용되어야 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 변호사는 "국회법에서 법사위원에게 체계자구심사권을 인용하는 건 고유권한이고 입법절차의 핵심"이라며 "이와 관련 △당시 청구인들이 여러 차례 회의를 열어 (방송3법안) 심의를 하고 있었던 점 △종전 직회부된 다른 사건보다 상당히 이르게 본회의에 회부된 점 △헌법에 위반되는 내용이 포함돼 있어서 실제로 심사가 이뤄지고 있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과방위의 가결행위는 국회법 취지를 무시한 형식적 절차로 볼 수 있는 여지가 크다"고 했다.

이어 "체계자구심사권뿐 아니라 심의표결권도 침해됐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보인다"며 "의회민주주의 기본 원칙에 가장 충실해야 할 국회에서 그 기본 원칙을 저버리기 때문에 이를 바로잡을 수 있는 헌법기관은 헌법재판소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사정을 두루 살펴 헌법이 추구하는 가치와 이념에 부합하는 판단을 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반면 국회의장 측 대리인은 "국회의장행위는 어떠한 하자나 잘못이 없다"고 주장했다.

국회의장 측은 "국회의장이 본회의 부의 요구행위가 있는 날부터 30일이 지난 후 개의된 본회의에서 방송 3법의 본회의 부의 건을 안건으로 상정하고 가결되자 이를 선포했다"며 "국회의장 행위는 헌법 및 국회법에 따른 것으로 청구인들의 어떤 권리를 침해할 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청구인들이 법률안 심의의결권이 침해됐다고 주장하지만 청구인들은 본회의에서 이 사건 법률안에 대한 토론, 심의의결 및 수정동의가 가능하다"며 "국회의장이 헌법과 법률에 따라 가결선포를 한 이상 법률심의의결권을 침해했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청구인들의 주장이 허용되면 오히려 소관 위원회인 과방위원들의 심의의결권이 침해되는 결과가 초래될 것"이라며 "국회의사절차에 헌법과 법률을 명백하게 위반한 게 아니면 이를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본회의 회부 조건인 '이유 없이 60일 이내에 심사를 마치지 않았을 때'에 대한 지적도 했다.

국회의장 측은 "과방위원장 대리인 주장은 단적으로 말해서 60일 기간 동안에 심사를 다 하지 못했다는 것을 지나지 않는다"며 "(이 사건)심사 지연이 국회법이 인정한 정당한 이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2021년 국회법 개정으로)본회의 부의요구가능기간을 120일에서 60일로 단축한 건 심사에 필요한 기간에 대한 충분한 논의와 숙의를 거쳐 정한 것"이라며 "그 부분에 있어서 실체적인 내용에 대한 심사나 명확한 헌법적 근거가 없이 모든 법률 규정을 위헌 시비가 있어서 검토한다는 이유 등으로 지연하는 건 정당한 이유라고 평가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청구인 측에서 60일 기간이 짧고 심사가 계속되는 중 과방위에서 본회의 부의를 했다고 하는데 그 부분의 적법성에 대해서는 이미 수차례 의원들의 의사 결정이 있었다"며 "절차적 위법이 없는 이 사건에 있어서 청구인의 권한 대한 심판은 이유 없다"고 했다.


 '이유 없이' 해석, 적법절차 준수 여부 놓고 추가 질문 나오기도 

이날 변론에서는 재판관들이 국회법 제86조 제2항 내지 제3항에 담긴 '이유 없이'에 대한 해석과 절차적 적법성 등에 대해 질의했다.

정정미 재판관은 청구인에게 "(청구인은)법사위에 충분한 심사 시간을 주지 않고 단순 60일이 넘겼다고 부의됐다고 주장하고, 소관위 측은 소관 상임위에서 심의를 마쳤는데 법사위에서 제동을 건다면서 맞서고 있다"며 "이런 경우를 대비해서 상임위 재적 의원 5분의 3 이상 찬성을 넣은 것이 아니냐"고 물었다.

이에 청구인 측은 "지금대로라면 과반을 차지한 민주당 의지대로 다 처리할 수 있다"며 "헌재에서 '과반수'에 제동을 걸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또 "국회법에서 '이유 없이'가 담긴 조항은 거의 없다"며 "가령 국회법 제85조의2 신속처리대상안건(패스트트랙)은 90일이 지나면 다음날 본회의에 부의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피청구인에게 과방위 논의 과정에서 관련 부처의 의견을 구하고 공청회를 진행하는 과정을 거쳤는지 묻자, 피청구인 측은 "공청회에서 관련 논의가 진행됐으며, 과방위 논의 과정에서는 없었다"고 답했다.

국회의장 측 대리인에게는 본회의 부의 과정이 절차적으로 적법했는지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국회의장 측은 "방송 3법 개정안 내용에 대한 적절성은 상임위원회에서 정하는 것"이라며 "이미 상임위에서 심사를 마쳐 의결한 법안에 대해 법사위에서 해당 내용에 대해 판단을 하는 것은 법사위 존재 취지와 맞지 않다"고 답했다.

차기 변론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임혜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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