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도2촌 생활 즐기는 '주말농부' 장한별 변호사 인터뷰

시골 외갓집 추억이 '5도2촌' 생활로… 소소한 농촌생활 기록, 책 발간까지

"농막은 농촌에서 보내는 초대장… 경험 통해 귀촌 꿈꾸는 사람 늘어날 것"

"농지법 시행규칙안, 현실에 맞지않아… 과소한 농막크기, 지나친 휴식제한"

"실제 농사 여부 등 확인절차 존재… 현재 규제로도 충분히 불법전용 예방"

"농지를 '식량생산'의 목적으로만 보는 게 아니라, '치유농업'의 공간으로 봐야 합니다. ‘치유농업 연구개발 및 육성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치유농업을 활성화하고자 하는데, 저는 농막이 치유농업의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구의 90%가 도시에 사는 우리나라에서는 오히려 농막을 정부 차원에서 권장해야 하는데 강력 규제로 억누르는 건 시대 상황에 맞지 않습니다."

장한별(변호사시험 2회) 변호사는 매주 2일 이상 '파트타임 농부'로 일한다. 주중에 한 번, 주말에 한 번. 주말에는 토요일 밤에 밭을 돌보고 농막에서 하루 지낸 후 다음날 다시 농사일을 한다.

장 변호사가 처음부터 '농부'를 꿈꿨던 건 아니다. 그는 원래 서울대 사회학과를 졸업한 뒤 아시아나에 공채로 입사해 항공화물업무를 담당했다. 하지만 회사가 무급휴가를 실시하는 등 경영위기에 빠지자 새로운 길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고민을 거듭하던 중 문득 사회의 운영 체계인 법을 공부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무급휴가 기간 동안 법학적성시험(LEET)을 준비해 로스쿨에 입학했다. 

변호사가 된 후에는 정부출연연구기관인 한국교통연구원에서 관련 법제를 연구하는 업무를 맡았다. 송무보다는 제도 연구를 바탕으로 세상을 조금씩 개선하는 일에 매력을 느꼈다. 사기업이나 로펌이 아닌 공공기관을 선택하게 된 계기는 공직을 선호하는 가풍의 영향이 있었다. 아버지는 전라남도 소방공무원, 어머니는 광주광역시 지방직 보건공무원이었고, 동생들은 경찰과 사회복지직 공무원을 하고 있다. 배우자들도 모두 건축직, 일반 행정직 공무원으로 근무한다.

2014년 말 한국교통연구원이 세종시로 이전하고, 업무에도 익숙해지자 그는 농부로서의 삶을 꿈꾸기 시작했다.

"전남 보성군에서 외할아버지, 외할머니와 지낼 때 저수지에서 우렁이를 주워와 우렁된장국을 끓여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매일 외할아버지 심부름으로 닭장에서 달걀을 꺼내왔는데, 장닭이 저를 '달걀 도둑'으로 봤는지 쫓아와서 콕콕 쪼는 바람에 울면서 도망가기도 했는데, 당시에는 무서웠지만 현재는 행복한 추억으로 남았습니다. 서울에서 자란 아내는 처음에 농촌 생활에 흥미가 없었지만, 함께 국내여행을 다니며 시골의 매력을 보여주며 '힘든 일은 내가 다 하겠다'며 1년 반 동안 설득해서 결국 성공했습니다."

△ 농막 앞에 있는 텃밭에서 사진을 찍고 있는 장한별 변호사(왼쪽)와 그의 아내(사진: 장한별 변호사 제공)
△ 농막 앞에 있는 텃밭에서 사진을 찍고 있는 장한별 변호사(왼쪽)와 그의 아내(사진: 장한별 변호사 제공)

장 변호사는 집에서 25분, 회사에서 35분 거리의 공주시에 190평 밭을 구입했다. 이후 농막을 설치하고, 밭을 꾸며가는 과정을 페이스북에 기록하며 사람들과 공유해 호응을 얻었다. 그러자 몇몇 출판사들이 "이 내용을 책으로 내자"며 먼저 연락이 왔다. 그렇게 출간하게 된 '주말엔 여섯 평 농막으로 갑니다(사이드웨이 刊)'는 출간 한 달 만에 2쇄를 찍었고, 3쇄를 기대할 정도로 높은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다.

"전원주택을 짓거나 시골집을 수리해서 살고, 농가를 빌려서 사는 방법도 고민해봤지만 제 한 몸 누일 곳만 있으면 충분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재산세와 유지관리비, 채워넣을 가구 등을 다 따져보면 집을 추가로 매매하는 건 부담스럽기도 했고요. 직장생활도 해야 하니 '작은 오두막'과 같은 느낌으로 농막을 마련하게 됐습니다. 작아도 만족스러운 공간을 꾸미기 위해서 바닥마감재료 하나, 가전 하나에도 신경을 썼고요."

장 변호사는 50대에 접어들면 아예 귀촌할 생각도 있다고 말했다. 

"농막은 도시민에게 농촌에서 보내는 '초대장'이라고 생각해요. 원리주의적으로 농지에서 농사만 지어야 한다는 건 시대적인 요구와 맞지 않습니다. 독일의 '클라인가르텐(KLEIN GÄRTEN)'이나 러시아의 '다차(Дача)'같은 경우에는 사람들이 농사도 짓고 레크레이션 용도로도 사용합니다. 우리나라 국민 절반 이상이 아파트에 사는데, 아파트에서 경험해보지 못하는 자연 속 나만의 야외공간을 시골에서 경험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부담 없이 사람들이 농막 생활을 해보다가 '시골에 세컨하우스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이 들면 농촌 주택을 매매하거나 빌릴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최대한 사람들이 농촌에서의 새로운 시도를 할 때 드는 비용을 줄여줘야 농촌 생활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수 있을 겁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농막에서 행복을 깨달았으면 좋겠습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농지법 시행규칙 일부개정령안'에 대해 묻자 "농촌현실과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개정안은 농막의 크기를 농지 면적에 따라 제한한다. 농지 면적이 660㎡(199.65평) 미만인 경우 7㎡(2.1평), 660㎡~1000㎡(302.5평) 미만인 경우 13㎡(3.9평)로만 농막을 지을 수 있도록 규정했다. 일시휴식을 위한 공간은 바닥면적의 1/4 이하여야 한다. 또한 농작업 중 일시휴식을 벗어나는 야간취침, 숙박, 농작업을 수반하지 않는 여가시설활용 등 행위를 금지했다.

"더운 여름 농사를 하면 쓰러질 수 있어서 저녁에 농사를 좀 짓고, 해가 뜨기 전부터 일어나서 농작업을 해야 합니다. 사유지에서 텐트를 치거나 카라반을 주차하고 숙박해도 되는데, 농막에서는 취침을 할 수 없다는 건 형평에 맞지 않습니다. 이러한 비판을 인식했는지 농축산부가 8일 배포한 설명자료에서는 '농작업과 관련한 야간취침은 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또 200평 미만에 농막을 2평으로 짓되 휴식공간으로 4분의 1만 사용할 수 있으면 결국 휴식공간은 화장실 한 칸 정도 크기입니다. 6평 농막을 짓는다 해도 1/4 크기면 두 명이 관에 누워있는 정도 크기입니다. 농막의 주된 용도가 '일시휴식'인데 일시휴식 자체가 어려운 크기죠."

입법 취지와 맞지 않는 불법 전용 등을 막기 위해서는 현재 규제로도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농막을 지으려면 농지취득자격증명서를 제출하고, 가설건축물 축조신고를 해야 하는데 LH 사태 이후 좀 더 엄격해졌습니다. 3년마다 연장을 해야 하는 가설건축물축조신고는 연장 신청 시마다 농막 규격이 축조신고대로 준수되고 있는지 공무원들이 확인을 합니다. 농막 관련 위법신고가 들어와도 조사를 하고요. 이와 더불어 실제 농사를 짓는지를 1년마다 한 번씩 확인하는 농지실태조사도 하고 있습니다. 만약 농지에서 농사를 안 짓고 있으면 농지처분명령에 따라 농지를 무조건 공시지가로 팔아야 해서 재산상 손해가 있어서 이를 어기려는 사람이 많지 않습니다. 오히려 규제 완화에 대한 목소리가 높은 상황입니다."

장한별 변호사가 직접 수확한 농작물(사진: 장한별 변호사 제공)
장한별 변호사가 직접 수확한 농작물(사진: 장한별 변호사 제공)

고도의 지적 능력이 필요하면서 의뢰인을 상대하며 감정노동도 하는 변호사들에게도 5도2촌(五都二村) 생활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감정적인 소모가 많은 일을 하는 사람일수록 여가시간에 몸을 쓰는 일을 해야 합니다. 뭔가를 키우고 수확을 하고, 누군가에게 대접을 하는 일련의 행위 자체가 '힐링'이 됩니다. 송무업무를 오래 지속할 수 있도록 몸과 마음의 건강을 관리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생명이 자라나는 모습 자체가 사람을 치유해주니까요. 도시에서의 삶에 지쳤다면, 농사를 짓고 농막에서 쉬기도 하면서 치유농업의 긍정적인 효과를 느끼는 경험을 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임혜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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