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지법 "민주화운동 당시 위법하게 구금... 국가가 정신적 손해 배상해야"

광주지방변호사회는 2018년 故 홍남순 변호사의 업적을 기리며 흉상 제막식을 열었다(사진: 광주변회 제공)
광주지방변호사회는 2018년 故 홍남순 변호사의 업적을 기리며 흉상 제막식을 열었다(사진: 광주변회 제공)

5·18 광주 민주화운동에 참여했다가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故 홍남순 변호사의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소송에서 일부 승소했다.

광주지법 민사13부(재판장 임태혁 부장판사)는 홍 변호사의 자녀 7명이 대한민국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2021가합59156)에서 "정부는 2700만 원의 정신적 손해배상금을 유족에게 지급하라"며 지난달 30일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

홍 변호사는 1980년 5월 26일 광주민주화 운동을 무력으로 진압한 신군부를 비판하는 유인물을 서울에 배포하려 한 혐의(내란중요임무종사죄)로 재판에 넘겨져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형집행정지로 석방될 때까지 579일을 복역했다.

자녀들은 2005년께 광주민주화운동 관련자 보상심의위원회(보상심의위)에 보상금과 생활지원금을 신청했고, 같은해 3월 16일 보상심의위는 홍 변호사를 광주민주화 운동 관련자로 인정해 1억 2177만 원의 보상금을 지급했다.

이후 2006년 10월 홍 변호사는 타계했고, 광주지법은 2019년 3월 홍 변호사의 유죄판결에 대해서 재심 판결을 통해 무죄를 선고했다(2018재고합19).

유족들은 "홍 변호사는 당시 국가 소속 공무원들의 위법한 공무집행행위로 인해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며 "국가는 위자료 3억 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정부는 "홍 변호사는 보상심의위가 보상금을 지급한 2005년 3월이 돼서야 국가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 및 가해자를 알게 됐다"며 "이 소송은 보상금 지급으로부터 3년이 지나고 제기돼 홍 변호사의 위자료 채권 시효는 소멸했다"고 항변했다.

민법 제766조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시효를 피해자나 그 법정대리인이 그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으로 규정하고 있다.

또 정부는 "보상심의위가 지급한 보상금은 형사보상금의 성격을 가지고 있으므로 국가배상금에서 그만큼 공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전두환 등 신군부세력에 의해서 헌정질서가 파괴된 가운데 홍 변호사는 헌법과 형사소송법에 위배된 방식으로 체포·구금돼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며 "정부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국가배상법에따라 공무원들이 저지른 공권력을 남용으로 인해 홍 변호사가 입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했다.

이어 "홍 변호사의 손해배상청구권은 재심 무죄판결이 확정된 날인 2019년 3월부터 3년의 단기소멸시효가 기산된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이 사건 소가 2021년 9월 제기됐음이 기록상 명백한 이상 단기소멸시효가 완성됐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홍 변호사에게 지급된 보상금은 광주민주화운동과 관련해 생계지원이 필요하다고 인정된 사람에게 지급하는 사회보장적 성격의 금원일 뿐 정신적 손해배상금인 위자료와 구분된다"며 "이미 정신적 손해에 대한 배상이 이뤄졌다고 볼 수 없고 이를 별도로 공제할 것도 아니"라고 판시했다.

홍 변호사는 1948년 조선변호사 시험에 합격하고 1953년 6월 변호사로 개업하며 법조계에 첫발을 내딛었다.

군부 정권 시대에 3·1민주구국선언사건 등 긴급조치법 위반 사건과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하다 구금된 인사들의 변론을 무료로 맡는 등 인권변호사로 활약했다. 

그의 업적을 기려 광주변회는 인권옹호와 법치주의 실현에 앞장선 변호사를 매년 선정해 '홍남순 변호사 인권상'을 시상하고 있다.

/우문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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