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판결 취지 실현해야"… 변협, 정부에 일본측 조치 촉구

정부, 재단 통해 판결금 지급예정… 기업 지원으로 재원 마련

대법원 "한일청구권협정 관계없이 개인청구권은 소멸 안 돼"

정부가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배상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법조계에서는 일본 정부에도 책임을 지게 해야 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김영훈)는 "정부는 일본 정부 및 기업들의 책임 있는 반성과 배상 참여를 위한 후속 조치를 조속히 이어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변협은 7일 성명을 내고 "우리 정부가 동 판결의 취지를 실현하기 위해 피해자분들을 중심으로 의견을 수렴하고, 일본 정부와 심도 있는 협의를 진행하는 등 노력한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면서도 "이번 발표에 우리 정부의 우선 변제조치 외에 강제징용 책임 기업을 포함한 일본 측의 상응한 조치가 아직 포함되지 않은 점은 심히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제의 한반도 강점은 무효이며 강제적·조직적·차별적이고, 비인간적 학대를 자행한 강제징용이 인도에 반한 범죄라는 명확한 법률적 판단은 피할 수 없다"며 "일본 측은 피해 구제를 위한 제반 조치를 취해야 할 책무를 1965년 협정을 핑계로 방기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제 강점하에 발생한 한일 과거사 문제는 유엔의 인권기구에서 권고한 바와 같이 배상 등 법률적 책임은 물론이고 완전한 진상 및 책임 규명, 피해자 구호 및 추모, 대중적 인식 제고, 미래세대에 대한 교육 등 다양한 구제 및 조치가 수반되어야 하는 실천적 과제"라며 "향후 정부는 이번 우선 변제조치에 의해 승계한 채권에 기해 해당 일본 기업은 물론 일본 정부에게 지속적으로 책임있는 조치를 촉구하여 궁극적으로는 대법원 판결의 취지를 실질적으로 실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사진: 청와대 제공
사진: 청와대 제공

앞서 박진 외교부 장관은 6일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강제징용 대법원 판결 관련 정부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2018 대법원 판결에 따른 판결금과 지연 이자를 지급한다고 했다. 현재 계류 중인 소송도 원고 승소로 종결되면 판결금을 전할 예정이다.

재단은 포스코, 한국도로공사, 한국철도공사, KT&G, 한국전력 등 국내 기업 16곳 등에서 자발적 지원 받아 재원을 마련하고, 향후 가용 재원을 확충해나갈 계획이다. 과거 포스코 등은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 시 받은 무상 3억 달러, 유상 2억 달러 등 5억 달러에서 나누어 투자 받았다.

윤석열 대통령(사진)은 7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10회 국무회의에서 이번 결정에 대해 "그동안 정부가 피해자의 입장을 존중하면서 한일 양국의 공동 이익과 미래 발전에 부합하는 방안을 모색해 온 결과"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일본은 과거 군국주의 침략자에서 지금은 우리와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고 안보, 경제, 과학기술, 글로벌 어젠다에서 협력하는 파트너가 됐다"며 "한일 간의 미래지향적 협력은 한일 양국은 물론 세계 전체의 자유, 평화, 번영을 지켜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과거 정부는 1974년 특별법을 제정해 8만 3519건에 대해 92억 원을, 2007년에도 특별법 제정으로 7만 8000여 명에게 약 6500억 원을 각각 배상했다.

근로정신대 피해자 김성주 할머니가 2018년 11월 29일 서초동 변호사회관 5층 정의실에서 열린 ‘일제강제동원 피해자들의 미쓰비시중공업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소송 대법원 판결에 대한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근로정신대 피해자 김성주 할머니가 2018년 11월 29일 서초동 변호사회관 5층 정의실에서 열린 ‘일제강제동원 피해자들의 미쓰비시중공업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소송 대법원 판결에 대한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재단을 통해 판결금 및 지연이자를 지급 받을 피해자들은 2018년 대법원의 확정판결 3건(2013다61381, 2013다67587, 2015다45420)의 당사자들이다.

대법원은 2018년 일제강점기 강제동원된 피해자들이 미쓰비시중공업 주식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소송에서 "피해자들에게 1인당 8000만 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시했다(2013다67587).

재판부는 "관련 사건이 일본에서 패소·확정됐더라도 일본 판결이 한국에 대한 식민지배가 합법적이라는 규범적 인식을 전제로 평가했으므로 이를 그대로 승인하는 건 대한민국의 선량한 풍속이나 그 밖의 사회질서에 위반하는 것"이라며 "피해자들을 노역에 종사하게 한 미쓰비시가 해산되고 ‘제2회사’가 설립된 후 흡수합병을 거쳐 미쓰비시중공업 주식회사로 변경됐더라도 미쓰비시에 대한 청구권도 행사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이어 "일본 기업의 반인도적인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하는 강제동원 피해자의 일본 기업에 대한 위자료청구권이라는 전제에서 이러한 위자료청구권은 청구권협정 적용대상에 포함됐다고 볼 수 없다"며 "청구권협정으로 포기된 권리가 국가의 외교적 보호권에 한정돼 포기된 것이 아니라 개인청구권 자체가 포기(소멸)된 것이라는 취지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청구권협정 당시 개인청구권까지 해결된 것이라는 견해가 대한민국 내에서 널리 받아들여져 온 사정 등을 이유로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대한민국에서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며 "소멸시효 완성을 이유로 원고들에 대한 채무 이행을 거절하는 것은 현저히 부당하여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 △근로정신대 할머니들이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는 "피해자 1인당 1억~1억 5000만 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판결이(2015다45420), △강제징용 피해자와 유족들이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는 “피해자 1인당 위자료 1억 원씩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2013다61381).

한편 일본 정부는 대법원 판결이 1965년 협정의 위반이라며 이행을 거부해왔다.

일본 정부는 1월 31일 유엔 제네바사무소에서 열린 국가별 정례인권검토(UPR)에서 "한국 노동자들이 어떻게 일본에 들어왔는지 단순히 설명하게 어렵다"며 "자유의사에 따라 일본에 온 노동자들, 징발 등으로 일하게 된 노동자가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노동은 국제 노동협약에 나오는 강제노동이 아니라고 본다"고 발언했었다.

/임혜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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