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시 직후 모델학원 등록… SBS 슈퍼모델 선발대회 본선 진출

"모델 일은 예술… 변호사로서 창의성 발휘할 수 있는 원동력"

호텔서비스사·조주기능사·비서1급 취득... 다재다능 '팔방미인'

△정덕연 변호사
△정덕연 변호사

"슈퍼모델은 런웨이(run way)에서 패션쇼를 하고, 변호사들은 법정에서 의뢰인을 대리해 변론을 합니다. 사적 영역·사무 공간과 뚜렷하게 구분되어 '본모습'을 보여줄 무대가 따로 있다는 점이 공통적인 매력입니다. "

'변호사 슈퍼모델' 정덕연(37·변호사시험 11회) 은하수 합동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슈퍼모델과 변호사의 공통점을 묻는 질문에 멋쩍게 웃으며 이같이 말했다.

185cm의 훤칠한 키에 서글서글한 미소를 갖춘 정 변호사는 '2022 SBS 슈퍼모델 선발대회'에 도전해 본선 진출 쾌거를 이뤘다. 10대와 20대 모델이 즐비한 업계 사정을 고려할 때 깜짝 놀랄 성과다. 

실제로 본선 진출자 중 30대는 정 변호사를 포함해 단 두 명에 불과했고, 그나마도 다른 사람은 7살이나 어린 30세였다. 하지만 그는 무대에서 깊은 인상을 남겼다. 심사위원들은 정 변호사를 "성장이 빠른 모델"이라고 평가했다. 

"저희 슈퍼모델 기수는 굉장히 화목한 편이었어요. 처음에는 모델학과를 나오거나 소속사가 있는 경력 모델들 사이에서 자못 어색함을 느꼈거든요. 하지만 반장을 맡아 함께 출전한 동생들의 컨디션과 기분을 체크하는 등 좋은 분위기를 만들려 애썼습니다. 동생들과 가까워지면서 정말 많이 배우기도 하고, 다른 사람이 잘하면 서로 진심으로 축하하면서 친목을 다질 수 있었습니다. 선의의 경쟁을 했기에 다툼이 없었고, 스텝분들과도 잘 지냈습니다."

모델로서의 꿈은 고등학생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친구가 함께 모델 학원에 등록하자고 했지만 그때는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라는 마음에 금방 포기했다고 한다. 이후 서울대 정치외교학부에 진학했으며, 졸업 후에는 롯데호텔에서 호텔리어로 생활하기도 했다.

하지만 모델로서 런웨이를 밟고 싶다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퇴사 후 청운의 꿈을 안고 입학한 로스쿨에서도 혼자 '워킹'을 하거나 혼자서 포즈를 잡아보는 등 남몰래 모델 활동에 대한 열정을 키웠다. 결국 변호사시험을 치른 직후인 지난 3월 모델 아카데미의 직장인반에 정식으로 등록했다. 제대로 배워보겠다는 심산이었다. 

정덕연 변호사의 워킹 시범

최정은 케이모델크루 대표(국민대 평생교육원 교수)는 "얼핏 대기업 직장인처럼 보이지만 결코 평범하지만은 않았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며 "정 변호사는 멋을 아는 사람"이라고 언급했다.

그의 가능성을 엿본 최 대표는 직접 SBS 슈퍼모델 선발대회 출전을 제의했다. 40세부터는 '시니어모델'로 활동할 수 있지만 아직 더 높이 올라갈 수 있는 재원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정 변호사도 "취미로 모델을 할 생각은 없다"며 무대에 서고 싶은 열정을 숨기지 않았다. 

"모델은 타고난 신체적 아름다움이 어느정도 뒷받침되어야 하고, 찰나의 순간에 카메라 앞에서 독창적인 끼를 발산해야 합니다. 자신만의 고유한 색깔이 필수이죠. 따라서 나는 누구이고, 나만의 개성은 무엇이고, 또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철학적 고민이 요구됩니다. 그런 점에서 모델은 다른 직업에 비해 문화 생활이나 사색을 많이 해야 합니다."

그의 커리어는 슈퍼모델과 변호사로 끝나지 않는다. 정 변호사는 비서 1급, 호텔 서비스사, 스포츠 경영 관리사, 조주기능사, 미국호텔협회 바텐더 자격증 등을 소지한 '자격증 콜렉터'다. 이처럼 다채로운 경험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더 큰 무대를 밟고 싶은 욕심도 있다. 

"무엇이든 시작하기 전에 겁내지 말고 좋아하는 일이라면 한 껏 도전하며 살아가려고 합니다. 어떨 때는 실패하고, 어떨 때는 성공하겠죠. 하지만 하다 보면 남들이 절대 불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길이 열릴 수 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슈퍼모델(좌측), 변호사(우측)로서의 정덕연 변호사의 일상
슈퍼모델(좌측), 변호사(우측)로서의 정덕연 변호사의 일상

현재 그의 목표는 첫 '변호사 모델'로서 정덕연이라는 이름 석자를 대중들에게 인식시키는 일이다. 

"즐기다 보면 성공할 확률이 높아집니다. 지금은 변호사도, 모델 활동도 너무 재미있습니다. 가끔 사람들이 변호사와 모델 중 어떤 일을 선택할지 물어보는데, 저는 둘 다 해낼 생각입니다. 어느 한쪽도 소홀히 하지 않겠습니다. 슈퍼모델 선발대회에서도 비슷한 질문을 받았는데, 그때 '슈퍼인간이 되겠다'고 답변을 했어요. 저에게 모델 일은 예술 활동이고, 예술은 다른 전문영역에서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강력한 원동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인슈타인이 바이올린을 즐겼듯 노벨상을 탄 최고의 과학자들은 대부분 예술 활동을 했습니다. 앞으로도 슈퍼모델로서 외면을 그대로 잘 유지하면서 변호사로서도 책임감과 열정을 가지고 전문성을 키워나가겠습니다."

SBS 슈퍼모델 선발대회 당시 정덕연 변호사
SBS 슈퍼모델 선발대회 당시 정덕연 변호사

 

 

/임혜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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