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훈 창원지검 검사
이영훈 창원지검 검사

1. 개요

지난 기고문에서는 민간건설임대주택 분양권 전매와 과세의 문제점을 다루었다. 결국 ‘무규범’ 상태에 가까운 거래시장에서 발생하는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 기존 부동산 관리감독 시스템으로의 편입이 요구된다는 것인데, 그 외에도 민간건설임대주택의 본질인 ‘주거의 안정’을 형해화할 우려가 높은 문제가 ‘분양전환 시기와 분양가 책정’에 있어 문제가 된다.

2. 분양전환과 분양가 책정 – 두 개의 계약서

임대주택의 종착지는 분양주택이다. 공공이 공급하는 영구임대주택도 존재하지만, 빌리기보다는 소유하고 싶은 것이 인간의 본성이다. 민간건설임대주택의 경우 대부분 분양전환을 예정하고 있으므로 분양전환은 임대주택의 꽃이라고 하겠다.

다만 공공과 민간을 불문하고 분양전환을 둘러싼 사업자와 임차인 사이 분쟁은 어제오늘 일이 아닌데, 공공주택특별법 및 그 하위법령에서는 우선분양전환의 방법ㆍ절차 등에 관한 규정을 두는 반면 민간임대주택특별법 및 그 하위법령에서는 분양전환에 관한 규정을 찾아볼 수 없고, 다만 임대사업자가 거래정지 처분을 받거나 주택도시기금 융자금을 변제하지 않는 등 그 신용에 문제가 있는 경우에 한하여 분양전환에 관하여 임대주택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할 수 있을 뿐이다.

이렇듯 민간건설임대주택의 분양전환에 있어 사업자의 재량은 상대적으로 높고, 그러한 재량은 임대주택 분양 당시 입주자모집공고 기재내용으로 발현된다. 입주자모집공고에 분양전환에 관한 제반 사항을 상세히 규정하여 청약 단계에서부터 입주자들의 합리적인 판단이 가능하다면 입법불비는 큰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최근 일부 민간건설임대주택 사업자가 입주자모집공고와 전혀 다른 방식으로 분양하는 경우가 발생하였다. 즉, 입주자모집공고에는 우선분양전환이나 확정분양가가 없다고 기재하고는, 분양대행업체를 통하여 우선분양전환과 확정분양가가 모두 제공되는 형태의 계약을 선택할 수 있다고 홍보하는 것이다. 분양전환 조건은 정당계약 당일 ‘극비리에’ 수분양자 본인에게만 공개되는데, 입주자모집공고에는 전혀 다른 내용을 명시한 ‘깜깜이 분양’이라는 점에서 분양전환 조건이 사업자에게 유리하게 책정되었음을 유추할 수 있다. 물론 입주자모집공고 내용대로 우선분양전환과 확정분양가가 없는 형태로의 계약도 가능한데, 분양전환 시 같은 임대주택에 확정분양가로 우선 분양전환을 받는 세대와, 잔여물량에 한하여 사업자가 임의로 책정한 분양가를 받아들여야 하는 세대가 혼재하게 된다. 사업자로서는 잔여물량에 대한 분양가를 확정분양가 대비 저렴하게 책정할 유인이 낮으므로, 결국 대부분의 수분양자는 사업자가 정당계약 당일 제시하는 분양전환 조건에 대한 심도 있는 고민을 하지 못한 채 계약을 체결할 우려가 높다.

3. 조기 분양전환의 문제 – 본질의 형해화

확정분양가가 책정되지 않은 경우, 분양전환 시기를 앞당겨 분양전환가를 조금이나마 낮추고자 하는 시도가 등장한다. 임차인뿐 아니라 시세상승에 따른 과세 리스크를 피하고 유동성을 조기 확보하고자 하는 사업자에게도 조기 분양전환의 유인은 충분한데, 최근 일부 신도시에서 사업자가 조기분양을 전격 추진하는 과정에서 제시한 분양전환 조건에 임차인들이 집단 반발하면서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기존에 정한 임대기간 종료 시 문제가 되는 분양전환 조건과 달리, 임대기간 중 임대차계약 을 해지하고 조기 분양전환하는 경우 임차인으로서는 기한의 이익을 상실하는 결과가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업자가 조기 분양전환을 적극 추진할 수 있는 것은 민간임대주택특별법 및 하위법령에 분양전환에 관한 강행규정이 부존재하고, 입주자모집공고나 계약서에 조기 분양전환을 가능케 하는(그러나 불충분한) 근거조항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애초에 임대주택이 도입된 취지 자체가 임대기간을 보장하여 주거의 안정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고, 분양전환은 그러한 일차적인 목적이 달성된 것을 전제로 임차인과 사업자 사이의 시세상승분 상당의 이익을 배분하는 차원의 문제이다. 민간건설임대주택의 취지에 비추어 그러한 이익배분 문제가 주거의 안정이라는 임대주택의 본질을 형해화하지 못하도록 하는 규율이 요구되는 부분이다. 오히려 분양전환 조건보다는 조기 분양전환을 제한하는 입법이 시급해보인다.

4. 결론

이와 같이 민간건설임대주택 시장은 사실상 방치되어 있어 규범의 미정립으로 인한 혼란이 발생한다. 관계법령 개정을 통한 기존 부동산 관리감독 시스템으로의 편입은 물론, 애초에 주거의 안정이라는 임대주택의 본질을 지켜내기 위해서라도 적극적인 입법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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