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협·의협·치의협, 7일 테러행위 대응 공동 기자회견 개최

"법조·의료계 향한 과도한 불신으로 인한 분노 지양해야"

"의뢰인, 환자, 직원 등에게도 이어질 수 있는 테러행위"

△ 이종엽 대한변협회장(왼쪽), 이필수 의협회장(가운데), 박태근 치협회장(오른쪽)이 공동성명서를 들고 있다.
△ 이종엽 대한변협회장(가운데), 이필수 의협회장(왼쪽), 박태근 치협회장(오른쪽)이 공동성명서를 들고 있다.

법조계와 의료계가 전문인력에 대한 테러행위를 근절하기 위한 공동협의체를 구성하기로 했다. 최근 변호사·의사 등 전문인 대상 폭력과 보복범죄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함께 대응할 필요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이종엽)는 7일 서울 역삼동 대한변협회관 14층 대강당에서 대한의사협회(회장 이필수), 대한치과의사협회(회장 박태근)와 '법조 및 의료인력 대상 테러행위' 대응 공동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회견에서는 이종엽 협회장, 이필수 회장, 박태근 회장이 함께 연단에 올라 차례대로 공동성명서를 낭독했다.

먼저 이종엽 협회장은 "법률사무소 방화 테러사건, 용인 응급실 낫질 난동 및 부산 응급실 방화 사건은 법조·의료계에 종사하는 우리 사회 전문인력의 안전이 얼마나 취약한지 극명하게 드러냈다"며 "법적‧제도적 한계, 다양한 변수와 기술적 한계가 상존하는 전문 직업군의 특성으로 인하여, 해당 전문인이 최선을 다하였음에도 의뢰인과 환자의 모든 기대를 완벽하게 충족시키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법조·의료 서비스의 수요자 및 매체들도 이 같은 전문 서비스의 본질적‧제도적 한계와 정책적 제약 등을 깊이 인식하여, 소송대리인과 의료인을 향한 오해와 과도한 불신, 비합리적 증오감 표출을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필수 회장은 "법률 문제에서 개개 분쟁과 사건 해결은 사회정의 실현 및 인권옹호 구현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되어 있고, 사건 당사자를 대리하거나 변론하는 변호사들은 어쩔 수 없이 첨예한 갈등과 이해관계 충돌의 전면에 노출돼 있다"며 "의료문제에서는 현대 의학기술과 제한적인 진료 환경 등 현실적인 한계로 의료인이 최선을 다해도 기대치에 상응하는 결과가 뒷받침되지 못할 가능성이 상존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불만족이 진료의 최종 책임자인 개별 의사 및 치과의사를 향할 위험이 늘 도사리고 있는 것"이라며 "전문인에 대한 무분별한 폭력과 테러범죄는 전문 서비스의 공급과 발전을 위축시켜, 궁극적으로는 국민 권익과 생명 보호 활동에 악영향을 미칠 개연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박태근 회장은 "전문인을 향한 반(反)지성적 분노와 증오심을 해소하고 합리적인 분쟁 조정 문화와 정책이 뿌리내리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며 "이에 변협과 의협, 치의협은 가칭 ‘법조·의료인 대상 폭력방지대책협의체’ 구성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고 했다.

이어 "전문인의 서비스 노동에 합당하고 안전한 근무 환경을 마련함으로써 더이상 전문인들이 부당한 폭력과 테러에 의해 희생당하지 않는 대안을 함께 모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성훈 의협 법제이사(왼쪽), 김관기 변협 부협회장(가운데), 이창주 치의협 치무이사(오른쪽이) 7일 서울 역삼동 대한변협회관 14층 대강당에서 열린 ‘법조 및 의료인력 대상 테러행위’ 대응 공동 기자회견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전성훈 의협 법제이사(왼쪽), 김관기 변협 부협회장(가운데), 이창주 치의협 치무이사(오른쪽이) 7일 서울 역삼동 대한변협회관 14층 대강당에서 열린 ‘법조 및 의료인력 대상 테러행위’ 대응 공동 기자회견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공동성명서 발표 후 이어진 질의 응답시간에서는 구체적인 협의체 활동에 관한 질문이 쏟아졌다.

김관기 대한변협 부협회장은 "(폭력행위가 발생했을 때)신고 즉시 경찰이 출동해 상황을 수습한 후 범인에게 엄정한 처벌을 하도록 하는 법률을 준비 중"이라며 "다양한 방식으로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종엽 협회장은 "최근 정의당 주도로 '변호사 등에 대한 직무 관련 폭력행위를 처벌하는 조항'을 신설한 변호사법 개정안을 발의했다"며 "특정범죄 가중처벌에 관한 법률 제5조의9에 '법률사무와 관련해 변호사 등 법률사무소 종사자에 대한 폭력행위'를 가중처벌하는 내용을 담은 개정안도 준비 중"이라고 답했다.

전성훈 의협 법제이사는 "현재 의료법과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에 산재돼 있는 의료인에 대한 공격에 대한 처벌을 정리해 사회에 좀 더 확실한 메시지를 주고자 한다"며 "국가가 의료인력을 엄격하게 보호해야 한다는 의료계 입장을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필수 회장은 "여러 사건이 발생하면서 응급실에서 응급의료행위 방해 시 가중처벌하는 법안이 발의됐으나 여전히 문제는 발생하고 있다"며 "공익적 기능을 하는 응급실에서 생명의 위협을 느끼지 않도록 보안인력·설비 강화 이외에도 구체적인 지원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전문인력에 대한 피습행위가 반복돼 일상화 되거나 아무런 처벌 없이 넘어가지 않도록 반의사불벌죄를 폐지하고 신고를 의무화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문인력에 대한 피습을 '테러'로 규정하게 된 배경 설명도 나왔다. 

박상수 변협 부협회장은 "테러행위가 발생한 장소는 의뢰인이나 환자가 자유로이 드나드는 공공의 영역인 병원이나 변호사사무실"이라며 "법률사무소 방화 테러사건에서도 피해자는 대부분 변호사사무실 직원들이었고, 응급실 방화 기도 사건도 원내 많은 환자가 피해를 볼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일련의 폭력행위가 불특정 다수를 향한 폭력행위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충분히 테러행위로 규정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종엽 협회장은 인사말에서 "법조·의료인력에 대한 테러행위는 어제·오늘만의 일이 아니다"라며 "이를 근절하기 위한 대책 마련 촉구와 입법 시도가 있었으나, 여전히 근절 대책은 미흡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이어 "법조인과 의료인의 노력이 있기에 우리 사회의 사법체계와 의료체계가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며 "법조·의료인력을 상대로 한 무분별한 폭력과 테러범죄는 사법·의료체계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자, 법치주의를 훼손하고,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위태롭게 하는 심각한 범죄행위"라고 비판했다.

이필수 회장도 "법조·의료인력에 대한 테러행위가 상당히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며 "그간 의료계는 정부와 국회에 현장 의료인력들의 안전을 지킬 수 있도록 절발하게 요청해왔으나 여전히 의료인력은 끊임 없이 위협에 노출돼 있다"고 성토했다.

또 "반의사불벌죄 삭제, 신고 의무화와 엄정한 법 집행 등 해결방안이 실효적으로 마련돼야 한다"며 "앞으로 전문인력에 대한 폭행행위를 테러행위로 간주하고 이를 근절하기 위해 노력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박태근 회장은 "의료인력에 대한 테러행위는 해마다 점차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라며 "법률개정만으로는 의료인력이 테러행에 노출됐을 때 위험을 최소화하거나 예방하는 데는 한계가 있으므로 사전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법조·의료인력 대상 테러행위가 반드시 근절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이 마련되길 바란다"고 했다.

 

 

/임혜령 기자 

저작권자 © 법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