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중대재해처벌법 포함' 개정 노무사법 시행령 국무회의 통과

법조계 "노동 관계 법령에 형사법 포함은 부당... 시행령 재개정 하라" 비판

"노무사는 형사절차 수행 못해" 대법원 판결에도 반해… 법조계 "부글부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공인노무사 직무 범위에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이 포함된 공인노무사법 시행령 개정안이 지난달 말 국무회의를 기습 통과해 논란이 되고 있다. 

형사법 절차를 '노동 관계 법령'에 포함시키는 것이 법 체계와 맞지 않는 데다, 비(非)변호사에 의한 법률사무를 금지하는 변호사법 취지에도 정면으로 반한다는 취지다.   

대한변협이 6일 공식 성명을 내고 시행령 재개정을 촉구한 가운데, 고용노동부 소속 근로감독관(특사경)이 현장 조사에서 변호사 입회를 거부하는 등 이른바 '갑질'을 했다는 의혹이 최근 언론에 보도돼 법조계 여론이 들끓고 있다. 


● 지난달 노무사법 시행령 '기습 통과'... 변호사법 위반 논란 커져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적선동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노무사가 수행할 수 있는 직무 범위에 중대재해처벌법과 가사근로자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을 추가하는 공인노무사법 시행령 개정안이 심의·의결됐다.

공인노무사법은 노무사가 '노동 관계 법령의 범위'에 따른 업무를 하도록 규정한다. 법 시행령 제2조 1항은 '노동 관계 법령의 범위'를 1호부터 37호까지 나열해 구체적으로 정해왔는데, 이번 개정안에서는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과 가사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이 추가됐다.

이와 관련 공인노무사회 관계자는 "중대재해처벌법이 노동 관계 법령에 포함되면서 중대재해를 비롯해 산업안전·보건 등에 있어 문제를 파악하고 분석하는 것이 노무사의 고유 업무임이 명확해졌다"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개정 시행령은 중대재해법의 본질이 형사법이라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으며, '비(非) 변호사에 의한 법률사무'를 금지하는 변호사법에도 위반된다는 비판이 나온다. 

변호사들은 먼저 '노동 관계 법령'에 형사법적 의미에서의 처벌 법령이 포함된다고 볼 수 없다고 강조한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등에서 말하는 '노동 관계'는 일반적으로 고용관계 또는 근로관계를 기초로 하는 업무관계와 고용인 또는 근로자의 권익보호 등을 위한 행정적 지원 관계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2015도6326). 따라서 노동 관계의 본질을 넘어 형사법적 관계까지 포섭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다.

나아가 상대적으로 법률 전문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인접 자격사에 의한 업무 수행으로 사업주들이 불측의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우려한다.  

대한변협은 6일 배포한 성명을 통해 "개정노무사법 시행령은 형사법과 노동법의 근본적 차이를 준별하지 못한 것으로, 우리 헌법이 변호사제도를 통하여 이루고자 한 법치의 실현과 기본권 보호를 침해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변호사 자격을 갖추지 못한 사람에게 법률사무를 수행할 수 있는 예외를 두는 경우에는 이를 엄격하게 해석할 필요가 있다"며 "공인노무사법 등 개별 법률에서 특별한 규정을 두고 변호사가 아닌 자의 경우에도 제한적인 범위 내에서 법률사무의 일부를 처리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것도 이와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모든 국민은 법률전문가인 변호사의 조력을 받아 실효적으로 방어권을 행사할 수있어야 하며 법률 전문 자격사 아닌 자에 의한 무분별한 법률사무 취급은 엄격히 금지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변호사법과의 체계정합성 불일치 문제도 거론된다. 

변호사법 제109조 1호는 변호사 아닌 자(인접 자격사 포함)의 △소송 사건 △비송 사건 △가사 조정 또는 심판 사건 △행정심판 또는 심사의 청구나 이의신청 △그밖에 행정기관에 대한 불복신청 사건 △수사기관에서 취급 중인 수사 사건 △법령에 따라 설치된 조사시관에서 취급 중인 조사 사건 △그 밖에 일반의 법률사건에 대해 감정·대리·중재·화해·청탁·법률상담 또는 법률관계 문서 작성 △그 밖의 법률사무를 취급을 금지하고 있다.

대법원은 "변호사법에서 말하는 '그 밖의 법률사무'는 법률상의 효과를 발생·변경·소멸시키는 사항의 처리와 법률상의 효과를 보전하거나 명확하게 하는 사항의 처리를 의미하고 직접적으로 법률상의 효과를 발생·변경·소멸·보전·명확화하는 행위를 물론이고 이러한 행위와 관련된 행위도 포함된다"고 해석한다(2014도16204).

같은 맥락에서 올초 "노무사는 형사절차 법률상담 및 문서 작성을 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놓기도 했다(2015도6326). 

노무법인 대표 A씨는 지난 2007년 2월부터 2013년 3월까지 총 75회에 걸쳐 건설현장, 산업재해, 근로자 사망, 임금체불 등의 사건을 의뢰받았다. 이후 법률 문서인 '산업안전보건법 의견서' 등을 작성하고 21억 여원을 받아 변호사법을 위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대법원은 "공인노무사법은 공인노무사가 의뢰인에게 노동 관계 법령에 관한 상담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서 노동 관계 법령이란 근로기준법, 산업안전보건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등을 말한다""형사소송법 등은 노동 관계 법령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공인노무사가 의뢰인에게 노동 관계 법령에 관한 내용을 넘어서 수사절차에 적용되는 형사소송법 등에 관한 내용까지 상담을 하는 것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공인노무사법에 따른 직무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고 판시했다.

대형로펌의 한 변호사는 "공인노무사 시험과목에 형사법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점과 법률사무의 수행은 원칙적으로 변호사에게 하도록 한 현행법 체계에 비춰 대법원이 이같은 판결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며 "이러한 취지에 비춰봤을 때 중대재해처벌법처럼 형사법을 주요한 내용으로 하는 법령은 공인노무사의 직무에 포함될 수 있는 노동 관계 법령에서 제외하는 것이 맞는다"고 강조했다.  


● 근로감독관 '갑질' 의혹에... 변협 "변호인 조력권 침해는 기본권 훼손"  

최근에는 고용노동부 소속 근로감독관이 중대재해 조사 과정 중 변호사를 내보내는 등 이른바 '갑질' 행위를 했다는 의혹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비판을 받기도 했다. 

<매일경제> 보도에 따르면 중대재해가 발생한 기업 사업장에 지방노동청 소속 산업안전 근로감독관들이 현장 조사를 나온 자리에 사업주가 변호사를 대동하자 근로감독관들이 화를 냈으며, 또 다른 지방노동청은 이유 없이 변호인의 조력을 거부해 담당자와 다툰적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도 직후 고용노동부는 반박 자료를 내고 "고용노동부 근로감독관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수사과정에서 변호인의 참여권 행사를 정당한 이유 없이 제한한 사실이 없다"며 "근로감독관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에 대한 수사과정에서 참고인, 피의자의 방어권, 변호인의 참여권을 충분히 보장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대한변협은 6일 성명을 내고 "헌법상 기본권인 변호인 조력권을 침해한 근로감독관의 위법·월권행위에 대해 즉각 의법조치하고 재발방지책을 강구하라"고 고용노동부에 촉구했다.

변협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는 헌법상 기본권으로서 국가 권력에 의한 수사와 재판을 포함한 일체의 권력적 조사과정에서 최대한 보장되어야 한다"며 "근로감독관이 특별사법경찰관으로서 수행하는 조사는 형사소송법상 수사 절차이므로 사업주가 근로감독관의 조사를 받을 때 변호인 조력을 받은 것은 당연한 권리"라고 지적했다. 

이어 "근로감독관들이 변호인 조력권을 침해하는 것은 헌법이 인정하는 국민들의 권리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남가언 기자

저작권자 © 법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