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공익대상 단체부문 수상' 공익법센터 어필 인터뷰

난민 관련 선도적 판결 이끌어… “난민인식 개선 꼭 필요”

"부당한 대우를 받는 사람이 하나라도 있다면 변호할 것"

캠페인·유튜브 등으로 쉽고 전문적인 '난민 알리기' 집중

△ (사진 왼쪽부터)이일 변호사, 정신영 미국변호사, 전수연 변호사, 윤근휴 행정팀장, 김세진 변호사
△ (사진 왼쪽부터)이일 변호사, 정신영 미국변호사, 전수연 변호사, 윤근휴 행정팀장, 김세진 변호사

캘리그라피로 종이에 직접 쓴 '공익법센터 어필 since 2011' 현판이 방문자를 반긴다.

캐주얼한 복장의 변호사들은 햇살이 비치는 회의실에서 온라인으로 난민 관련 상담을 하고있다. 스타트업처럼 정해진 자리 없이 모두가 한데 뒤섞여 일하고, 서로를 닉네임으로 호칭하며 편하게 지낸다. 수평적 구조 덕분에 내부 결속은 더 단단하다. 서로 존중하고, 격려하면서 인권 활동에 온 힘을 기울인다.

공익법센터 어필은 '난민 판결의 개척자'로 법조계에 이름을 알렸다. 

△난민에 대한 생계비 지급 거부처분 취소 판결(2015구합79413) △송환대기실에서의 변호인접견권을 인정한 위헌결정(2014헌마346) △난민에 대한 출국명령을 취소한 판결(2019구단63044) △합법적 체류자격을 거부해 온 출입국에 대한 체류자격변경불허 무효 판결(2020. 9. 10. 선고 2019구단64429) △환승객에게 난민 심사를 허용한 판결(2020누45348) △난민신청을 한 외국인을 공항 환승구역 출국장에 강제 수용한 사건에 대한 위법 판결(2020인라8결정) △한국에서 태어난 아동에 대한 ‘출생이 등록될 권리‘를 인정한 대법원 판결(2020스575) 등 다양한 ‘최초’ 판결을 어필이 이끌어냈다.

 "일반적으로 '난민' 하면 부정적 이미지를 떠올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난민을 만나보면 용기있고, 성실하면서 친절한 사람이 적지 않습니다. 저는 자국에서 독립운동을 하던 분에게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과거 우리나라의 독립운동가 분들도 외국에서 이런 느낌이었겠구나 싶더라고요. 이제는 법원도 국제인권법연구회를 조직해 관련 연구를 하시는 등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전향적 판단이 쉽게 나오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조금씩 바뀌고 있다고 생각하면서 진심을 다해 일하고 있어요."

난민 인권을 향상시키기 위한 제도 개선 노력도 꾸준히 전개하고 있다. 이와 관련 어필은 외국인이 '장기구금'을 당하지 않도록 출입국관리법 제63조에 대한 위헌제청신청도 수 차례 제기했다. 첫 소송은 각하됐고, 두 번째 소송에서는 합헌 결정을 받았다. 세 번째  소송에서도 합헌 결정을 받았지만 재판관 5명이 위헌 의견을 내는 등 변화를 이끌어냈다.

유럽은 난민 구금일수에 상한이 있고, 최대 1년 6개월을 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아시아에서는 대만이 출입국관리법상 구금 상한을 15일, 최대 90일로 최근 개정했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는 평균 12일이면 송환 여부가 결정된다. 그럼에도 구금상한이 정해져 있지 않아 길게는 몇 년씩 구금되는 외국인도 있다.

"국제협약에서는 구금 기준이 있는데 우리나라는 기준이 명시돼있지 않아요. 협약은 강제성이 없고, 법무부는 미등록체류자 단속을 이유로 구금 상한 설정을 꺼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외국인 보호소의 가혹행위가 불거진데다 많은 시민들이 문제를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헌법재판소에서 6인 이상의 재판관이 위헌 의견을 내기를 바라고 있는데, 저희는 위헌 결정을 대비해 법률 개정안도 준비 중입니다."

어필은 외국인보호소 고문 사건 대응 공동대책위원회와 함께 '외국인도 사람이다'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출입국관리법 제63조 제1항 개정을 위한 서명(https://www.campaigns.kr/campaigns/560)을 받고 있다. 현재까지 5800여 명이 참여했다. 목표는 1만 명이다.

△ 어필 사무실에 놓여있는 변호사공익대상 상패
△ 어필 사무실에 놓여있는 변호사공익대상 상패

열정적인 헌신과 노력이 이어지면서 최근에는 대한변협 변호사공익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어필 초창기부터 현재까지 이사로 참여하고 있는 박종운(사시 39회) 변호사도 변호사공익대상 개인부문 수상자로 이름을 올렸다. 어필 회의실에는 인권을 다룬 책들 가운데 변호사공익대상 단체부문 상패가 자랑스레 놓여져 있다.

"창립자인 김종철(사시 44회) 변호사는 홀로 이 일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6명의 상근자와 함께 캠페이너, 펠로우 변호사 그리고 여러 인턴이 함께 일하는 공동체로 성장했어요. 어필이 이렇게 든든하게 바로 설 수 있었던 배경에는 그동안 어필을 믿고 지지해주신 후원자분들과, 함께 뜻을 모아주신 연대 단체들 덕분입니다. 저희도 더욱 힘을 내어 취약한 외국인 곁을 지키면서 불의에 맞서 나가겠습니다."

△ (사진 왼쪽부터)윤근휴 행정팀장, 정신영 미국변호사, 김세진 변호사, 전수연 변호사, 이일 변호사
△ (사진 왼쪽부터)윤근휴 행정팀장, 정신영 미국변호사, 김세진 변호사, 전수연 변호사, 이일 변호사

어필은 이제 한 걸음 더 나아가 시민사회로까지 발걸음을 넓히고 있다. 

최근에는 이주어선원들의 인권 보호를 위해 펼친 '누가 내 생선을 잡았을까?' 캠페인을 런칭해 성공적으로 마쳤다. 국내 이주어선원들은 월 50만 원 수준의 임금을 받고 하루 18시간씩 일하는 가혹한 노동에 시달린다. 때때로 바닷물로 샤워를 하기도 한다. 어필은 이주어선원들의 열악한 노동 환경을 개선시켜 달라는 6000여 명의 시민 목소리를 담아 해양수산부에 전달했다. 그 사이 여권 압수를 금지하는 '선원법' 개정이 있었고, 지난 1월에는 이주어선원이 일하다가 사고를 당했다면 내국인 선원과 동일한 기준으로 재해보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오기도 했다.

어필은 유튜브 등 뉴미디어를 적극 활용하기도 한다. 채널 기획과 촬영, 편집 등 운영은 이일 변호사가 4년간 도맡아 진행하다가 최근 미디어 전문 인턴을 고용해 함께 하고 있다. 어필의 유튜브 채널(youtube.com/channel/UC3ASbWfIu01Y7tXcEoFkDFQ)은 구독자 3000명 돌파를 눈 앞에 두고 있다.

"소송도 열심히 하고 있지만, 사람들의 공감을 얻기 위해서는 여러 소통 활동이 필요합니다. 어필 초기부터 뉴스레터, 페이스북, 블로그를 운영해왔는데, 어필과 직접 관련이 없는 사람들도 쉽게 접할 수 있는 매체에서 이야기를 전달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유튜브도 시작하게 됐습니다. 저희가 자극적인 콘텐츠를 제작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구독자가 단기간에 늘어나지는 않지만, 구글에서 NGO가 운영하는 채널로 소개하는 등 소소한 성과를 얻고 있습니다.”

어필 유튜브 채널 중 '난민 101 in K반도(Refugees 101 in Korea)’ 시리즈는 지나치지도, 가볍지도 않게 난민 이슈를 풀어나간다. 현재까지 12개의 동영상이 업로드 됐는데, 국독자들의 호응이 좋다. 변호사로서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난민의 국적 문제 △난민과 인신매매 간 관련성 △난민과 인도적 체류의 차이 등 난민에 대한 여러 논의를 담아냈다는 평가다. 

마지막으로 어필은 여전히 우리 사회가 더 많은 공익변호사를 필요로 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저희는 부당한 대우를 받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남겨져 있다면, 그들을 변호할 겁니다. 그것은 '우리 모두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공익활동에 관심이 있다면 인턴과 자원봉사 등 최대한 많은 활동을 직접 해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배우는 것과 경험하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거든요. 전업으로 공익변호사를 하고 싶으신 예비법조인분들이 계속 꿈을 포기하지 않기를 바라면서, 반드시 전업이 아니더라도 본인 상황에 맞게 공익활동에 동참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아울러 우리 사회가 이런 꿈을 가진 변호사들이 계속 일할 수 있도록 뒷받침 해주는 건강한 사회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임혜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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