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운 변호사공익대상 수상자 인터뷰

“세상을 이롭게 하자"는 신념을 실천으로 옮긴 삶

프로보노만 20여년… "급여 적더라도 해야 할 일"

"복지에도 '인권' 필요… 법으로 인식전환 선도를"

"모든 변호사들이 공익활동 하는 세상 꿈꾼다"

박종운(사시 39회) 변호사는 공익 활동계의 올라운더(all-rounder)다.

장애인차별금지법제정추진연대 상임집행위원 및 법제정위원장, 철거현장 인권지킴이단 단장, 4·16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 상임위원 겸 안전사회소위원장, 사회복지시설 무연고 사망자 유류금 신속처리 법률지원단 단장, 국가인권위원회 장애차별 전문위원 등 공익 분야에 특화된 법률상담·교육, 소송구조를 도맡아 처리하고 관련 법률 제·개정에도 힘썼다.

“어릴 때부터 '연약한 나도 세상에 좋은 일들을 해야 해'라는 생각을 가졌어요. 싸움을 잘하진 못하지만, 대학을 갈 때쯤 법이라는 전문성을 가지고 정의로운 싸움을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다른 대학을 다니다가 1984년도에 성균관대 법학과로 다시 입학해서 법조인이 되었습니다. '신념'을 '실천'으로 옮겨서 인간 세상을 긍정적으로 발전시키는 인생을 살고 싶었어요. 세상을 이롭게 하자는 마음가짐으로요."

공익을 향한 그의 의지는 현실이 됐다. 그는 연수원 수료 후 입사한 로펌에서 "급여를 깎아도 좋으니 공익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당당하게 요구했다.  

"약자에 대한 인권 침해는 일과 시간이든 아니든 때를 가리지 않고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습니다. 만일 제가 로펌을 운영하는 입장이었다면 저 같은 사람을 채용할 것인지 간단하게 결정을 내리지 못했을 겁니다. 요즘에는 로펌도 공익법인을 만드는 분위기지만 20여 년 전에는 굉장히 드문 일이었거든요."

박 변호사가 처음 관심을 기울인 분야는 '이주외국인'이었다. 20년 전만 해도 산재를 입은 외국인 노동자에게 치료는 고사하고 임금도 주지 않은 채 불법체류를 이유로 추방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했다. 박 변호사가 이주민 지원 단체를 위해 성심껏 법률지원을 하자 순식간에 "이런 변호사도 있다"는 소문이 퍼졌다.  

“20여 년 전에는 프로보노 활동을 하는 사람이 극소수였습니다. '이주 외국인은 도와주는데 왜 장애인은 안 도와주냐'고 도움을 요청하면 그분들도 도와주는거죠. 그래서 다양한 일을 동시에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어요. 지금은 전업 공익 변호사가 많아져서 장애인, 난민 등 전문적으로 한 분야를 택해서 돕는 변호사들이 늘었습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박 변호사의 헌신적인 프로보노 활동에 주목해 지난 10일 열린 ‘제84회 변호사연수회’에서 변호사공익대상을 수여했다. 지난해에는 광주지방변호사회의 ‘홍남순 변호사 인권상’ 수상자로도 선정됐다. 그의 수상소식을 들은 주변 사람들 "당연히 받을 사람이 받았다"는 반응을 내비쳤다.   

“처음에는 상을 받는다는 게 부담이 됐지만, 한편으로는 이렇게라도 이름이 알려지니 함께 공익활동을 하자는 연락이 많아져서 좋습니다. 게다가 설립 시 이사로 참여한 '공익법센터 어필'도 함께 상을 타게 되어 더욱 기뻤습니다."

박종운 변호사는 이제 단순한 프로보노 활동을 넘어 '법제도 개선' 분야에 천착하고 있다. 선(善)의 구조화를 이룩하자는 취지다. 실제로 그는 장애인차별금지및권리구제등에관한법률 제정(안)을 작성하는 등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 과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2002년부터 준비한 해당 법안은 2007년 4월 제정돼 2008년 4월부터 시행됐다.

"법률전문가로서 법률교육, 소송구조 등 공익활동을 계속하다보니 어느 순간 '법제도 개선'에 눈길이 갔습니다. 장애인 목욕을 돕는 건 물론 훌륭한 일이지만 한 사람에 대한 일회적인 일에 그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법제도를 개선하면 모든 장애인에게 권리를 보장함으로써 장애인과 우리 사회 전체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미국 장애인법(ADA법)이 미국 장애인의 삶을 바꿔놓은 것처럼 말입니다." 

박 변호사는 법률을 제·개정할 때 반드시 인권 개념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회적 약자도 '인권'이 있다는 사실을 법으로 규정해야 전반적인 인식을 바꿀 수 있다는 이유다. 같은 맥락에서 그는 '시혜에서 인권'이라는 슬로건을 꾸준히 주창한다. 

"복지에 인권 개념이 없으면 공급자의 편의에 따라 임시적, 동정적으로 던져주는 서비스가 되고 맙니다. 장애인 복지는 단순한 '적선'이 아닌 인간으로서 누려야할 당연한 권리를 향유하도록 하는 서비스라고 생각합니다. 법률이 선제적으로 인식 전환을 선도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만 법이 지나치게 이상적이면 결과적으로 인권을 보장할 수 없게 되는 부작용도 발생합니다. 따라서 현실의 인식 변화와 보폭을 맞추되, 방향성을 제시하고 한 발짝 앞서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고, 사회적 약자가 인간적인 삶을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는 약자들이 당연히 누려야할 권리가 단순히 국가의 시혜나 다른 구성원들의 배려로 치부되는 상황을 경계했다. 나아가 약자의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 사회 전체의 공리(共利)를 높일 수 있다고 언급했다.   

"사회적 약자를 동정심으로 돕는 것과 사회적 약자의 권리이므로 당연히 그렇게 해줘야 하는 것은 확연히 다릅니다. 사회적 약자에게 '권리'가 주어진다면 그건 국가나 그 누군가의 '의무'가 됩니다. 지하철에 엘리베이터 같은 설비를 만들지 않으면 당장 비용은 적게 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시설이 공공시설에 설치되는 것이 당연히 옳다고 생각하게 되면 오히려 설치하지 않는 게 이상해집니다. 추가로 비용이 들어가는 게 아니라 당연히 투입해야 하는 비용이 되는 거죠. 지하철 엘리베이터도 처음에는 '장애인만을 위한 설비'라고 생각할지 몰라도 실제로 이용하는 사람은 노인, 임산부 등 비장애인 이용객이 더 많습니다. 모든 분의 인권이 향상되는 거죠."

박 변호사는 '모든 변호사가 공익활동을 하는 세상'을 꿈꾼다. 그는 프로보노 활동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고민하는 변호사들에게 공익단체 감사로 활동하거나 대한변협과 지방회의 인권위원회 등에 참여할 것을 권했다.   

"변호사들이 ‘1년에 1건이라도 공익소송을 해보겠다'는 마음가짐을 가졌으면 합니다. 공익소송 뿐만 아니라 사회적 약자를 돕는 기관·단체를 후원하거나 그런 단체의 감사나 이사직을 맡아서 활동해도 좋습니다. 특히 감사를 추천하고 싶어요. 상대적으로 시간은 많이 들지 않으면서도 운영 과정에 참여해 실질적으로 법률적 도움을 줄 수 있거든요. 만약 공익이라는 표현이 너무 추상적이라면 '1년에 한 번 정도만 정말 어려운 사람을 돕자'고 생각해도 좋습니다. 그리고 대한변호사협회나 지방회의 인권위원회, 특별위원회 등 활동에 참여해 보시기를 강력하게 추천 드립니다. 저도 인권위원회 활동을 통해 많이 배웠거든요." 

마지막으로 그는 "프로보노 활동은 변호사로서의 자부심과 원천"이라며 "다른 사람을 도우면 스스로의 가치도 높아진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익활동은 개인적으로도 엄청난 의미와 보람을 가져다줍니다. 물론 경제적으로는 조금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웃음). 그렇지만 타인 삶의 질을 높여주면 나에게도 도움이 됩니다. 변호사로서 자부심과 긍지가 생기거든요. 그러면 자연스럽게 나의 가치도 자연스레 높아집니다." 

 

/임혜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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