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두 번의 새해 시작을 맞는다. 1월 1일로 연도가, 설날로 띠가 바뀐다. 학교를 다니고 있는 사람들은 봄학기라는 또 다른 새해의 시작을 맞이한다. 3월은 다른 사회 구성원에게는 전혀 새로울 것이 없는 달이겠지만 필자에게는 새로운 학생들을 만나게 되는 늘 긴장되면서도 기다려지는 또 다른 출발선이다. 비록 코로나19 확산이 아직 염려되고, 집단면역을 갖출 수 있는 시점이 요원하여 학생들과 직접 대면하여 수업하는 것을 희망할 수는 없지만 부족하나마 학생들에게 어떠한 말과 글을 사용하여 교과 내용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지 늘 고민한다.

사람들과의 만남은 말과 글로 이루어진다. 말과 글을 만드는 과정에서 내 밖으로 내놓지 말아야 할 말과 글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된다. 다만, 언행은 의식적인 것과 무의식적인 것이 섞여 있어서 하지 말아야했을 언행은 종종 내 통제를 벗어나 밖으로 나온다. 그럴 때마다 나의 모든 언행을 통제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나 자신에게 어느 정도의 원칙과 상황을 주지시키면 그나마 실수는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러면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원칙과 상황은 무엇인가?

첫째, 교수라는 직업이 남의 말과 글을 평가하는 직업이라 다른 사람을 비판하는 날을 늘 세우지만, 그 칼날이 나에게 스치기만 해도 나는 아파하고 불평한다. 그래서 나도 내가 다른 이를 비판하는 것보다 훨씬 더 혹독한 비판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을 늘 생각하려고 한다. 둘째, 사회에서 내게 맡겨준 역할에 맞는 언행을 하려고 한다. 수업이라는 시공간에서 그리고 직업으로 맺어진 인간관계에서 내게 맡겨진 역할에 충실하고자 한다. 늘 공부하고 공부한 것을 주변에 알리라는 직업을 가진 이상 그 자세를 견지하려 한다. 지위를 이용한 갑질과 횡포는 부끄러운 것이다. 셋째, 가급적 긍정적인 말과 글을 담아내고자 한다. 비록 내가 공부하는 것이 다툼에 대한 분석과 해결 방안이지만 그와 같은 분쟁해결에 일조하려는 입장보다 희망적인 모습을 보여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우리 사회가 법조인에게 기대하는 것 중 일부도 아마 위의 세 원칙과 같은 상황일 것이라 추측해 본다. 재판 중 당사자 한쪽을 옹호하는 발언을 하는 법관, 법이라는 칼을 갖고 다른 사람을 위협하는 모습을 보이는 변호사, 피해자를 조롱하는 발언을 하는 검사의 모습은 모두 낯설고 실망스럽다. 물론 필자는 이러한 모습들을 지적할 자격이 없는 내로남불의 전형이지만 학교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봄학기라는 새해의 또 다른 시작을 맞이할 수 있는 혜택을 누리는 사람으로 3월이 사회에서 기대하는 바에 걸맞은 법조인의 언행을 보고 들을 수 있는 새로운 시작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박용철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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