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상장회사들은 여성 사외이사 모시기에 여념이 없다. 자산총액 2조 원 이상인 상장법인 이사회를 특정 성별로만 구성하지 않도록 하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일부 개정안이 2022년 8월부터 본격 시행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 고객으로부터 회사에 적합한 여성 사외이사 후보 찾기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라는 푸념을 들었다. 회사 비즈니스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관련 분야에 해박한 지식을 지녀 회사에 기여를 할 수 있는 여성 전문가를 찾고 싶은데 그 후보군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사외이사 후보에 적합하지 않은 인물을 추천할 수도 없어 고민이 라는 것이다.

보수적이라는 법조계에서도 비교적 여성 비율이 높아지기 시작한 세대인 필자로서는 주변에 활발히 활동하는 동료나 여자 선후배가 꽤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직까지 이런 현상이 발생한다니 참으로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이러한 현상의 원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아마도 지금까지 여성 전문가로서 변호사라는 직업을 영위하면서 느꼈던 어려움과 크게 다르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전문가는 고도의 전문적 지식을 발휘해야 하기 때문에 이를 계발할 수 있는 업무를 지속해야 한다. 여기에는 필연적으로 많은 시간이 투여되는데, 일정 시간 이상을 투여하지 못하면 업무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기가 힘들고 한 분야의 전문가로도 성장하기 어렵다. 이는 가정을 가진 사람에게는 양립하기 어려운 조건으로써 가족의 배려와 희생이 없으면 이러한 시간을 확보하기란 불가능하다. 변호사뿐만 아니라 많은 여성 전문가들은 업무 전문성을 쌓으며 성장하는 과정에서 이로 인한 갈등을 필연적으로 겪게 된다. 남성 전문가들도 마찬가지지만 여성에게 전통적으로 요구되는 역할로 인한 압박과 갈등은 남성 전문가보다 심하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안타깝게도 아직까지 우리 사회는 이러한 갈등이 있을 수밖에 없음은 인정하면서도 이를 개인의 희생, 즉 가족들의 배려로 극복하는 방안 외에는 속 시원한 해법을 제시하고 있지 않다. 일하는 여성을 위한 여러 제도가 마련됐지만 사실상 이를 제대로 활용하기 어려운 여성 전문가가 아직도 대다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무적인 것은 이런 환경 속에서도 난관을 극복하고 출중한 실력을 뽐내는 여성 전문가의 숫자가 점점 늘어나고, 여성 전문가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여성 사외이사 선임 같은 제도를 십분 활용해 여성 전문가가 기업 의사결정에 목소리를 낼 수 있다면, 앞으로 사회에 진입하는 여성 전문가에게 큰 힘이 되지않을까? 선임권을 가지고 있는 기업이 적합한 여성 사외이사를 발굴하고 개인과 사회가 합심해 후보군을 육성하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한 일 같다.

(본 기고의 내용은 소속 기관의 입장과는 무관한 저자 개인의 견해임)

 

 

/안효준 변호사

서울회·법무법인(유) 태평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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