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티비에서 어느 남자 가수의 집에 찾아가 집안 가구와 물건을 정리해주는 프로그램을 시청하고 속이 후련했던 적이 있다. 프로그램명인 ‘신박한 정리’에서 ‘신박하다’는 게임 유저들 사이에서 ‘신기하고 참신하다’는 의미를 ‘신박하다’라고 표현했던 것이 유행어가 되어 정착된 사실도 알게 되었다. 정리라는 것이 얼마나 대단하면 그런 표현을 붙였을까. 그런데, 필자도 업무나 개인 생활에서 정리란 신박한 효과를 가져온다고 믿는다.

소장을 쓰는 과정은 정리가 8할이라는 생각이 종종 든다. 의뢰인이 가져온 자료는 같은 자료가 여러 개인 적이 부지기수이고, 도장이 찍혀있지 않은 사실확인서도 있으며, 의뢰인 본인이 작성한 엑셀 자료를 증거로 제출해 달라고 요구하기도 한다. 재판이 있고, 경찰조사에 참여해야 하고, 일정이 바쁜데 신박한 정리가 필요하다. 손이 빠르게 움직이며 서류를 정리한 후 증거로 낼 서류에 순번을 붙인다. 가독성 있게 문장과 문단을 배치해서 소장을 완성한다. 정리가 되었다. 뿌듯하다.

변호사로서 의뢰인과의 관계 정리도 필요하다. 업무 범위를 벗어난 부당한 요구를 하거나, 지나치게 감정의 쓰레기통이 되어주길 원하는 의뢰인과는 적당한 거리를 두어 정리를 할 수밖에 없다. 소송의 결과가 좋거나 설사 좋지 않았더라도 감사의 인사를 잊지 않는 의뢰인과는 소송이 끝난 후에도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려 노력한다.

또한, 개인인 나로서 주변인들과의 관계 정리도 필요하다. 어떤 사람에게는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더 깊은 관계를 도모하여 인간관계를 정리해 본다. 지인인 한 세무사님이 “골프를 쳤더니 주변 관계가 자연스럽게 정리되더라”고 했던 말이 이제는 무슨 말인지 알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이런 정리는 사실 한 가지 목적만을 위한 것인데, 바로 내 마음이 편안하고자 하는 것이다. 정리를 잘한 날이면 그날 밤 편안하게 잠들 수 있다. 하루하루 정리가 잘 된 날을 보냈으면 그해의 연말에 마음이 편안하고 다음 해에 새로운 일을 도모할 여력이 생긴다. 오늘 아침도 집안 정리부터 시작해 본다.

 

 

/김판기 변호사
서울회·법률사무소 청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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