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하엘 엔데의 작품 ‘모모’에서 모모가 마을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무기는 바로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것이었다. 여러 SNS의 흥행도 사람에게는 말을 하고 싶어 하는 욕구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왜 사람들은 슬프거나 우울할 때 말을 하고 싶어 하는 것일까. 이와 관련해 미국 캘리포니아대 연구진 리베르만(Lieberman) 등이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발표한 적이 있다.

인간이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다는 것은 해당 감정을 느끼게 하는 뇌 영역이 활성화된 것으로, 감정에 따라 다른 영역이 활성화 된다(특정 행동을 할 때 활성화 되는 뇌 영역도 마찬가지다).

리베르만 등의 연구에 따르면, 부정적인 감정을 언어로 표현하는 뇌영역(우반구하측전전두엽)과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는 뇌영역(편도체)은 동시에 활성화되기가 어렵다. 즉 언어로 자신의 감정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우반구하측전전두엽 영역이 활성화되면, 기존에 활성화 상태였던 슬프고 우울한 감정을 느끼는 편도체 영역의 활성화 된 정도가 약화된다는 것. 이렇게 편도체 영역의 활성화가 약화되면, 사람이 느끼던 부정적 감정의 세기도 약해진다. 이러한 메커니즘으로 기분이 나쁠 때 감정을 말하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나아지는 것이다. 이러한 리베르만 등의 연구 결과는 많은 사람들이 감정적으로 힘들 때 말을 하고 싶어 하는 현상을 설명 가능하다.

코로나19가 확산될 때마다 방역 당국이 ‘지인 모임 자제’를 촉구한다는 것은 방역 당국이 목표하는 수준으로 모임이 줄어들지 않는다는 방증일 것이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인하여 ‘코로나 블루’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심리적 침체를 겪고 있다. 이러한 시기에 사람들이 다른 사람을 만나고 싶어 하는 것은 본능인 건 아닐까.

그렇지만 코로나 시대의 모임을 자제하며 같은 효과를 누릴 수도 있다. 바로 글을 쓰는 것. 우반구하측전전두엽은 말할 때뿐만 아니라 글을 쓸 때에도 활성화되기 때문이다. 모임을 갖지 않되 글을 씀으로써 자신의 감정을 건강하게 리프레시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최은미 변호사

서울회·법률사무소 서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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