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에서 한창 사업해서 돈 벌고 생산적인 일을 해야 하는데 구속돼서 내가 쓸모없게 느껴지고 답답하네요.” 최근 구치소 접견을 갔을 때 접견 중인 수용자가 갑자기 필자에게 한 말이다. 사업 관련한 일로 구속되었지만 오랫동안 사업을 해 온 사람이라 충분히 그렇게 느낄 수 있겠다 싶었다.

사람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사람은 생산적인 행위를 했을 때 정신적인 만족감을 느낀다. 돈을 벌거나 공부를 하거나, 운동을 하는 생산적인 행위 말이다. 생산적인 행위를 통해 우리는 성장한다. 그런데 이러한 모든 행위는 신체적인 자유가 있어야 가능한 것이다.

2020년에는 코로나 사태 속 과거 야간통행금지를 방불케 하는 2.5단계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기도 했다. 필자도 자주 운동하러 가던 산책로가 통제되었고 개업변호사로서 사회적인 행동 반경이 많이 좁아진 것을 체감한다. 홈트레이닝을 하고 책도 읽고는 있지만 좀 더 활동적인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종종 든다.

올해 코로나 사태로 인한 자유의 제한은 갓 태어난 아기에게도 미치는 듯하다. 며칠 전 올봄 태어난 딸아이를 마스크 씌우는 등 단단히 채비한 후 미처 못 찍은 백일사진을 찍으러 스튜디오에 데리고 갔는데 아이가 너무 울어 그냥 온 적이 있다. 사진사의 말에 따르면 코로나로 인해 요새 부모들이 아기 외출을 안 시키고 외부인의 접촉을 차단해 사진 찍으러 온 아기들이 낯선 환경에 많이들 울고 돌아간다고 한다. 코로나에 따른 신체적 자유 제한은 올해 태어난 아기들의 사회적 성장에도 영향을 미쳤구나 생각하니 새삼 어른으로서 미안해진다.

그러한 올해도 벌써 종반부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필자는 으레 한 해의 마지막이 되면 그해에 내가 얼마만큼 성장했는가 돌이켜 보곤 했다. 2020년의 마지막 날에는 코로나 사태로 인한 제한된 자유 속에서 고군분투한 한 해로 기억 남을 것 같다. 지금 사무실에서 일을 하고 있거나 학교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 독자분들도 제한된 활동영역 속에서 성과를 내어야 하는 것에 지치신 분들이 있을 것이다. 자유와 성장에 대한 욕구는 우리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는 것을 상기시킨다면 좀 위로가 되지 않을까 싶다. 올해의 마지막 날까지 힘내자고 스스로도 다짐해본다.

/김판기 변호사

서울회·법률사무소 청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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