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이미지가 좋아야 돼. 특히 남한테 보이는 직업에서는 더욱.”

흔히들 이렇게 말한다. 변호사, 심지어 청년변호사라면 의뢰인에게 좋은 이미지를 보여주어야 한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이미지라는 표현이 어렵다면 인상(人相)이라고 하자. 필자는 초년 차 시절 변호사의 이미지 내지 인상에 대해 고민할 계기가 있었다.

필자가 변호사가 되고 고용변호사로 면접을 보았을 적 면접에 오신 변호사님으로부터 “변호사의 이미지에 딱 부합하시네요”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뭔가 순간적으로 기분은 좋았지만 끝나고 생각해보니 딱히 내가 어떻다는 건지는 알 수 없었다. 면접관님도 딱히 구체적으로 할 말이 없어 그렇게 말하셨을 수도 있다. 그래서일까 그 면접에서는 떨어졌다.

이처럼 막상 생각해보니 청년변호사로서 구체적으로 어떤 이미지를 갖춰야 하는 건지 애매모호했다. 성실하고, 물불 안 가릴 정도로 열정이 넘치고, 실패를 딛고 일어서고, 정의를 추구하고, 공익활동에 앞장서고 하는 이미지일까. 그런데 이건 모든 변호사가 갖추어야 할 이미지에도 해당되는 것 같다. 아니 사람이라면 마땅히 추구해야 할 이미지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필자가 개업변호사로 몇 년 활동하다 보니 별다른 고민 없이 어느새 자연스레 “솔직하게 상담하며 바쁘더라도 꼼꼼하게 사건에 신경 써주는 변호사”의 이미지를 추구하게 되었다. 돌이켜보니 변호사로서 가지길 고민했던 이미지가 마음 속에 어느새 구체화되었고 무엇보다 처음 보는 의뢰인에게 신뢰를 주는 것 같다. 가치가 없는 고민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한때 어떤 이미지가 청년변호사로서의 좋은 이미지일까 고민을 했던 것이 허망해졌다.

청년변호사의 이미지는 어느 한순간의 진지한 고민을 통해 그 모습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실무를 하면서 경험이 쌓여 이미지가 마치 석고상을 조각하듯이 점차 구체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이었다. 이미지는 만드는 것이 아니라 쌓는 것이다.

 

/김판기 변호사

서울회·법률사무소 청담

저작권자 © 법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