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째 사무실을 찾는 의뢰인이 있다. 미취학 자녀를 둔 여성이다. 남편은 영업직에 종사하고 있다. 매달 벌어들이는 수익도 적지 않다. 그런데 가정은 그리 화목하지 못하다. 남편의 끊임없는 부정행위 때문이다. 남편은 영업직에 종사하고 있다. 매일 귀가가 늦는 것도, 끊임없이 낯선 여자로부터 전화가 오는 것도 직업상 어쩔 수 없다고 했다. 의뢰인도 처음에는 그런 줄 알았다. 하지만 얼마 후 우연찮게 본 남편의 휴대폰에서 부정행위의 증거를 발견했다. 의뢰인은 큰 충격을 받았다. 얼마 후 필자의 사무실로 찾아와 상담을 요청했다.

그런 행위는 민법상 부정행위로서 이혼사유에 해당한다는 점과 배우자는 물론이고 상간녀에게도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다고 답변해주었다. 그러자 의뢰인이 물었다. “변호사님. 제가 이혼하고 잘 살 수 있을까요?”라고. 뭐가 그렇게 걱정되시냐고 했더니 양육비가 걱정이란다. 남편이 회사에 근무하고 있고 수입도 충분하니 양육비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 설득했으나 통하지 않았다. 이혼을 하면 남편의 성향상 양육비나 생활비를 제대로 주지 않을 것 같단다. 결국 이혼소송은 하지 않기로 했다. 위자료 소송만을 진행했다. 그러나 얼마 후 상간녀의 남편이 의뢰인의 남편을 상대로 위자료 청구를 해왔고, 결국 의뢰인은 고민 끝에 쌍방이 소를 취하하는 것으로 합의를 했다.

그런데 얼마 후 남편은 또 다른 여자와 부정행위를 저질렀다. 이에 대해 추궁하자 남편은 의뢰인이 이혼을 안 해주니 자기는 계속 이렇게 살 것이라 말했다고 한다. 이쯤되면 더이상 정상적인 가정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뢰인은 아직도 이혼을 할 생각이 없다. 이혼 후 자녀들을 혼자 부양할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양육비 때문이다. 재판을 해도 양육비가 충분히 나오지도 않고, 그 마저도 남편이 지급을 하지 않으면 여러 번거로운 절차를 거쳐야 하는 게 싫다고 했다. 필자가 느끼기에도 그 말은 사실에 가깝다. 그러다 보니 변호사로서 더이상 해줄 말이 없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라디오에서 소위 ‘출산장려캠페인’이 흘러나왔다.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를 만들겠단다. 좋은 말이다. 하지만 3쌍 중 1쌍이 이혼한다는 지금의 시기, 과연 출산장려를 위한 정책에 이혼 후 자녀 양육과 양육비에 대한 대책까지 포함되어 있을까? 부부가 공동으로 양육하는 것보다 이혼 후 부부 일방이 홀로 양육하는 게 몇십 배는 어려울 것 같은데 말이다. 일반적인 가정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열악한 환경에 놓인 이혼가정의 양육환경에 대한 대책, 그게 우선적으로 구비 되어야만 진정한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빈정민 이혼 전문변호사

부산회·법무법인 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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