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참여재판’은 사법의 민주적 정당성과 신뢰를 높이기 위해 지난 2008년 시범 실시됐습니다. ‘국민의 상식과 눈높이로 국민과 함께’란 모토로, 국민이 배심원으로 참여해 피고인의 유무죄에 관해 평결을 내리고, 유죄 평결이 내려진 피고인에게 선고할 적정한 형벌을 토의하는 한국판 배심제입니다. 원칙적으로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상 합의부 관할 사건 피고인이라면 국민참여재판을 받겠다고 신청할 수 있습니다.

물론 모든 재판을 무조건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배심원 등의 생명·신체·재산에 대한 침해 또는 침해의 우려가 있어 출석의 어려움이 있는 경우 △공범 관계에 있는 피고인 중 일부가 국민참여재판을 원하지 않아 국민참여재판 진행에 어려움이 있는 경우 △특정 성폭력 범죄 피해자 내지 법정대리인이 국민참여재판을 원하지 않는 경우 △그 밖에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인정되는 경우 등에는 재판부가 국민참여재판 ‘배제 결정’을 내릴 수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올해 맹위를 떨치고 있는 ‘코로나19’는 국민참여재판을 열지 않는 사유가 될 수 있을까요.

법원은 “그렇다”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최근 기자의 후배가 방청한 한 합의부 재판에서 피고인이 국민참여재판 진행을 원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판사는 난색을 보이다 못해 결국 짜증을 내고 말았습니다. 취지는 국민참여재판을 진행하려면 법정에 수십 명의 배심원 후보를 불러 추첨을 해야 하는데, 코로나 확산세를 고려하면 피고인의 신청을 받아들이기 어렵단 것이었습니다. 몇몇 다른 재판부 역시 동일한 태도였습니다.

이 같은 재판부 결정이 위법한 건 아닙니다. 코로나로 인해 배심원의 신체에 대한 침해의 우려가 있어 출석이 어려운 경우 내지는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인정되는 경우라고 판단한 것이고, 이는 재판부의 재량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코로나 와중에도 국민참여재판 신청을 받아들인 재판부가 “있다”라는 점만은 분명히 해둬야 할 듯합니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형사합의부는 지난 3월 공판준비기일에 피고인의 신청을 받아들여 국민참여재판을 하기로 결정한 걸로 확인됐습니다. 신청을 우선 받아들인 후 기일 연기를 거쳐 7월부터 진행하기로 한 겁니다.

해당 재판부가 진행하는 국민참여재판에만 배심원이 참여하지 않는 건 아닐 텐데 말입니다. 다른 재판부들의 결정 배경은 정말 ‘코로나’가 원인일까요. 판사들이 국민참여재판을 꺼리게 만드는 다른 어떤 사유가 있는 것은 아닐지, 만약 그런 요인이 있다면 어떻게 제도를 보완할지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요. 2016년 38.9%에서 2018년 28.8%로 3년간 10.1% 낮아진 법원의 국민참여재판 신청 인용률이, 올해는 더 낮아지지 않기만 바랄 뿐입니다.

/백인성 KBS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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