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대한변협신문 독자분들, 변호사분들께서 알고 있다시피, 금전청구소송에서 승소하면 판결주문에 원금(혹은 원리금)과 다 갚을 때까지 발생하는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명시한다. 따라서 채무자는 다 갚을 때까지 발생하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에서 정한 지연손해금을 원금(혹은 원리금)에 합산하여 지급해야 한다. 그리고 지연손해금 발생을 피하고자 하면, 채무자는 채권자를 피공탁자로 해서 공탁을 하면 된다.

그런데 국가는 금전청구소송에서 국가 (일부)패소판결이 확정되면, 상대방 혹은 상대방 대리인에게 금전청구를 하라고 안내를 한 후 상대방이 해당 통지를 받은 날부터 일정시기까지의 지연손해금만 지급하고, 그 이후의 지연손해금은 지급을 거절하고 있다.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소송에 관한 법률과 시행령, 시행규칙에서 임의변제청구절차를 규정하고 있고, 임의변제청구라는 ‘채권자의 행위’가 채무 이행에 필요한 경우로서, 채무자인 국가가 채권자에게 임의변제청구를 하라고 최고를 하였으므로, 최고 후 일정시점이 지나면 채무불이행을 면하게 된다는 논리를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주장을 소송에서 국가가 했지만, 몇 차례 법원 판결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판결마다 구체적인 표현은 다르겠지만 요지는 다음과 같다.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소송에 관한 법률과 위임법령에서 임의변제청구절차를 마련하고 있다는 것만으로, 임의변제청구를 하라는 통지서를 보냈다고, 지연손해금이 통지서를 받고 난 이후의 일정시점까지만 발생하는 것은 아니며, 지연손해금은 채무자가 채권자에게 원리금을 다 갚을 때까지 계속 발생한다. 이러한 확정판결이 몇 차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법무부와 검찰청은 법무부 내부 지침(훈령) 등을 이유로 다 갚을 때까지의 지연손해금 지급을 거절하고 있다.

결국 국가배상 청구소송에서 (전부나 일부) 이기고 판결문상 지연손해금은 다 갚는 날까지 발생한다고 주문에 명시되어 있으며, 임의변제청구하라는 통지서를 보냈다고 하더라도 공탁을 하지 않은 이상 다 갚는 날까지 지연손해금이 발생한다는 법원 확정판결도 몇 차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금전을 지급하는 담당관청인 검찰청에서 지연손해금 지급을 거부하고 있으므로, 지연손해금을 전부 지급받기 위해서 다시 소송을 제기해야 하는 상황이다. 과거 기록등사와 관련해서 발생한 상황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여러 차례 대법원과 하급심 법원에서, 법무부 내부 훈령은 효력이 없으므로, 그러한 내부 훈령 등을 이유로 기록등사를 거부하는 것이 위법하다고 판단하였다. 그런데 검찰청 담당자는 그러한 판결들이 있음을 알고 있다고 하면서도, 법무부 소속 공무원으로서 법무부 규정을 안 따를 수는 없다고 말하며 기록등사를 거부하였다. 결국 1심 법원에서, 혹은 고등법원에서, 때로는 대법원에서 효력이 없다고 판단한 규정 등을 이유로 법무부와 검찰은 업무처리를 계속하였고, 법원 판결보다 법원에서 효력이 없다고 한 법무부와 검찰 내부규정이 더 사실상 효력이 있는 상황이 반복되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접하다 보면, 정부부처 중 가장 법률전문가가 많은 법무부나 검찰청이 오히려 가장 법원의 확정판결을 안 따르는 부서가 아닐까하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과거 법치행정에 관해 대한변협신문에 글을 쓴 적이 있는데, 여전히 법치행정에 이르기 위해서는 갈 길이 멀다는 생각이 든다.

 
 
 
/이용재 변호사

강원회, 산건 법률사무소

저작권자 © 법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