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출범을 목표로 하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를 두고 언론사들은 나름 큰 고민을 안게 됐다. 다름 아닌 공수처를 담당할 부서를 정하는 문제다. 고위 공직자 관련 이슈는 기사 가치가 상당히 크고 더구나 이들의 비리라면 적어도 몇 달 내내 나라를 시끄럽게 할 만한 기삿거리가 될 터다.

자연히 이를 취재해야 할 담당 기자들의 일거리가 늘어나는 것은 물론 기사 경쟁 스트레스도 만만찮을 테니 웬만하면 “우리 부서에서 맡지 않았으면”하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일각에선 수사권과 일부 기소권을 가진 공수처 성격을 고려하면 검찰과 비슷한 측면이 있으니 기존 법조팀이 담당하는 것이 당연한 게 아니겠냐는 반문이 나올 수 있다. 그러나 대다수 언론사의 법조팀에선 이런저런 ‘핑계’를 들어 정치부 등 타 부서가 맡아야 한다고 주장해 보고 있다.

물론 나름대로 논거는 갖췄다. 일단 대통령 직속 기구이므로 청와대 담당 기자가 담당해야 한다는 게 첫 번째 근거다. 특별감찰관이나 감사원을 청와대 출입 기자가 맡고 있는 이유와 마찬가지로 비슷한 역할을 하는 공수처도 청와대 출입 기자가 담당해야 한다는 게 법조팀에서 내세워보는 주장이다. 사정 기능의 최상위 역할을 청와대가 담당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같은 구조로 취재 부서를 나누고 있기 때문이다.

법조팀 기자들의 바람과 달리 상황은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최근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공수처가 입주할 사무실 후보군을 물색하다가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를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는 의견을 법무부 쪽에 전달했다.

정부 부처 성격이나 역할을 따질 필요도 없이 지리적 위치에서 기존 법조팀 영역으로 들어올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법무부가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고는 하나 딱히 다른 대안이 없는 모양이다.

점점 현실화 되는 공수처 담당 기자의 운명을 체념하고 받아들이려는 가운데 최근 법조팀 기자들의 마음을 무겁게 하는 일이 또 생겼다. 공수처가 출범하자마자 일이 물밀듯이 몰려드는 것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엄습하고 있어서다.

고위 공직자 비리 사건을 수사하는 일이 자주 있는 일은 아니지 않은가. 그런데 공수처가 출범하기도 전에 전개되는 양상은 기대와는 다르게 흘러가고 있다. 여권에서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을 재조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더니 당시 검찰 수사팀의 강압수사 의혹에 대해 공수처가 수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추미애 법무부장관은 “검찰이 권력과 유착해서 제대로 수사하지 못했다거나 아니면 제 식구를 감쌌다거나 하는 그런 큰 사건들이 공수처의 대상 사건이 될 수밖에 없다”며 검찰의 ‘과거사’를 겨냥한 공수처 수사를 예고했다.

한 법조계 인사는 “공수처가 출범하자마자 예상과는 달리 매우 바쁘게 돌아갈 모양”이라며 “검찰개혁을 명분으로 검찰의 적폐 청산에 나선 정부가 공수처 수사에 드라이브를 거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김태은 머니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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