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인성 피혐의자’란 국적 불명의 단어가 처음 등장한 건 지난 2012년 7월이다. 검찰은 솔로몬저축은행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A 국회의원을 불러 조사를 벌이면서 이 단어를 썼다. 피의자와 참고인, 피고인만 규정해둔 형사소송법에선 찾아볼 수 없는 용어였다. “피의자로 규정할 수 있을 만큼은 아니지만, 의심되는 혐의가 있어 단순 참고인으로 볼 수 없는 신분”이란 게 검찰의 설명이었다. 실질은 피의자와 참고인, 그 사이 어딘가쯤에 놓여 있던 셈이다.

그런데 형사소송법은 오로지 ‘피의자’에 한해서만 “수사기관의 신문을 받을 경우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반면 사건 관계인으로 볼 수 있는 참고인과 피해자, 피내사자 등 이른바 ‘피의자 아닌 제3자’의 변호인 조력권에 대해선 아무런 규정도 두고 있지 않다. 이 때문인지, 피의자가 아닌 이들이 동반한 변호인의 신문 참여가 제지되는 건 드물지 않은 일이었다. 신문을 방해하거나 수사 기밀을 누설할 수 있는 등 수사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였다.

검·경에 출석해 조사를 받는 참고인이라면, 특히 피내사자 내지 소위 ‘참고인성 피혐의자’라면 더더욱, 진술 과정에서 상황 변화에 따라 얼마든지 피의자로 신분이 바뀔 수 있단 압박을 받게 된다. 수사기관도 그럴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이들 참고인에 대해서는 피의자 신문과 유사한 방식으로 질의응답을 하는 관행을 이어왔다. ‘피의자 아닌 제3자’에 대해서도, 형사소송법에 변호인 조력권을 규정해야 한단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수사 기관들은 현행 검찰사건사무규칙이나 변호인 등의 신문 조사 참여 운영지침(대검 예규), 변호인 접견·참여 등 규칙(경찰청 훈령) 등을 통해서도 피의자 아닌 자들도 충분히 변호인 조력권을 보장받을 수 있다고 강변한다. 그러나 ‘실체적 진실 발견’을 명분으로 준수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는 수사기관의 내부 지침보다 형사소송법 본법에 피의자 아닌 자의 변호사 조력권을 명문화하는 것이 국민의 방어권 측면에서 명백히 유리하단 점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법은 늘 최악의 정부를 상정해야 한다. 위법·부당한 신문의 우려는 아직도 상존하고, 여전히 국민을 두텁게 보호할 필요가 있다. 20대 국회에서 참고인 등의 변호인 조력권을 신설하지 못한 건 그래서 아쉽다. 올해 초 발의된 형사소송법 일부개정 법률안이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피의자가 아닌 자의 신청이 있는 경우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변호인을 피의자가 아닌 자에 대한 진술 과정에 참여하게 하여야 한다”라는 내용을 담았지만, 개정안은 마지막 본회의에서도 통과되지 못한 채 폐기됐다. 21대 국회에 기대해본다.

 
 
/백인성 KBS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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