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 자녀가 있는 상태에서 이혼을 할 경우 반드시 정해져야 하는 것이 바로 양육비 지급 여부와 면접교섭권에 대한 내용이다. 사실 이 둘은 법적으로는 별개의 권리다. 대표적으로 면접교섭을 거부한다고 하여 양육비를 지급하지 못하겠다는 주장은 법적으로는 통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사연이라면 어떨까?

어느 부부가 있었다. 10년 전에 재판상 이혼을 했다. 당시 아이는 1살이었다. 양육권자는 아내였고, 남편은 양육비를 지급하기로 했다. 월 2회 면접교섭도 당연히 포함되어 있었다. 그런데 이혼 직후 양육권자인 아내는 전 남편에게 한 가지 제안을 했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갈 때까지 양육비를 받지 않을 테니 면접교섭을 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아이가 어렸을 때 이혼 사실을 알면 충격을 받을 수 있으니 초등학생이나 되면 그때 만나라고 하면서. 전 남편은 별 생각 없이 이를 승낙했다. 두 사람은 이러한 내용으로 따로 공증을 받았다. 이후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전 남편은 중국으로 건너 가서 일을 하고 있었다.

7년이 지난 어느 날 아내는 전 남편에게 아이가 초등학생이 되었으니 양육비를 지급해달라고 요청했다. 전 남편은 양육비를 몇 달간 지급했다. 그러면서 약속대로 아이와의 면접교섭을 요청했다. 그런데 아내는 “아이가 전 남편을 보기 싫어한다”며 이를 거절한다. 화가 난 전 남편은 양육비 지급을 중단했다. 그러자 아내는 양육비를 지급해달라는 이행명령을 신청해서 승소했다.

이번에는 전 남편이 아내를 상대로 법원에 면접교섭 이행명령을 신청했다. 그러나 아내는 법정에서 “아이가 전 남편을 보기 싫어한다”며 이는 받아들여져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1살 때 헤어진 후 단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사람을 어떻게 갑자기 아버지라며 만나게 할 수 있느냐고 했다. 그렇다면 친양자 입양을 하라는 전 남편 측의 제안에 대해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으려는 꼼수”라며 거절했다. 재판부에서는 그래도 아이의 의사를 확인해야 한다며 상담 등을 권했지만 이마저도 “아이가 상처를 받는다”고 거절했다. 법정에서 담당 법관을 향해 “당신은 애도 안 키우냐”며 소란을 부리기도 했다. 재판부가 몇 번 바뀐 후 결국 이 사건은 면접교섭을 제한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전 남편은 절규했다. 세상에 이런 법이 어디 있느냐고.

엄격하게 법리를 적용한다면, 양육비와 면접교섭권은 연계가 될 수 없으므로 별개로 판단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자녀가 성년이 될 때까지 한 번 만나지도 못하는 상태에서 양육비만 계속 지급해야 하는 전 남편의 상황이 정당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의문이 있다.

여담이지만 최근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고유정 사건’의 경우도 이와 비슷한 면이 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고유정은 이혼 후 자신이 자녀를 양육하면서 전 남편으로부터 양육비를 지급 받았으나 면접교섭에는 응하지 않았다. 전 남편의 요구가 계속되자 고유정은 면접교섭을 해주겠다며 전 남편을 펜션으로 유인한 후 참혹한 범행을 저지른 것이 아니었던가.

법리라는 것은 완벽할 수 없다. 사실 몇 줄의 법 조항으로 다양한 사실관계에 대해 정확한 결론을 내린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 보이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 법률가들은 그래도 최대한 이러한 모순점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 나가야 하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향후 양육비 지급과 면접교섭권의 관계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이루어지길 기대해본다.

 
 
 
/빈정민 이혼 전문변호사

부산회·법무법인 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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