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4일 예정된 제9회 변호사시험 합격자발표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합격 발표를 손꼽으며 기다리는 분들께 좋은 결과가 있기를 진심으로 응원한다. 또한 그 이후의 다양한 선택들도 응원한다.

변호사시험을 치르고 일주일 후부터 취업을 준비했다. 경제적 여건상 당장 취업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었다. 고지식한 생각에 송무 시장만을 염두에 두었고 각종 법무법인에 수십 차례 문을 두드렸다. 하지만, 대기업 법무팀 근무 경력 이외에는 특별한 장점이 없던 나에게 문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그렇다고 수습이라는 명목으로 최저 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임금을 받고 일하고 싶진 않았다.

눈을 돌려 다른 선택을 하기로 한다. 마지못해 선택한 것이 회사 법무팀이었다. 당시 가장 잘 나가던 스타트업 중 하나에 취업을 하게 됐고 나쁘지 않은 조건으로 근무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다시 시작된 회사 생활에 지겹기도 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어떠한 법률 시스템도 없는 이 곳이 나의 경험과 능력을 가장 발휘할 수 있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각종 소송에 계약서 검토, 사내규칙 정비 등 정신없는 하루하루였다. 경영진 미팅 참석, 수많은 개발자, 기획자들과 새로운 서비스에 대한 법률 검토, 24시간 진행된 해커톤에 참석해 새로운 상품을 만들어 본 그 시간들은 송무로 변호사 생활을 시작했다면 경험하기 힘든 것들이었다. 2년간 근무 후 법무법인으로 이직하여 현재 개업 변호사로 근무하고 있다. 스타트업 근무 경력으로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한 강의를 진행하고 있고, 다양한 스타트업에 상담을 진행하고 있으며 관련 도서를 출판하기도 했다. 지금 고객 중 상당수가 당시 인연을 맺었던 동료들이다.

아직 경험이 부족한 청년 변호사지만, 위 경험으로 마지못해 한 선택들도 좋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배웠다. 코로나19로 인해 상담과 강의도 취소되고 재판도 연기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마지못해 하게 되는 선택에 집중하려고 한다. 그리고 2020년 4월 24일 이후, 새로운 시작을 하는 변호사분들도 어떤 시작을 하든지, 남들과는 다른 마지못한 선택을 하게 되더라도, 그 선택이 좋은 선택이 되기를 응원 드린다.

 

/이주한 변호사

서울회·서초법률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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