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TV 시청시간도 늘었는데요. 트로트 장르의 경연을 소재로 한 예능 프로그램에 빠져 꼬박꼬박 챙겨보게 됐습니다. 그 준결승전에서 인상적인 무대를 보았는데요, 두 출연자가 함께 한 곡의 노래를 불러서, 정해진 점수를 나누어 가져가는 방식이었습니다. 적은 점수를 받는 사람은 탈락할 수 있는 중요한 무대였지요.

그 중 최연소-최연장 출연자의 조가 있었는데요. 14살 변성기 전 소년이 메인 보컬로 나서고, 경험 많은 40대 중반 성인이 하모니를 맞추며 노래를 불러 많은 박수를 받았고, 둘 모두 결승에 진출했습니다. 그들이 부른 노래의 제목이 ‘파트너’였는데요, 그 무대를 보고 나니 ‘멋진 파트너의 조건’에 대해 생각하게 됐습니다. 분명 소년이 더 높은 점수를 받았고, 더 높은 순위로 결승에 진출했지만, 어린 소년을 잘 달래면서, 한 발 뒤로 물러서서, 덜 빛나는 역할을 마다하지 않았던 40대 가수가 더 멋진 파트너였다고 느껴졌기 때문이지요. 이윤을 창출하는 것이 제1의 목표인 회사에서는 주로 영업을 하는 ‘현업’ 직원들이 주인공이고, 사내변호사는 그들이 일을 잘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주된 역할입니다. 마치 저 40대 가수가 맡았던 역할처럼요.

그런데 일을 하다 보면 사내 변호사의 전문가로서의 의견보다는 ‘현업’ 직원들이 강하게 밀어붙이려 하는 입장에 더 힘이 실릴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힘들게 의견을 관철시켜도 영업을 방해한다고 원망을 받기도 하고요.

그럴 때는 전문가로서 존중을 받지 못한 것 같아 자존심이 상하기도 하고, 낙담도 하게 되는데요. 그렇게 낙담하고 한 것이, 정말 회사를 위한 최선의 결과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인지, 아니면 은연 중에 “내 의견이 맞으니, 상대방이 나에게 맞춰야 한다”고, 내가 주인공이 되어 생각했기 때문은 아니었는지 돌아보게 됐습니다.

꼭 지켜야 할 소신은 지키되, 그 과정에서 ‘주인공보다 더 멋진 파트너’가 되는 것. 쉽진 않겠지만, 또 하나의 사내변호사로서의 지향점이 생긴 것 같습니다.

/손승현 변호사

NH투자증권 법무지원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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