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변호사의 업무는 대부분 문서로 이루어집니다. 법원에 제출할 준비서면, 거래 상대방과 체결할 계약서, 자문 요청에 응하는 의견서 등이 주된 문서겠지만, 그 외에 사내변호사가 작성하게 되는 문서가 있습니다. 바로, 의사결정권자(결재권자)로부터 회사가 취할 조치의 재가를 받는 품의서인데요. 대부분의 사내변호사들이 작성에 가장 어려움을 겪는 문서가 바로 이 품의서입니다.

처음 품의서를 작성하는 사내변호사들이 법률 의견서와 비슷하게 품의서를 작성하는 오류를 종종 범하는데요, 이는 회사가 처한 상황(사실관계)과 그로 인하여 회사에 발생할 수 있는 법률적 리스크(Risk)를 분석한 내용을 담는다는 점에서 의견서와 유사하다는 생각에서 비롯되는 듯 합니다.

그러나, 제3자의 입장에서 여러 가능한 방식과 행위를 검토하는 데 그치는 의견서와 달리, 품의서는 실행 주체의 입장에서, 특정 행위를 수행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이를 통해 결재권자가 서명을 하도록 설득해야 한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차이점이 있습니다. 형식 면에서도 가능한 한 짧고 간결하게 (회사에 따라서는 1장을 넘겨서는 안 된다는 얘기도 있더군요) 작성되는 것이 원칙입니다. 이상적인 품의서는, 결재권자가 한 눈으로 훑어보고 바로 사인할 수 있을 정도로 쉽고 간결하면서도 의사결정 시 필요한 요소가 모두 들어가 있는 문서일 것입니다.

이 때문에 품의서에서는 복잡한 법률적 논거는 중요한 내용 위주로 간략히 기재하고, 어려운 법률 용어도 비전문가인 결재권자가 이해하기 쉽도록 쉬운 말로 풀어서 써야 합니다. 특히, 이 부분이 변호사들이 어려워하는 부분이지요. 결재권자가 중요시하는 법률 외적인 요소를 빠짐없이 기재하는 것 또한 필수적입니다.

잘 작성된 품의서는 결재권자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마음에서 시작됩니다. 품의서를 작성하는 것이 어렵지 않게 느껴진다면, 완전한 사내변호사가 된 증거일 것입니다.

 
 
 
/손승현 변호사

NH투자증권 법무지원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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