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피었다. 7년 만이다.

이 녀석이 꽃을 피우리라는 생각은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었다. 내가 그동안 한 것이라고는 마시다 남은 물을 버리러 가기 귀찮아서 가까이 있는 이 녀석에게 부어 준 것 뿐이다. 그런데 이 아이는 울창하게 잎들을 뿜어내며 작은 밀림을 만들고, 마침내 꽃마저 피워버렸다. 하루하루 다르게 꽃대가 쑤욱 올라오더니 어느 날 꽃망울이 터지며 사무실 전체가 은은한 꽃향기로 물들었다.

기특하게 바라보다가 다른 녀석들 생각이 났다. 사실 이 녀석은 삼형제다. 7년 전 장난감 같은 행운목 화분을 선물 받았다. 과연 얼마나 가려나 싶었는데 이 녀석들은 물만 부어주어도 무성하게 자라났다. 이내 화분이 좁아졌고 분갈이를 하기로 했다.

셋 중 가장 크고 근사한 녀석은 제일 넓고 좋은 집으로 이사를 내보냈다. 그리고 가장 가까운 내 책상 바로 앞에 두었다. 출근해서 방문을 열 때, 건강한 초록빛의 이 놈을 보면 기분이 좋아졌다. 두 번째로 큰 놈은 원래 화분에 그대로 둔 채 사무실 홀로 보냈다. 가장 작은 녀석은 적당한 화분이 없어 원래 살던 곳보다 더 열악한 곳으로 이사를 내보냈고, 집으로 가져갔다. 그저 크기가 달랐을 뿐인데 이때부터 이들의 운명은 달라졌다.

가장 작은 녀석은 점점 이파리가 노랗게 변하여 떨어져 나가고 거의 죽을 지경이 되었다. 차마 버릴 수는 없고 죽기 일보 직전의 녀석이 보기도 싫었기에 화장실 변기 옆 구석에 두었다. 부끄러워 숨기고 싶지만 사실은 빨리 죽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곳에서 새 이파리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7년의 시간 동안 가장 큰 녀석은 꽃을 피워냈지만, 가장 작은 녀석은 밑동의 3분의 2는 썩어서 도려내야 했으며 건강하지 않은 연둣빛으로 웃자랐다.

괜찮은 화분을 사왔다. 그곳에 가장 작은 행운목을 옮기고 볕 잘 드는 곳에 두었다. 멋진 화분에 옮겨놓았어도 일부만 남은 밑동과 지나간 상처의 흔적들은 고스란히 보인다. 마음이 좋지 않아 고개를 돌리고 싶지만 일부러 잘 보이는 곳에 두었다.

언젠가 이 녀석도 꽃 피울 수 있을까? 이 녀석이 꽃망울을 터뜨린다면, 그 꽃향기를 따라 나의 이 미안한 마음도 함께 날아갈 수 있을텐데….

 

/이수연 변호사

서울회·법률사무소 큰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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