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선인들이 하신 말씀 중에 ‘인생은 타이밍’이라는 말이 있다. 다른 모든 것들이 갖춰졌더라도 시기가 적절하지 않다면 뜻을 이룰 수 없다는 의미로 짐작된다. 변호사 개업을 하여 정글에 뛰어드니 위 말씀을 절실히 느끼고 더없이 적절한 금언(金言)이라고 느낀다.

사건을 수임하는 데 있어서 타이밍(시기)이 정말 중요하다. 조세사건을 수임하기로 했는데 의뢰인의 일정이 바빠서 일주일 뒤에 미팅을 하기로 하였다. 그러나 미팅 전날 의뢰인으로부터 전화가 왔고 원래 알고 지내던 변호사분이 진행해 주시기로 하였다면서 미팅을 취소하였다.

나는 의뢰인으로부터 미팅자료를 받아 미리 리서치를 진행하였던 터라, 황망한 마음으로 의뢰인에게 미팅을 그대로 진행하며 리서치한 사항을 브리핑 드리겠다고 제안하였지만, 이미 의뢰인의 마음은 떠나간 마당에 공허한 외침에 불과하였다(눈물).

최근 수임한 민사 사건은 무변론 판결이 예정된 사건이었다. 당해 의뢰인은 기존에 알던 변호사분께는 미안한 마음에 당사자 사건으로 진행한다고 말씀드리고 다른 변호사를 수소문하던 중이었다. 의뢰인은 위 변호사분이 형식적 답변서만 내준다고 고집하셔서 부득이 승낙하였다. 위 변호사분은 형식적 답변서를 제출하면서 의뢰인 명의로 제출한 것이 아니라 위임장을 작성하여 함께 제출하였다. 그러나 당시 위 사건은 내가 이미 의뢰인과의 미팅 후 선임되어 수임료까지 받은 상태였다. 의뢰인의 행동의 옳고 그름은 별론으로 하고, 타이밍을 잘 잡아서 수임하였던 사건이다.

일 뿐만 아니라 사랑에 있어서도 타이밍은 중요하다. 사랑과 타이밍이 적절히 반응하면 엄청난 파괴력을 발휘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고소대리를 위해 찾아온 의뢰인은 마침 결혼을 원했던 남성이었고, 피고소인은 공교롭게도 그 타이밍을 잘 맞춰 위 의뢰인에게 혼인할 것처럼 철저히 기망하여 수 억 원을 편취하였다.

지금 쓰고 있는 청변카페도 타이밍(기한)에 맞춰 급하게 마무리하고 있다. 역시 인생은 타이밍이다.

 

/김응철 변호사

서울회·로베리 법률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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