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지방변호사회(회장 임선숙)는 추석연휴 다음날인 9월 16일 김명수 대법원장님과 간담회를 가졌습니다. 국립 5.18 민주묘지 참배를 마친 대법원장 일행과 조촐한 점심을 함께하는 자리였습니다.

광주지방변호사회는 여러 현안에 대한 건의 사항을 정리하여 미리 대법원에 전달했습니다. 국선변호사제도 이관, 양형심리 활성화, 가사조사관 역할과 기능 등 다소 민감한 주제에서부터, 판결문 공개, 지급명령신청 사건 첨부 증거 송달 문제 등 구체적인 사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내용을 담았습니다.

대법원장은 모든 간담회 소재에 대해 직접 소상하고 깊이 있게 설명하고 입장을 피력했습니다. 지면관계상 자세한 내용을 서술하기는 어렵습니다만 대체적으로 광주지방변호사회의 제언에 공감하는 한편 변호사회의 협조도 당부했습니다. 특히 최수환 사법지원실장은 지급명령신청 사건 첨부 증거를 피고에게 송달해주기를 바라는 광주지방변호사회 제언에 대해, 간담회 며칠 전 전국 법원에서 시행하도록 준비를 마쳤다고 답해 박수를 받았습니다.

평소 건강관리는 어떻게 하는지, 대법원 행정업무가 우선인지 재판업무가 우선인지 등 사전에 취합한 회원들의 소소한 질문도 자연스럽게 이어졌습니다. 등산이 건강관리 방법이자 취미였으나 대법원장 취임 후에는 아내와 함께 관저 마당을 수 십 바퀴 빠르게 걷는 것에 만족할 수밖에 없어 답답하다는 소탈한 푸념에 안쓰러운 탄식도 터져 나왔습니다.

한편 대법원의 업무는 아무리 양보해도 재판이 7, 행정이 3이 되어야 하고, 법원은 좋은 재판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책무라고 생각하며, 그 연장선상에서 일정이 아무리 바빠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늦추지 않고 있다는 답변에 외유내강한 성품이 느껴졌습니다.

광주지방변호사회는 법원과 매월 법정문화발전협의회, 검찰과 분기별 실무협의회를 통해 법조 간 소통의 장을 지속적으로 마련하고 있습니다. 이번 간담회는 그간 다져진 광주법조의 탄탄한 저력을 알리면서도 대법원이 추진하는 사법행정 개혁을 한층 응원하고 신뢰하는 계기도 되었습니다.

간담회 후 대법원장 일행은 전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강연 일정으로 급히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과무로 피곤하시겠다는 임선숙 회장의 말에 학생들 만나는 것이 너무 기대된다는 대법원장의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했습니다. 몇 시간 뒤, 환하게 웃으며 학생들과 어깨동무 하고 있는 대법원장을 후배의 SNS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안팎으로 시끄러운 시기지만 자신 본연의 업무에 충실 하는 기본이 중요하고, 소통은 진솔한 태도가 우선 되어야 하며, 권위는 세우는 것이 아니라 세워주는 것(Authority comes not from top to bottom but from bottom to top)이라는 개인적인 소회를 남긴 간담회였습니다.

법원이 국민에게 더욱 신뢰받고, 사법행정 개혁도 성공적으로 완수하기를 빌어 봅니다.

/박철 변호사

광주회·법무법인 법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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