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관 아닌 변호사로서의 시각은…지금의 제도나 운영방식이
변호사가 제대로 일을 할 수 있는 구조인지 의심
급작스런 긴급체포나 영장청구시 변호인은 사전 준비할 시간이 거의 없어
핑퐁처럼 오가는 글을 보면서 씁쓸한 마음 금할 길 없어

국선전담변호사가 생겨난 이후로, 형사사건은 구경도 못해봤다는 변호사들이 늘고 있고, ‘불구속 수사’ 원칙이 확립되면서부터는, 검찰의 영장 청구 자체도 상당히 줄어들었다고 합니다.

일부는 우스갯소리로 ‘전관 중에서도 끝 발 좋은 전관’ 아니면 형사사건 하기 힘들지 않느냐고도 합니다.

변호사들이 형사사건을 구경도 못하게 된 이유나, 영장 사건은 맡아보지도 못하게 된 이유가 그래도 불구속 수사 원칙이 확립되어 무죄추정의 원칙, 혹은 무기 대등의 원칙이 지켜졌기 때문이라면 변호사들 입장에서는 당연히 수긍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일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것과는 별개로 ‘영장실질심사에서 변호사가 할 수 있는게 없지 않느냐’라는 명제 때문이라면 얘기는 달라집니다.

영장발부와 관련된 판사님의 의견, 양 변호사님의 견해, 교수님의 말씀, 또 다른 검찰 출신 변호사님의 설전을 지켜보면서, 전관 아닌 변호사로서의 시각도 필요한 것이 아닌가하여 어렵게 펜을 들었습니다.

현실적으로 요즘 전관 아닌 젊은 변호사님들은 영장 사건을 각 법원마다 실시하는 휴일 국선변호사 제도를 이용하여 맡게 되는 것 같습니다. 서울을 예로 들자면, 동, 서, 남, 북 각급 법원에서는 서울지방변호사회를 통하여 국선전담이 아닌 휴일 국선변호사로서 활동할 변호사를 모집하고 이에 수백명의 변호사들이 신청을 하고 있습니다.

보통 신청자가 많아 3개월에 한번씩 휴일 영장실질심사를 맡을 주(主) 변호사로 지정이 되게 되는데(각 법원마다 운용 방식이 다르기는 합니다만, 어떤 법원에서는 같은 날에 변호사를 3명까지 배정하기도 합니다) 2014년 8월과 같이 공휴일인 8월 15일이 금요일인 경우, 토요일인 16일에 휴일 국선변호사로 배정되게 되면 3개월을 기다려 온 국선 변호사를 포기하든지, 연휴를 포기하든지 어려운 선택(?)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도 영장실질심사 한번 해보겠다고 국선변호사를 택했는데, 당일 아침 ‘영장 청구된 게 없으니 안 오셔도 되겠습니다’라는 문자를 받게 되면 허망하기 이를데 없기도 합니다. 그나마도, 서울중앙지방법원의 경우에는 몇 년 전에 일반 변호사들에게는 휴일 영장 국선 변호를 맡기지 않는 것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기회를 준 것만도 감지덕지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이래저래 변호사들 살기 어려운 세상이 된 건 확실합니다.

하지만,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은 영장실질심사를 맡을 기회가 없어졌다는 것이 아닙니다. 현실적으로 지금의 제도나 운용 방식이, 그렇게 어렵게 맡게 된 영장실질심사에서 변호사가 제대로 일을 할 수 있게 하는 구조냐 하는 것입니다.

영장실질심사를 맡게 되면 법원에서는 30분에서 1시간 전에 법정에 도착할 것을 요구합니다. 헐레벌떡 가보면, 각 경찰서에서 피의자들을 경호하여 데리고 옵니다만, 이들이 30분 전에 시간 맞춰 오는 것이 아닙니다. 어떤 경찰서에서는 딱 영장 심사하는 시간에 맞춰 오기도 하고, 어떤 경찰서에서는 시간을 넘겨서 오기도 합니다. 변호사로서는 어떤 죄를 저지른 누구를 위하여 영장실질심사를 하는지도 전혀 모른 채 일단 법원에 가서야 명단을 받고, 그들에 대한 ‘범죄사실’이 기록되어 있는 1, 2쪽 짜리 서류를 받게 됩니다. 그 서류에는 구속을 청구해야 하는 사유는 잘 안 적혀있습니다. 영장실질심사를 받아야 하는 피의자가 많은 날에는 그 피의자에게 5분도 할애할 수 없을 지경입니다. 더군다나 사무 처리를 보는 분들의 편의를 위해 이름이 맞는지, 주거지가 영장에 기재된 바와 같은지, 혐의사실을 인정하는지, 말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등을 미리 준비된 종이에 적어서 내야합니다. 무슨 사건 때문에 수사를 받는 건지 피의자의 말을 듣고 ‘영장이 발부되면 안 되는 사유’를 조목 조목 물어서 정리할 시간 따위는 애초에 없는 것입니다. 결국, 형식적으로 주거 일정, 전과없음, 도주우려없음, 증거인멸우려 없음 등을 읊는 것이 전부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사선 변호사인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오랫동안 경찰이나 검찰에서 수사를 받아왔던 재력이 있는 피의자라면, 자신에게 영장이 청구될 것을 알고 미리 변호사를 선임하여 영장실질심사 날짜도 조절하고, 성의껏 자료도 준비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급작스럽게 긴급체포 되어 수사를 받거나, 영장이 청구되는 사람의 경우에는 사선을 선임한다 해도 임박해서 선임할 수밖에 없고(결국 그 변호사님은 갑자기 그 다음 일정을 취소하고 영장실질심사를 하러 갈 수밖에 없기도 합니다), 사선변호사로 선임되어도 영장실질심사를 하는 법원이나 검찰에서는 왜 구속영장을 청구하는지, 그들에게 어떤 범죄사실을 확인했고 어떤 법조문을 적용했는지 알려주지 않기에 사전에 미리 준비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호사들이 최선을 다하여 영장 기각을 구한다고 해서 영장이 기각되는 확률은 그리 높지 않고, 변호사들도 영장 기각을 그다지 기대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기도 합니다. 또한,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나서도 실제 영장이 발부되었는지, 기각되었는지 변호사가 제대로 알 수도 없는 시스템입니다. 밤 늦게까지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결과를 기다리다 법원에 전화를 해보면 검사실에 확인하라고 하고 안 가르쳐주고, 검사실에서는 전화를 잘 받지도 않기 때문입니다.

처음에 영장담당 판사님의 익명의 글이 실렸을 때 변호사로서 참으로 뜨악했던 기억을 잊지 못하겠습니다. 설마 설마 했던 그 걱정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의 그 무력감을 절대 극복할 수 없을 것입니다. 아마, 이 글을 읽는 어떤 분들은, 변호사들이 친분을 이용하여 판사에게 전화해서 로비하는 것 아니냐고 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저는 그런 것은 잘 모르겠습니다. 우리 일반 변호사들은, 핑퐁처럼 오가는 전관 변호사들의 글을 보면서 씁쓸한 마음 금할 길이 없고, 참으로 사치스러운 논쟁도 다 있구나 생각하게 됩니다. 우리는 평등하게 싸우고 싶습니다. 정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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