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이하 특가법) 제5조의9는 자기 또는 타인의 형사사건의 수사 또는 재판과 관련하여 고소·고발 등 수사단서의 제공, 진술, 증언 또는 자료제출에 대한 보복의 목적으로 살인, 상해치사, 상해, 체포 또는 감금, 폭행, 협박 등의 범죄를 저지른 경우 가중처벌하는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필자가 변호한 총 53건의 참여재판 중 특가법위반(보복범죄등)죄 유형은 3건으로 이 중 1건은 보복목적과 협박 부분이 인정되지 않아 일반 폭행죄로 벌금 400만원, 다른 1건은 보복목적 협박은 인정되었으나 함께 기소된 절도, 업무방해 1건에 대하여 무죄가 선고되면서 징역 1년, 또 다른 1건은 무죄가 선고되었습니다.

이 중 무죄가 선고된 2013. 4. 1. 선고 서울북부지방법원 2012고합655 사건을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이 사건의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은 피해자가 자신을 성추행으로 고소하여 2009년 징역 1년 6월, 집행 유예 2년을 선고받은 데 앙심을 품고 2012년 5월 초순 14:00경 피해자와 우연히 마주치자 보복하기로 마음먹고 피해자를 막아선 후 “너희 집에 가자, 빨리 가자”며 손목을 잡고 끌어 당겨 폭행하고, 같은 날 17:00경 OO공원 놀이터에서 손으로 피해자의 뒤통수를 3회 때리고 손을 잡고 끌어 피해자를 폭행하였다’는 것입니다. 피고인과 상담을 해보니 심한 하체기능장애가 있어 새벽에 잠시 아파트 앞으로 산책을 나갈 뿐 낮에는 거의 외출을 하지 않으며, 공소사실에 나오는 장소의 계단이나 오르막길을 걸을 수 없다고 하였습니다. 피고인은 2009년 사건 이후 피해자를 만난 일이 없어 얼굴도 기억하지 못하고 있으며, 처음에는 사건이 5월 3일에 발생하였다고 고소를 하기에 아파트 CCTV를 통하여 5월 3일에 밖에 나간 사실이 없다는 것을 증명하자 피해자 쪽이 5월 초순으로 말을 바꾸었는데 그 때는 이미 CCTV 영상의 보관기간이 지난 후라 더 이상 확인을 할 수 없었다며 억울해하였습니다.

증거기록을 살펴보니 지난 성추행 사건에서 심리평가보고서가 작성되어 있었는데 피해자의 모에게 ‘공격성을 띤 만성적인 우울증’과 ‘상당한 피해사고’가 있고 ‘거의 망상적인 수준일 가능성이 있다’는 부분이 눈에 띄었습니다. 이에 피해자 모의 망상 및 피해아동의 진술오염에 의한 고소일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 하에 피해자 측 진술의 신빙성을 탄핵할 수 있는 증거를 찾기 시작하였습니다. 공판준비기일에서 피해자 모가 사건을 알게 된 경위가 사실인지를 확인하기 위하여 5월 1일부터 고소일까지 통화내역 및 발신기지국에 대한 사실조회를, 피해아동의 정확한 동선을 파악하기 위하여 5월 초순의 하교시간 및 출석상황에 대한 사실조회를, 그리고 이 사건 이후 피해아동이 입원까지 하며 호소한 증상이 기왕증인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하여 의료기록 송부신청을 하였습니다. 도착한 의료기록 속에서 우연히 사건 당시 피해아동의 전화번호를 발견하게 되어 모의 통화기록과 대조한 결과 5월 1일부터 5월 4일까지 매일 오후에 사건 장소가 있는 동이 아닌 다른 동에서 발신을 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피해자의 모가 피해아동이 ‘외상후 스트레스장애’로 병원에 입원하였을 때 보험사 제출용으로 상해진단서를 요구한 사실 및 피해자의 모가 이 사건 112신고를 하기 2시간 전 2개의 보험회사와 통화를 한 사실도 있었습니다. 추가로 피고인 가족에게 부탁하여 피고인이 사건 장소까지 가기 위해서 걸어야 하는 길을 동영상으로 찍어 참고자료로 준비하였습니다.

공판기일에 현장출동 경찰관들과 수사경찰관은 모두 ‘피해사실에 대하여는 피해자의 모가 먼저 진술을 하였고 이에 대하여 피해자에게 물어보면 일부는 맞다고 하고 일부는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 신고내용은 5월 3일 17:00경 OO공원에서 있었던 일 1건 이었다’는 내용의 증언을 하였습니다. 수사경찰관은 ‘피해자의 모가 목격자라고 하여 데리고 온 사람이 공원이 아닌 굴다리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여 의아했으나 피해자에게 확인 후 2가지로 나눠서 조서를 작성하였다’는 진술을 하였습니다. 목격자는 증인으로 출석하여 ‘재작년에 굴다리 밑에서 피고인이 아이에게 빨리 가라며 재촉하는 것을 보았을 뿐’이라며, 피해자의 모와 이야기를 하게 된 시점, 내용에 대하여 피해자의 모와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피해자의 모는 처음 신고를 할 때 5월 3일이라고 한 것은 피고인을 빨리 처벌받게 하려고 그런 것이며, 피해아동이 상해로 다쳤을 때 3개 보험사로부터 보험금을 받고 있다는 진술을 하였습니다. 피해자는 굴다리 밑에서 피고인이 자신의 팔을 잡고 계단을 올라갔다, 공원에서는 머리를 세 대 때린 후 자신의 손을 잡고 세 발자국 정도 걸었다고 진술하였는데 피고인은 장애가 심해 다른 사람의 손을 잡고 걷거나 계단을 오를 수는 없는 상태였습니다.  결국 배심원 다수가 보복목적과 폭행을 인정하지 않았고 재판부는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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