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변호한 총 52건의 참여재판사건 중 성범죄 유형으로 볼 수 있는 사건은 강간죄 유형 총 7건, 강제추행죄 유형 6건으로 합계 13건입니다. 강간죄 유형에서 죄명은 준강간죄, 강간치상죄, 성폭법위반사건 중 13세미만미성년자강간, 주거침입강간등(2건), 특수강간, 장애인준강간등이었고 강제추행죄 유형에서 죄명은 성폭법위반사건 중 친족관계에의한준강제추행, 13세미만미성년자강제추행, 주거침입강간등, 장애인강제추행(3건)이었습니다. 이 중 준강간사건에서는 미수가 인정되었고 장애인준강간사건과 장애인강제추행사건 3건에서 무죄가 선고되었습니다.

성범죄 유형 13건 중 4건에서 ‘전부 무죄’가 선고된 셈이라 다른 유형에 비하여 무죄율이 높은 편입니다. 그 이유는 성범죄를 엄벌해야 한다는 사회분위기가 있기는 하나 실제 배심원이 되어 사건을 접해보면 유무죄를 결정하기가 애매하거나 경미한 사안들이 많으며, 배심원후보들의 상당수가 피해자의 진술만으로는 유죄를 인정할 수 없다는 소박한 법감정을 가지고 있어 피해자진술의 신빙성을 의심스럽게 하는 정황이나 증거가 있으면 법관보다 쉽게 무죄평결을 하기 때문인 듯합니다.

검사 측이 항소를 하지 않아 1심판결이 확정된 2014. 2. 17. 선고 서울북부지방법원 2013고합399 성폭법위반(장애인강제추행)사건을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이 사건의 공소사실 요지는 피고인이 지체장애 2급 장애인인 피해자를 2013. 7.경 1회, 8월경 2회 오른쪽 가슴을 손으로 만지는 방법으로 추행하였다는 것입니다. 피고인이 경찰에서 범행을 자백하였고, 범행을 인정하며 사과한다는 내용의 합의서까지 제출되어 검찰에서 추가조사 없이 기소한 사건이었습니다. 피고인은 처와 함께 찾아와 자신들은 지적장애가 있는데, 피해자에게 자신들이 맡아주고 있던 짐가방을 가져가라고 하자 기분이 나쁘다며 성추행으로 고소하겠으니 합의금을 달라고 우겨서 너무 황당했지만 피해자의 오빠가 경찰이라 하고 자신은 전과가 있으니 자신의 말을 믿어줄 것 같지 않아 어쩔 수 없이 70만원을 주고 합의를 하였고, 피해자는 그 후에도 한참동안 가방을 가져가지 않았다, 후에 피해자가 다른 사람 때문에 피고인 사건이 문제가 됐다며 경찰서에 가서 범행을 인정하기만 하면 아무 문제가 없을 거라고 하여 조사를 받고 합의서도 냈는데 왜 또 재판을 받게 되었냐고 억울해 했습니다. 그리고 피고인이 조사를 받은 이후에 피해자가 피고인을 다시 고소하겠다고 피고인의 처를 협박하여 다른 사람 모르게 대출을 받도록 한 뒤 600만원을 받아갔고, 지금은 1300만원을 더 요구하면서 기초생활수급자 통장까지 가져갔다며 피해자가 처에게 보낸 카카오톡 문자를 보여주었습니다.

변호인은 변론준비기일에 피해자는 약간의 신체장애가 있을 뿐, 성폭법위반(장애인강제추행)죄의 성적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없을 정도의 장애인으로 볼 수 없다는 주장과 함께 성추행사실을 부인하였습니다. 그리고 피고인과 피고인 처의 지적장애를 입증하기 위하여 정신감정을 신청하여 두 사람 모두 IQ 41, 44로 중등의 정신지체장애가 있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추가로 사건 현장에 있었던 지인과 피고인의 딸을 증인으로 신청하였고 피해자가 피고인의 처를 협박하면서 대출을 받아서 1300만원을 더 달라고 요구하며, 다른 사람에게는 거짓말을 하고 문자내용은 지우라고 지시하는 카카오톡 문자내역을 출력하여 재판당일 증거로 제출하였습니다. 변론기일에 피고인 측 증인들은 모두 피고인이 성추행 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는 내용의 증언을 하였고, 피고인의 처는 피해자와 고등학교 동창 사이이고, 1년 전부터 자주 만나게 되었는데 성추행사건 이전부터 거의 매일 집에 찾아와 피해자가 하는 부업을 피고인의 처와 함께 하면서 돈은 피해자가 모두 받는 등 노동력을 착취해왔으며, 이 사건으로 피고인이 조사를 받은 후에는 남편을 다시 고소하겠다고 처를 협박하여 전단지 아르바이트를 하게 한 뒤 일당을 모두 받아가다가 결국 대출을 받게 하여 600만원을 가져갔다, 대출을 더 받아서 1300만원을 더 달라고 하기에 겁이 나서 아버지와 남편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는 내용의 증언을 하였습니다.

피해자는 검사의 주신문 단계에서부터 성추행의 주요 부분에 대하여 수사기관에서와 다른 진술을 하였고 변호인의 반대신문에서 여러 번 진술을 번복하다가 결국 처음 2번은 피고인이 일부러 만진 것은 아닌 것 같고 세 번째는 자세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진술을 하였습니다. 피고인의 처를 협박하여 합의금을 요구하거나 대출을 받게 하여 돈을 받은 부분에 대해 묻자 100만원을 받은 사실 외에는 일체 부인하기에 반대신문 마지막 단계에서 카카오톡 문자내역을 제시하였습니다. 배심원들이 만장일치로 무죄평결을 하였으며, 재판부도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저작권자 © 법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