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변호한 총 51건의 참여재판 중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운전자폭행등) 사건은 4건으로, 1건은 공판기일에 버스내부 CCTV 동영상과 목격자 증언을 들은 후 상해죄로 공소장 변경되어 벌금 200만원이, 1건은 심신미약 주장이 받아들여져 징역 10월, 집행유예 2년이, 나머지 2건은 무죄 판결이 선고됐습니다. 이 중 서울북부지방법원 2013고합275 사건은 무죄를 다투는 전형적인 사건이라 할 수 있어 재판 진행과정을 자세히 소개하고자 합니다.

위 사건의 공소사실 요지는 피고인이 택시 조수석에 탑승하여 잠을 자다가 노원구 소재 O우체국 인근도로에 이르러 피해자가 목적지를 물으며 잠을 깨운다는 이유로 주먹으로 피해자의 얼굴을 2회 때려 약 2주의 치료를 요하는 상세불명의 얼굴의 표재성 손상, 타박상 등을 가하였다는 것이었습니다. 피고인은 목적지인 상계주공O단지 앞에 도착해 택시비 때문에 시비를 하다가 차 밖에서 피해자를 향하여 침을 뱉은 사실은 있으나, 운전 중인 피해자를 폭행한 사실이 전혀 없다며 억울함을 호소하였습니다.

변호인은 피해자가 사건 직후 상해에 대해서 전혀 언급을 하지 않았음에도 5일 후 진료를 받아 상해진단서를 제출하였으므로 이를 부동의하였고, 검사 측은 진단서를 발급한 의사를 증인으로 신청하였습니다. 변호인은 피해자가 택시에 장착되어 있던 블랙박스의 사건 당시 동영상을 제출하지 않았으므로 당해 택시회사에 이 사건 택시의 블랙박스 장착 유무 및 사양을, 사건 당시 피해자가 정확히 어떤 내용으로 신고를 했는지 살펴보기 위하여 사건 당시 112 신고내역을, 피해자가 상습적으로 취객을 상대로 허위신고를 하는 것은 아닌지를 확인하기 위하여 ‘경찰청’에 피해자가 최근 5년간 범죄의 피해자, 신고자, 또는 고소인으로 기재된 사건의 수와 신고내역을 각 사실조회 신청하였습니다.

상해 부분에 대해서는 진단서를 발급한 의사가 공판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타박상, 경추의 염좌 및 긴장’이라는 진단을 내리는 데 있어서 환자의 진술 외에 상처나 객관적 증거는 없었다, ‘얼굴의 표재성 손상’은 환자의 좌측 안쪽 구강 점막에 지름 1cm를 넘지 않은 아주 경미한 멍이 있었는데 자연치유가 가능할 정도였다는 취지의 진술을 하였습니다. 그런데 피해자가 피고인으로부터 맞았다고 주장하는 부위는 오른쪽 얼굴이었습니다.

피고인이 운전 중인 피해자를 폭행했는지 여부에 대하여, 변론을 준비하는 시점에서 피고인에게 유리한 부분은 ① 피해자가 택시의 운행기록상 정차한 후 4분 30초가 지난 후에 첫 번째 112신고를 하였고, ② 그 신고내용에 승객이 요금을 내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있었던 점, ③ 피해자가 최근 5년간 이 사건 외에도 운전자폭행으로 8회 신고를 한 적이 있다는 점, ④ 그리고 피해자가 수사기관에서 피고인으로부터 맞았다고 진술한 O우체국 앞에서부터 상당한 거리를 운전하여 좌회전까지 해야만 피해자가 112신고를 한 장소인 상계주공O단지 앞으로 갈 수 있다는 점 뿐이었습니다. 변호인은 사건 발생 지역의 지도를 화상으로 띄워서 피해자에게 피고인으로부터 폭행을 당하였다면 그 후 상당한 거리를 운전하여 목적지에 도달한 뒤에 비로소 112신고를 한 이유가 무엇인지를 집중적으로 질문하고자 하였습니다.

그런데 증인으로 출석한 피해자는 뜻밖에도 사건 당일 O우체국 앞길은 가지도 않았고, 그 반대 방향에서 진행하여 가다가 목적지로 우회전하자마자 피고인으로부터 폭행을 당하여 차를 세우고 112신고를 한 것이라는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변호인은 사건 발생 직후 피해자가 직접 작성한 진술서, 참고인진술조서를 제시하며 진술이 달라진 이유를 물었는데 피해자는 수사기관에서는 착각을 해서 잘못 진술한 것 같다고 하였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 증인으로 출석한 현장출동경찰관은 처음부터 피해자가 O우체국 앞에서 맞았다고 이야기하였고, 진술서를 쓸 때에도 전혀 헷갈려 하지 않았다고 증언하였습니다. 피해자가 법정에서 진술한 사건 직후의 정황도 출동경찰관의 기억과 전혀 달랐습니다. 결정적으로 변호인이 이 사건 이전에 운전자 폭행으로 경찰에 신고한 적이 있느냐고 묻자 피해자는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으나 1~2회 정도라고 대답하였습니다.

변호인은 최후변론에서 특가법위반(운전자폭행등)죄가 본래의 입법취지와 다르게 극히 일부 택시기사들이 술 취한 승객들에게 합의금을 받아내는 수단으로 악용되는 경우가 많다, 이 사건은 검찰 측이 제시한 유일한 증거인 피해자 진술이 일관성이 없고, 다른 증인들의 증언이나 객관적인 증거와 맞지 않으므로 신빙성이 없어 피고인에게 무죄가 선고되어야 한다는 취지로 변론하였습니다. 결국 배심원들은 만장일치로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평결을 하였고, 재판부도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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